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SPC를 통한 국내주식 취득과 증여의제



김윤찬 변호사




1. 들어가며

수년 전 조세피난처를 통하여 재산을 취득∙은닉한 유명인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내국인이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SPC를 통하여 국내 주식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 국내 과세관청이 그 내국인을 주식의 실제소유자로 보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합니다) 제45조의 2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과연 SPC의 지배주주인 내국인을 SPC 명의로 취득한 국내주식의 실제소유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2. 근거 법령 및 관련 대법원 판례

가. 상증세법 제45조의 2 제1항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하여야 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의 다음 날을 말한다)에 그 재산의 가액(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하여야 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을 기준으로 평가한 가액을 말한다)을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해외 SPC의 지배주주인 내국인이 SPC의 명의로 취득한 주식의 실제소유자로 인정된다면, 해당 내국인이 SPC에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내국인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이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해외 SPC 명의로 국내주식을 취득한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의 적법여부를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법원ᅠ2018. 10. 25.ᅠ선고ᅠ2013두13655ᅠ판결에서 해외 SPC 명의로 취득한 국내주식의 실제소유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판시한 내용이 있는바,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다. 위 대법원 판례의 사안은 A(내국인)가 B(해외 SPC)를 통하여 내국법인인 C회사 발행 주식을 취득하였다가 그 주식을 D(내국인)에 명의신탁한 사례입니다. 이에 대하여 위 대법원 판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C회사 발행 주식의 실제소유자는 A가 아니라 B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해외 SPC를 주식의 실제소유자로 보아야 하는지

가. 위와 같은 결론을 해외 SPC를 통한 국내주식취득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리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면,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해외 SPC를 통하여 국내주식을 취득한 내국인에 대하여 상증세법 제45조의 2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론은 타인명의로 재산을 은닉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상증세법 제45조의 2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 즉, 일반적인 경우에 해외금융기관에 대하여 국내 조세당국의 조사권이 미치지 아니하는바, 해외 SPC가 취득한 국내 주식의 양도소득이나 배당소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국내인을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실제투자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가산세를 더 납부하는 것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증여세부과라는 불이익 마저 사라진다면, 해외 SPC를 통한 재산은닉이 발각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발각되더라도 그로 인하여 입게 되는 불이익도 크지 않은 이상 누구라도 일단 해외 SPC를 통해서 재산을 숨기려 할 것입니다.

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 대법원 판례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대법원이 위 판결에서 B(해외 SPC)가 주식의 실제소유라고 판단한 근거 중 “B는 자신의 명의로 주식매매계약 및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금을 지급함으로써 설립 당시부터 예정된 목적대로 C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판시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위 대법원 판례는 B가 자신의 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B를 주식의 실제소유자로 인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이와 달리 B가 자신의 자금(B의 자금으로 적법하게 편입된 자금)이 아닌 A의 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B를 주식의 실제소유자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