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공사대금채권과 관련하여 (대법원 2016다24284 공사대금 사건)
도종호, 곽소현 변호사
1. 채권의 양도성과 채권양도 금지 특약
민법 제449조 제1항 본문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라고 하여 지명채권의 양도성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조 제1항 단서에서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고 있고, 동조 제2항에서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채권의 양도성 원칙에 대하여 예외를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무상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상 대금 채권 등에 대하여 채권양도 금지 특약을 설정한 경우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하도급계약서에서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한, 이 계약상 채권․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라고 규장하여 채권의 양도금지를 정하고 있을 정도로 공사계약에서는 채권양도금지 특약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고 사실상 대부분 공사계약에서 채권양도금지특약이 기재되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채권양도금지특약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공사대금 등 채권에 대하여 채권양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에 대한 분쟁도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2.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와 공탁, 채권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 등
가. 채권양도금지특약과 공탁, 그리고 실무상 문제점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하여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채권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양도는 효력이 없게 되고[채무자는 제3자가 채권자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경우 채권양도금지 특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양수인이나 그 특약의 존재를 알지 못함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양수인에게 그 특약으로써 대항할 수 있고(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8310 판결 등 참조)], 양수인이 채권양도금지특약을 몰랐거나 중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양도는 유효하므로 채무자는 채권양도 금지특약을 들어 양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결국 채권양수인의 선의, 악의 또는 중과실 등에 따라 채무자의 양수금 지급대상 및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바 소송 등으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채무자는 누구에게 지급을 하여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채권양도인 또는 채권양수인에게 변제를 한 경우 이중변제의 위험을 부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하여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채무자로서는 양수인의 선의 등의 여부를 알 수 없어 채권이 적법하게 양도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487조 후단의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여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55904 판결)”라고 하여 공탁을 통한 변제로 채무자를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변제공탁은 다수 활용되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점도 있습니다. 실무상 현장에 자금이 풀리지 않기 때문에 노무자나 자재업자, 장비업자 등이 이를 이유로 공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부득이 현장진행을 위하여 대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고 여전히 이중변제의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나. 채권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
한편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양도금지의 특약이 있는 채권이라도 압류 및 전부명령에 따라 이전될 수 있고, 양도금지의 특약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 압류채권자가 선의인가 악의인가는 전부명령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다71699 판결 등)”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채권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의 경우 채권양수인이 악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 채권양도가 무효가 될 수 있으나 압류 및 전부명령 등에 따라 진행할 경우에는 악의여부를 불문하고 그 압류의 효력이 유효하므로 사실상 압류금지채권인 임금 등을 제외하고는 채권양도금지특약을 피하여 압류 등의 방법으로 그 채권을 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실무상 허위채권 내지 통정허위표시를 기초로 하여 압류 등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이에 관하여는 지면관계상 생략하겠습니다).
3. 채권양도금지 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에 관한 학설과 대법원의 입장
가. 학설의 입장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의 효력에 대하여 통설인 물권적 효력설은 특약에 의해 채권의 양도성이 박탈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채권자가 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양수인에 대하여도 채권양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채권적 효력설의 경우 특약이 채권자에게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시킬 뿐이므로 이에 반하는 채권양도도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 견해는 물권적 효력설의 경우 채권양도금지특약이 당사자를 넘어 제3자에게까지 효력이 미치는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며 실질적으로도 압류 및 전부명령에 의해 채권은 이전이 가능하고 압류채권자의 선의, 악의 여부는 그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 채권자가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정본을 작성해주고 양수인이 이에 기해 양도금지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으면 악의의 양수인도 얼마든지 채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결국 우회적으로 채권양도금지특약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양도금지의 의사표시로써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한다고 명시하면서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의 양도금지의 의사표시로써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며 양도금지의 특약에 위반해서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 악의 또는 중과실의 채권양수인에 대하여는 채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아니하나(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685 판결)”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에 대하여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회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의 회칙에 정회원권의 양도·양수는 회사가 정한 절차를 필하고 회사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회원권자는 재산적 가치를 지닌 위 회원권을 자유로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양수인이 회사로부터 회원권 양도·양수에 대한 승인을 얻지 못하면 그 양도·양수계약은 계약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위 회사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아직 회원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나, 이 경우 회사는 법령에 따라 미리 약관에서 명시하지도 아니한 회원자격요건을 내세워 입회신청자의 입회승인을 거부할 수는 없고, 또한 그와 같은 사유를 들어 사후에 입회승인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70884 판결)”라고 하여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라고 하더라도 양도계약자체는 유효하지만 양수인은 채무자나 제3자에 대하여 양도를 가지고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바, 양도금지특약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체가 여전히 양도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채권적 효력설을 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판결도 존재합니다.
4. 대법원 2016다24284 공사대금 사건과 관련하여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대법원 2016다24284 공사대금 사건은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기존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가. 기초적인 사실관계 및 소송경과
신축공사 도급계약 일반조건으로 채권양도금지 특약을 한 수급인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도급인(피고)이 도급계약을 해제하자, 수급인의 관리인(원고)이 도급인을 상대로 기성공사대금 등을 청구하는 사안으로 피고는 하수급업체 등 수급인의 채권자들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하여 공사대금채권이 이전되었다는 항변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양도금지특약에 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채권자는 여전히 수급인이고, 그 채권자들이 양도금지특약에 대하여 선의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고 이에 피고가 상고를 한 것입니다.
나. 쟁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에 관하여는 물권적 효력설(통설)과 채권적 효력설의 대립이 있고, 기존 대법원 판례는 원칙적으로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중시하는 국제적 흐름,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 현재 판례가 취하는 증명책임의 분배나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전부명령을 유효하게 보는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점, 2013년 법무부 민법 개정시안에서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한 점 등을 고려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1민법 개정시안 제449조의 2(채권양도 금지의 약정의 효력) 채권양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약정은 그에 반하여 행해진 채권양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만, 양수인이 그 약정이 있음을 안 경우에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다. 전망
위 사건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고, 대법원이 기존 물권적 효력설이 아닌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 기존 채권양도금지특약에 관한 논의는 새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고, 특히 현장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채권양도금지특약의 효력범위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인바, 이에 대한 대비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