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9. 2. 14. 선고 2017가합12074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본 사안은 포장업무에 종사하였던 협력업체(파견업체)의 직원들이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를 하였다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지위 확인 및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한 사안입니다.
2. 근로자파견에 대한 판단 기준과 본 사안의 쟁점 및 판단
파견법 제2조 제1호에서는,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견법 제6조의 2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사용사업주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본 사안에서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즉,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음을 이유로 한 사용사업주의 고용의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본 사안 원고들의 근로형태가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용사업주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본 사안에서 파견근로자들은 사용사업주가 포장사양 및 포장규격을 전달한 점, 파견사업자들의 업무인 포장 업무는 사용사업주의 업무인 제조업무에 종속되는 점, 제조업무와 포장업무는 사실상 하나의 업무인 점 등을 근거로 사용사업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들에게 포장사양 및 포장규격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나, 파견사업주는 별도의 작업표준서를 갖고 있었으며, 파견근로자들은 위 파견사업주의 작업표준서에 따라 포장업무를 수행한 점, 포장사양 및 포장규격을 전달한 것은 포장업무의 특성상 제품을 제조하는 사용사업주와 동일한 기준을 공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점, 포장사양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파견사업주인 점 등에 비춰보면, 포장사양 및 포장규격을 전달한 것은 작업대상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할 뿐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파견근로자들의 업무가 제조된 상품을 포장하는 것으로서 사용사업주가 담당하는 제조업무와 순차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지만, 파견근로자들은 스스로 작업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 포장라인에는 야드(적재공간) 등이 존재하여 포장작업이 선후 공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보면, 파견근로자들의 업무가 사용사업주의 업무에 종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사용사업주의 제조업무와 파견근로자들의 포장업무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제조 공정이나 포장공정의 내용에 비춰볼 때 위 두 업무는 기능적으로 구분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위와 사정에 비춰볼 때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파견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3. 결론
이와 같이, 사용사업주가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업무지시서나 매뉴얼 등의 제공사실 이외에도, 파견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사용사업주가 수행하는 업무의 실질적인 내용, 상호간의 종속관계, 인력배치 등에 대한 감독권 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