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남 변호사
1. 사실 개요
연태고량주는 2004년경부터 중국 산동연태양주유한공사에서 한국에만 판매하는 제품패키지를 만들어서 원고회사에서 독점수입,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술로서 고량주 시장에서 50% 이상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연태고량주에 대해 드디어 유사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연태고량주 유사품에 대해 법원에서 부정경쟁행위로 보아서 유사 디자인의 술병에 대한 제조, 판매를 금지시킨 판결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63-3민사부 2018가합504499 판결).
2. 두 제품의 비교
원고회사에서 독점수입하고 있는 연태고량주의 한자표기는 “烟台古酿”입니다. 반면 피고가 다른 중국고량주 회사에 주문하여 수입한 술은 “烟台高粱”이라고 표기하였습니다. 연태(烟台)는 중국 소재 도시 명칭이고, 고량주(高粱酒)는 수수로 만든 술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라서 피고는 보통명사를 쓰고 있어서 상표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원고측은 술병 디자인 자체에 주목하였습니다. 원고나 피고 모두 500ml, 250ml. 125ml의 세가지 용량으로 패키지가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술병 모양이 매우 흡사했습니다. 피고 제품은 500ml는 원통형 투명한 병에 금색뚜껑, 250ml는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모양의 투명병에 금색뚜껑, 125ml는 D자 모양의 병에 금색뚜껑입니다(다만, 원고 제품은 250ml 병 양쪽 면에 돌기가 추가되어 있고, 125ml 병이 역D자형으로 좌우가 바뀐 점만 차이가 있습니다). 아울러 두 제품 모두 투명한 병 앞면에 붉은 색으로 “烟台古酿”(또는 “烟台高粱”)이 세로쓰기가 되어 있습니다(단, 125ml는 양쪽 모두 가로쓰기). 아래 사진으로 보면 아주 확연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원고 제품 세트]
[피고 제품 세트]
3. 법률적 쟁점
이 사건은 상표나 디자인이 아니라, 색채, 크기, 모양 등 상품에 있는 이미지를 보호하는 트레이드드레스(Trade Dress) 사건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상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려면, 위 술병이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식별력을 가진 상태에서, 양 상품에 혼동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첫째, 원고의 연태고량주 술병 모양이 특정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별적인 식별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 둘째, 피고와 원고 술병 사이에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재판에서 쟁점이었습니다.
4. 과거 사례
(1) 발렌타인 v. 스카치블루
과거 법원의 판결에서는 술병 모양의 식별력에 대해 아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바 있습니다. 2001년경 발렌타인 17년산 병 모양을 스카치블루가 모방했다고 가처분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발렌타인 12년산, 17년산, 21년산, 30년산 등 시리즈의 각 병모양에 일관성이 없어서 상품표지성을 갖추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혼동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습니다.
[우측이 발렌타인 17년산, 좌측이 스카치블루]
(2) 비아그라 v. 팔팔정
2015년에는 한미약품에서 판매하던 “팔팔정”(아래 사진 좌측)에 대해 “비아그라”를 판매하던 화이자에서 소송을 제기하여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화이자측 비아그라가 파란색이면서 다이아몬드 형상의 독특한 디자인 특징을 갖고 있어서 상품출처로서 식별력이 있고, 혼동가능성까지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해당 의약품이 전문의약품이라서 의사나 약사를 통해서만 처방되고, 포장에 기재된 문자상표로 충분히 구별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3)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독특한 형상의 포장용기 등을 바탕으로 2005년경에는 해태유업의 “생생과즙 바나나 우유”에 대해 부정경쟁행위라고 주장하여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카합2553 결정). 당시 법원은 2가지 제품 모두 항아리 모양의 형태를 띄고 있고, 테두리가 유사한 크기로 형성되어 있어서 외형상의 미감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점, 해당 우유 용기가 주지, 저명하고, 경쟁회사에서 악의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기초로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림 생략)
한편,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2017년경에도 바나나맛 젤리(아래 사진 참조)를 제조,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5. 연태고량주 사건 판결 결과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연태고량주가 고량주 시장에서 50% 이상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15년간 널리 판매해 온 점, 양 술병 패키지가 여러 면에서 매우 흡사한 점을 고려하면서 특히 다음의 설문조사 결과를 판결에 반영하여 원고 연태고량주측에게 승소를 선고하였습니다.
(1) 연태고량주는 중국술 소비자의 66%가 알고 있다고 답하였고, 특히 이 중 36%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량주 중 어떤 상표가 먼저 떠오르냐는 질문에 곧바로 원고의 “연태고량주”를 지목하였습니다.
(2) 이와 같이 연태고량주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의 66%는 모두 연태고량주 패키지 사진만 보고 제대로 맞췄고, 그 이유에 대해 병모양이나 패키지의 전체적인 느낌 때문에 선택했다고 다수가 답하였습니다.
참고로 원고 연태고량주를 알고 있다고 선택했던 사람들에 대해 2~3일 후에 다시 설문을 제시하면서 이번에는 원고 제품이 아닌 피고 제품으로 사진을 바꾸었으나 이를 알아 본 사람은 불과 2%에 불과하고, 86%의 소비자들은 원피고 제품을 같은 제품으로 착각하였습니다. 혼동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입니다.
6. 소비자에 대한 파급효과
이 사건은 소비자들의 오인, 혼동을 이용하여 중국 고량주 시장에서 1위 제품인 연태고량주에 대한 유사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피고에 대한 강력한 경고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사정을 모른 소비자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연태고량주로 착각하여 중국음식점이나, 슈퍼에서 유사제품을 잘못 구입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도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최근 이러한 유사품이 더 늘어나서 7~8개 제품에 이르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산동연태양주유한공사가 제조한 연태고량주 진품 확인 팁
(1) 연태고량주 한자에 “古”가 포함되었는지 살펴본다.
(2) 수입회사가 ‘인창무역’인지 한글표기 부분을 살펴본다.
(3) 제조회사가 ‘산동연태양주유한공사’인지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