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 불법원인급여로 반환 못 구하나

-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3다218156 판결 (전원합의체)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농지를 소유한 명의신탁자가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명의수탁자에게 농지를 명의신탁(소유권이전등기)하였는데, 추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건입니다.

2. 관련 규정



3. 원심 판단

원심은, 기존 판례(‘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4.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피고의 상고 기각)하였습니다.

(i)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만약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임), 부동산실명법 제6조에서 이행강제금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매년 1회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어,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등기회복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고 있음)에서 그러함.

(ii)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도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이를 채택하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함.

(iii) 명의수탁자는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불법에 협조한 자인데, 그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음.

(iv)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음.

(v)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음.

5. 고심(苦心)의 결과 - 5년 6개월이 걸린 이유

이 사건은 원심 판결이 2013. 11. 26.에 선고되었으므로, 상고 제기 후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나기까지 5년 6개월이 걸린 사건입니다.

이와 같이 오랜 기간이 걸린 이유는, 추측컨대, 반대의견(4인)의 논거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반대의견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의견으로서, 그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i)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된 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났음에도 명의신탁약정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실정인데,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함.

(ii) 부동산실명제는 사회 일반인들 사이에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았고, 재산거래에서 투명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됨에 따라 이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불법성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음.

(iii) 부동산실명법 제정 직후 재정경제원이 발간한 ‘부동산실명법 해설’에서 법률안 성안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사항들에 대해 밝히면서, “법원이 명의신탁의 위법성이 크다고 인정하여 불법원인급여로 판결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회복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회복을 사실상 어렵게 하여 명의신탁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하였다.”고 기재하고 있는 점을 보면 당시 입법자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음.

(iv)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을 이유로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부동산실명법에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명의신탁자 스스로 위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일 뿐 이를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음.

(v)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가 마쳐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는 등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함.

6. 판결의 의미

비록 대법원 다수의견이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의 결론을 유지하였지만, 공개변론을 여는 등 오랜 기간 동안 깊은 고민을 해온 대법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판결입니다.

더불어, 명의신탁 근절을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