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본소), 2017다225329(반소)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사안의 요지 및 배경
원고는 2010. 10. 1. 피고와 피고 소유인 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임대차계약기간 2010. 10. 8.부터 2012. 10. 7.까지. 임대보증금 70,000,000원, 월 임대료 2,35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월세는 후불로 지급)]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 70,000,000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이 사건 상가에서 'C'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운영하여 왔습니다. 이후 원고와 피고는 2012. 10. 7.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월세를 2,550,000원으로 계약기간을 2014. 10. 7.까지로 변경하는 외에는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고, 2014. 10.경에는 구두로 동일한 조건으로 1년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원고가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인 D와 임대차계약 체결을 피고가 거절함으로써, D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상가의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였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0조의4 제1, 3항에 따라 피고의 방해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본 사안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였는데 임대인이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은 사안인바, 임대인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서는 안 되는 것은 법문상 명백한 바 과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지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임에도,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존재하는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입니다.
2. 1심 및 2심의 판단
이와 같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0. 13 선고 2016가합104853(본소), 2016가합104860(반소) 판결]은 위와 같은 쟁점에 대하여 명확한 판단은 하지 않고 다만 여러 가지 정황을 들어 피고가 원고가 주선한 D와의 임대차계약체결을 거절한 것은 정당한 사유로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체결을 거절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원고의 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7. 4. 12 선고 2016나2074621(본소), 2016나2074638(반소) 판결]에서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본문1 은 권리금 회수기회 규정을 들면서 위 조항의 신설로 인하여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을 중심으로 형성한 영업적 이익을 보호받게 된 반면, 임대인은 자신이 원하는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임대차목적물을 활용할 자유에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본문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위 조항의 각 호가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반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임차인이 영업을 위하여 임차목적물에 투하한 자본 회수 및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의 시장가치 등을 회수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대차존속기간을 보장함으로써 임차인의 지위를 보호함과 동시에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는 경우 임대인으로 하여금 갱신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함으로써 임대인 또는 소유자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ㆍ수익 권한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규정된 것이라고 하면서
①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의 전체적인 취지상 상가임대차법이 예정한 임차인의 영업이익의 보호를 위한 최대한의 기간은 5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신설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역시 임차인의 영업이익의 보호를 위한 규정으로서 그 기간을 당초에 규정되어 있던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 2항과 달리 볼 근거가 없는 점
1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를 들어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와 '임차인이 5년의 임대차기간을 채워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 중 후자를 전자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여 줄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도 어려운 점
③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통하여 5년의 기간을 보장받은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더 이상 계약갱신을 하여 줄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경우에도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본문이 적용된다고 보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절할 수 없다고 한다면, 임대인으로서는 사실상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2항이 정한 계약갱신의무를 면할 수 있는 자유를 행사할 수 없는 결과가 되어, 임대인의 사용, 수익권한의 과도한 제한을 막기 위하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을 둔 취지가 몰각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본문(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의 기간(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내에서 상가에 투입한 자본과 영업이익을 회수하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여 원고의 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본소), 2017다225329(반소)]
그런데 대법원은 2019. 5. 16. 판결을 통하여 원심 판결 중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부분을 파기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즉 임대인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서는 안 되고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지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는 점,
② 법 개정을 통하여 보호하려는 ‘임대인의 갱신거절에 의해 임차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란 결국 같은 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경과하여 임차인이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전형적이오히려 상가임차인이 같은 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상가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지 못하더라도 권리금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③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는 조항은 입법취지와 내용이 다른 점.
④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⑤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문제점
그 동안 권리금 회수기회보장의 예외사유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많은 다툼이 있었으나, 본 판결에 따라 이와 같은 다툼은 해소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즉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여전히 임차인에 대하여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3, 4년(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이므로 8, 9년이 될 것입니다)정도 영업하고 재빨리 이전하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받는 반면, 오히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여 상당한 영업기반을 구축한 경우에는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이 생기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본 대법원 판결이 정당하다고 할 것입니다(뿐만 아니라 장사가 잘 되는 점포에 대하여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이 끝나자 마자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임대인이 그 점포에서 영업을 하는 사례도 빈번하므로 이와 같은 측면에서도 위 대법원 판결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위 판결이 매우 가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리금이라는 제도 자체를 인정할지 여부 및 권리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임대인이 이에 대하여 보장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실상 임대인은 평생 권리금 회수기회를 임차인들에게 보장해주어야 하고, 극단적으로는 건물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막힌다고도 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제도가 과연 계약자유나 사적자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건물이 노후ㆍ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이거나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에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바, 임대차계약체결 당시 재건축 계획을 임대인조차 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특히 개정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인바, 임대인은 10년 내 재건축 계획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임차인에게 제시를 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임대인이 정당하게 자신의 건물을 신축 내지 개축하는 경우에도 임대차계약시 임차인에게 이를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권리금 상당액을 임대인이 손해배상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바 과연 이와 같은 제도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특히 권리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이른바 폭탄돌리기, 즉 마지막 임차인인 결국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역시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즉 다른 법령으로 인하여 재건축이 되는 경우 등 권리금 회수기회보장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사안에서의 임차인은 결국 자신이 전 임차인에게 지급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임차인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위 판결은 권리금 회수기회보호와 임대차계약갱신요구권과의 관계에 대하여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한 판결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나, 다시 한 번 권리금제도에 대하여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준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