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한 이사의 책임 (상법 제399조 제3항 관련)

-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조범석 변호사




1. 이사의 책임과 관련한 상법 제399조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하여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위법한 행위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편, 같은 조 제3항은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여, 이사의 임무에 위배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이사회(이하 ‘임무위배 이사회’라 합니다)에 참가하였으나 그 이사회 의사록에 이의의 기재를 남기지 않은 이사는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하여, 해당 이사에게 자신이 결의에 찬성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에서는 임무위배 이사회 결의에서 어떠한 이사가 ‘기권’을 하고 이사회 의사록에 기권한 것으로 기재된 경우, 상법 제399조에서 규정하는 ‘이의를 한 기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1심과 항소심 법원은, 이사회 의사록에 기권한 것으로 기재된 경우 이를 이의를 한 기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 제399조 제3항에 의해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2항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원심은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를 좁게 해석하여, 이의를 한 기재가 있다고 인정되려면 이사회 안건에 기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안건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법 제399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이 규정한 이사의 임무위반 행위가 이사회 결의에 의한 것일 때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고, 상법 제399조 제3항은 같은 조 제2항을 전제로 하면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자로서는 어떤 이사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하였는지 여부를 알기 어려워 그 증명이 곤란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여 그 증명책임을 이사에게 전가하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하여 결의에 기권하였다고 의사록에 기재된 경우에 그 이사는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 제399조 제3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같은 조 제2항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하였음이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결의에 상법 제399조 제2항에 따른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원심과는 달리 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를 넓게 해석하여, 결의에 반대한 경우뿐만 아니라 기권하는 등으로 ‘찬성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상법 제399조 제3항은, 임무위배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의 책임을 규정한 같은 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경감해 주고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에게 스스로 자신이 임무위배 이사회 결의에 찬성하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임무위배 이사회 결의에 기권한 이사는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은 아니므로, 이사회 결의에 기권하였음이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에 대해서는 임무위배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에게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상법 제399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실무상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었으나 이사회 참석이나 결의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의 이사는 스스로 업무를 집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임무위배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만으로 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또는 기권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는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어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이사의 자격으로 이사회 결의에 참가하는 경우에는 이사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