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천안시장은 천안 서북구 성성동 160-13 일대에 소재한 노태근린공원의 70%를 테마정원과 청소년문화센터, 운동시설로 조성하고, 나머지 30%에는 아파트를 신축하는 내용의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을 계획하고, 2015. 5. 28.자로 민간공원 개발사업 제안서 제출기간 공고를 하였는데, 해당 공고에 대하여 A, B, C, D컨소시엄(D, E의 공동제안)등 4인이 제안서를 각 제출하였습니다.
D컨소시엄이 공동대표제안사로서 제출한 공동사업협약서에 따르면, (i) D는 공동대표제안사로서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 및 확보하고, (ii) E는 공동대표제안사 및 금융주간사로서 필요자금 조달 및 내부 심의를 통한 신용공여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iii) F와 G는 시공참여 의향사로서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고, 시공사로서의 참여와 별도로 D컨소시엄과의 협의 하에 사업지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천안시장은 응모자들에 대한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내부 기준으로 평가항목표를 작성하였는데, 그 중 ‘자금조달능력’ 항목에 따르면, 참여의향서, 확약서 등을 제출한 금융참여업체 수를 기준으로 1개사인 경우 6점, 2개사인 경우 7점, 3개사인 경우 8점, 4개사인 경우 9점, 5개사인 경우 10점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천안시 담당공무원은, 2015. 7. 30. 잠정적으로 D컨소시엄의 금융참여업체 수를 2개사인 것(D, E)으로 전제하여 ‘자금조달능력’ 항목에 7점을 부여하였고, A가 D컨소시엄보다 총점 1.8점이 높은 것으로 보아 A에게 최고점을 받았다는 내용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유선으로 안내하였으나, 이를 알게 된 D컨소시엄은 2015. 7. 31.자로 천안시장에게 F와 G도 자신의 금융참여업체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항의하였고, 천안시장을 이를 받아들여 D컨소시엄에 대한 ‘자금조달능력’ 항목의 점수를 9점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D컨소시엄이 최고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에 A는 천안시장의 위 D컨소시엄에 대한 우선협상자 선정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사업대상자선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가. 대전고등법원 2017. 4. 6. 선고 2016누12934 판결의 요지
항소심 법원인 대전고등법원은, ‘자금조달능력’ 항목의 평가기준이 되는 ‘금융참여업체’의 경우 그 투자의사가 확정적일 것까지는 요구되지 아니하나, 적어도 명시적으로 투자의사가 표시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D컨소시엄의 공동사업협약서에 ‘F, G는 협의 하에 사업지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기재된 것 만으로는 F, G가 D컨소시엄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한다는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E의 경우에도, D와의 공동제안사로서 외부 업체로 볼 수 없으므로 ‘금융참여업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7두43319 판결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중략)… 공원녹지법의 목적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행정청이 복수의 민간공원추진자로부터 자기의 비용과 책임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의 공원조성계획 입안 제안을 받은 후 도시∙군계획시설사업 시행자지정 및 협약체결 등을 위하여 순위를 정하여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행위 또는 특정 제안자를 우선협상자로 지정하는 행위는 재량행위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공원조성계획 입안 제안을 받은 행정청이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필요한 심사기준 등을 정하고 그에 따라 우선협상자를 지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도시공원의 설치∙관리권자인 시장 등의 자율적인 정책 판단에 맡겨진 폭넓은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그 설정된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하고, 심사기준을 마련한 행정청의 심사기준에 대한 해석 역시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해당 심사기준의 해석에 관한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채로 그 기준에 대한 행정청의 해석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야 하고, 행정청의 심사기준에 대한 법원의 독자적인 해석을 근거로 그에 관한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판단을 전제로,
① 제안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더라도 행정청은 제안내용에 반드시 구속되지 않고, 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향후 협의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는 점, ② 사업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제안단계에서는 금융참여업체들이 참여의사를 확정적, 명시적으로 표시하기 어렵다는 점, ③ 제안단계에서 잠정적 참여가 가능한 이상 법적 구속력 없이 참여하는 것과 향후 협의 하에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④ 제안단계에서 금융참여업체의 수를 심사하는 것은 향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데 중점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천안시장이 D와의 협의 하에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 F, G도 금융참여업체에 포함된다고 평가한 것이 재량판단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어서 대법원은, ① 금융참여업체라는 문언상 반드시 제안사가 아닌 제3자이어야 한다는 해석이 도출되지는 아니한다는 점, ② 제안사가 반드시 직접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없는 이상 제안사와 나머지 참여업체들이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이 사업을 시행할 수도 있으므로, 자금조달항목 평가에서 금융참여업체의 수를 산정할 때 제안사인지 제3자인지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③ 다수 회사의 금융참여를 장려하는 취지라면, 단순히 제3자로서 참여하는 경우에 비하여 제안사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더 불리하게 취급할 필요는 없다는 점, ④ D컨소시엄이 제출한 제안서에 첨부된 공동사업협약서에 의하면, E는 공동대표제안사 및 금융주간사로서 역할을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천안시장이 E도 금융참여업체에 포함된다고 평가한 것 역시 재량판단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의의
위 대법원 판시에 의하면, 구체적인 법령으로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대한 내용∙범위 등에 대한 제한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한, 행정청의 행정계획에 따른 우선협상자 지정 등에 관한 심사기준의 마련, 마련된 심사기준의 구체적인 해석 등에 대해서는 행정청의 폭넓은 재량행위가 인정되고, 그에 대해서는 법원의 해석보다는 해당 심사기준을 마련한 행정청의 해석이 더욱 존중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위 대법원 판시에서는 ‘자금조달능력’ 항목을 평가하기 위한 ‘금융참여업체의 수’를 완화하여 판단한 천안시장의 해석을 존중하는 결론을 도출하였는바, 행정청의 공모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응모 내지 사업제안 단계에서 (i) 여러 다른 기업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하여 ‘공동대표제안’을 하는 것이나, (ii) 다른 금융참여업체들이 ‘추후 제안사와의 협의 하에 사업지분 참여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의 사업제안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