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자원회수시설 위∙수탁 운영협약에 따른 고정비 미집행액 회수 적법한가

-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60588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피고(지방자치단체)는 원고와 사이에, 피고의 자원회수시설과 부대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의 운영 및 유지관리 등 용역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 위∙수탁 운영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i) 위탁운영비용은 비정산비용(고정비)과 정산비용(변동비)으로 구분하되 연간총액으로 계약하여 매월 지급한다. 정산비용은 화공약품 등 약품비와 소모자재비, 검사대행료, 시설물 유지보수비, 연료비, 분석의료비, 전력비, 수도료, LNG 요금, 그 밖에 피고의 요구에 따라 시행되는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이고, 비정산비용은 정산비용을 제외한 노무비, 경비 등의 모든 비용이다(제9조 제1, 2항).

(ii) 제세공과금이 변경된 경우(제1호), 관련법규 및 시설의 변경이 있는 경우(제2호), 그 밖에 변동의 사유로 상호 협의한 경우(제3호)에는 상호 협의하여 계약금액(위탁운영 비용)을 변경할 수 있다(제9조 제3항).

(iii) 위탁운영비용 정산은 연 1회로 하고, 매 회계연도말까지의 실적을 익년 1월 말일까지 정산한다(제12조).

(iv) 원고는 관련법규에 요구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인원을 이 사건 시설 현장에 배치하여야 하고, 운영인력은 42명으로 하되 안정적인 운영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 서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제13조 제1, 2항).

피고는 매년 전문용역업체에 적정한 연도별 위탁운영비용의 산출을 의뢰하였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원고와 연간 총위탁운영비용을 계약금액으로 하는 기술용역표준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는 2016년도 민간위탁 사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하여 노무비와 복지후생비 등 비정산비용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 중 집행되지 않은 약 9억원(이하 ‘이 사건 미집행액’)을 확인하고, 원고로 하여금 이를 피고에게 납부토록 하여, 원고가 이 사건 미집행액을 피고에게 납부한 후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미집행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이 사건 미집행액을 원고가 그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원고가 원가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비정산비용의 미집행금액을 증가시켜 이윤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적정 비정산비용을 산정함으로써 과다경쟁을 방지하고 이 사건 시설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당초의 의도를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ii) 인건비 등은 자원회수시설의 구체적 여건에 맞는 적정인원이 근무할 것을 전제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운영비용에 해당한다. 그 일부가 목적에 맞게 집행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 협약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운영비용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미집행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 이 사건 협약은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사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시설의 운영을 위탁하고 그 위탁운영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용역계약으로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한 사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ii)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위탁운영비용 정산의무의 존부는 민사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이를 소송물로 다투는 소송은 민사소송에 해당한다. 원심이 이 사건 소송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하였더라도, 행정사건의 심리절차는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특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민사소송 절차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iii) 이 사건 협약에 따르면, 이 사건 시설의 위탁운영비용은 정산비용과 비정산비용으로 구분하여 연간총액으로 계약하는데, 인건비를 비롯한 비정산비용은 정산하지 않고, 정산비용 항목에 대해서만 연 1회 정산하기로 되어 있다(제12조). 따라서 수탁자인 원고가 위탁운영비용 중 비정산비용 항목을 일부 집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탁자인 피고에게 그 미집행액을 회수할 계약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iv) 원심의 판단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비정산비용 항목의 운영비용도 변경될 수 있고 미집행액을 피고가 회수할 수 있겠으나, 원칙적으로 이 사건 협약 제9조 제3항에서 정한 계약금액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서 계약금액 변경을 위한 ‘상호 협의’란 쌍방 당사자의 합의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v) 인건비 등의 일부가 집행되지 않은 것이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수탁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피고가 그 의무불이행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협약은 수탁자인 원고가 이 사건 시설의 위탁운영 과정에서 반드시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인원을 모두 고용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인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13조 제2항). 따라서 인건비 등이 일부 집행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협약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vi)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미집행액을 반환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가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 미집행액을 계속 보유하고 자신들의 이윤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해서 이 사건 협약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운영비용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vii)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미집행액 회수를 위하여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이 판결의 의의

행정소송으로 제기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제기한 경우, 관할법원인 행정법원으로 이송한다는 판결을 함에 반하여(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등), 민사사건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한 경우에는 대법원은 ‘행정사건의 심리절차는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특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심리절차 면에서 민사소송 절차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고 종전에 판시하였는데, 이 사건에서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계약서 상 ‘비정산비용(고정비)’라고 되어 있는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등)는 일관된 대법원의 ‘사법상 계약’에 있어서의 ‘계약 해석의 원칙’을 ‘지방자치단체와 사기업 간의 자원회수시설 위∙수탁운영협약’의 해석에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선례적 의미가 있는 판결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