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
이지선 변호사
1. 들어가며
A와 B는 이혼 당시 재산을 나누면서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조서에서 정하는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고 조정하였습니다. 이혼 후, A는 국민연금공단에 B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달라고 청구했고, B는 A와 국민연금을 나눌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B는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A가 받아갈 분할연금 비율은 0%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 쟁점은 ①국민연금 분할수급권이 재산분할 대상인지 아니면 별도의 권리인지, ②이혼할 때 “향후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고 한 합의가, 국민연금을 분할해서 받을 권리까지 포기한 것(즉, A의 연금분할비율을 0%로 하기로 하는 합의)인지 여부입니다.
1, 2심 판결은 A가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1, 2심과 다르게 판단하였습니다.
2. 원심 판결
원심 판결은, 이혼 당사자가 재산분할에 대하여 조정을 하면서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조서에서 정하는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조항, 이른바 ‘청산조항’을 두는 경우, 청산조항은 다른 부부공동재산과 마찬가지로 연금수급권에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향후 연금 분할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 의사에 따르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오히려 연금수급권에 대하여 ‘청산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려면 조정조서에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원심 판결은 국민연금법상 연금수급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보면서, ‘청산조항’이 있는 경우 연금수급권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습니다. 국민연금법상 규정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이혼한 전 배우자가 그 연금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가사노동 등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국민연금법상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된 것으로서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는 것입니다. 다만 당사자가 특별히 달리 정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연금의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국민연금법에 따르는 고유한 권리이므로, 연금의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한,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배우자에게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조서에서 정하는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고 조정했어도, A는 B의 국민연금을 분할해 달라고 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상대방에 대하여 향후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의 적용범위는,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은닉된 상대방의 재산에 관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실무상 시사점
이혼 조정 시,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분할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상대방의 분할비율 0%’라는 문구를 추가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을 분할받기 원하면 국민연금에 대해 별다른 합의를 하지 않는 방법, 명시적으로 분할비율을 정하는 방법을 모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분할 대상 연금이 공무원 연금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