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채무보증의 탈법행위'의 사법상 당연무효 여부

-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27000 판결



허숭범 변호사




1. 사실관계

금융기관이 특수목적법인에게 대출을 하면 특수목적법인이 그 대출금으로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계열회사에게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금융기관과 특수목적법인의 대출계약과 관련하여 ‘특수목적법인의 대출원리금 상환재원이 부족한 경우 후순위 대출 방식으로 특수목적법인에 부족금액을 대여하고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특수목적법인의 대출금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러한 자금보충약정에 관하여 원고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5조, 제10조의2 제1항, 동법 시행령 제21조의4 제1항에서 금지하는 채무보증의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자금보충약정은 통상 건설회사 등의 PF사업에 필요한 사업자금의 조달 등을 위한 신용보강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자금보충약정 자체에 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다만, 이에 관하여 법원이 특별히 무효로 볼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하지는 아니하였는바, 이에 관한 내용은 아래에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이 공정거래법 제15조에 위배되지만 사법상 유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 자금보충약정이 공정거래법상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① 공정거래법이 제10조의2 제1항과 제15조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해서 직접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제10조의2 제1항을 위반한 행위가 일단 사법상 효력을 가짐을 전제로 하는 비교적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 ② 공정거래법이 다른 금지대상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상 무효라거나 그 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③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위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의 효력을 부정해야 할 필요는 없는 점, ④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로 볼 경우 당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⑤ 공정거래법이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넓은 예외사유를 두고 있어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가 그 자체로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여야 할 만큼 현저히 반사회성이나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에서 금지하는 탈법행위가 사법상 당연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이 판결의 의의

일정한 제한이나 규제를 법률에 규정한 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공적 목적으로 규정된 규제 이외에 개별적·구체적으로 이루어진 계약의 효력을 무효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소위 강행규정(혹은 효력규정)과 이와 반대되는 규정을 소위 단속규정으로 구분하고, 강행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관계 있는 규정으로서 이에 위반된 법률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보고, 단속규정은 사법상 당연 무효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 행위에 대한 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채무보증의 탈법행위에 관하여 강행규정인지 효력규정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공정거래법의 문언해석 및 공정거래법상 다른 금지대상 행위와의 구체적인 비교, 해당 금지대상 행위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구체적인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