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발행위허가 세부기준을 정한 조례의 광범위한 재량권

-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40744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피고(A지방자치단체) 도시계획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제2호(이하 두 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조례 조항’)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군도, 면도 등 주요도로에서 1,000미터 내’ 와 ‘10호 이상 주거밀집지역, 관광지, 공공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500미터 내’의 태양광발전시설 입지를 제한하고 있고, 이 사건 조례 제 23조의 2 제3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하는 경우나 자가소비용 및 건축물 위에 설치하는 경우 등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하여, 이 사건 조례 조항에 따른 이격거리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하여 피고에게 개발행위 허가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개발행위 불허가처분을 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개발행위 불허가처분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조례 조항이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의 이격거리를 획일적으로 제한하여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가부 등에 관한 판단의 여지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그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 파기 환송

대법원은, 이 사건 조례 조항은 법률상 위임근거가 있고,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여 적법하다면서, 원심의 판단에 조례에 대한 법령의 위임과 위임범위 일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나. 조례에 대한 법률상 위임근거가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례조항이 법률상 위임근거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1)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자치사무와 관련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서 할 엄격성이 반드시 요구되지는 않는다.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대법원2017. 12. 5. 선고 2016추5162 판결, 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 279 결정 등 참조).

(2) 비록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이라 한다)이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의 이격거리 기준에 관하여 조례로써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지는 않으나, 조례에의 위임은 포괄 위임으로 충분한 점, 도시∙군계획에 관한 사무의 자치사무로서의 성격, 국토계획법령의 다양한 규정들의 문언과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조례 조항은 국토계획법령이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도시∙군계획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하고(국토계획법 제2조 제2호,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4호 참조). 국토계획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군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제18조 제1항),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의 지정 또는 변경을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하며(제36조 제1항, 제37조 제1항), 도시∙군관리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면 미리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제21조 제1항), 지정된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에서의 건축물의 종류 및 규모 등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제76조 제2항). 이처럼 국토계획법 자체에서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도시∙군계획이나 조례의 형식으로 건축행위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수립할 권한을 위임하는 다양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의 이격거리에 관한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군계획의 형식으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사항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군계획을 수립할 때 적용하여야 할 구체적인 기준을 지방의회가 조례의 형식으로 미리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ii)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는 개발행위허가의 신청 내용이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실태 또는 토지이용계획, 건축물의 높이, 토지의 경사도, 수목의 상태, 물의 배수 등 주변 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그 허가의 기준은 지역의 특성, 지역의 개발상황, 기반시설의 현황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구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1항 [별표 1의 2] ‘개발행위허가기준’ 제1호 라.목 (1), (2)는 개발행위로 건축 또는 설치하는 건축물 또는 공작물이 주변의 자연경관 및 미관을 훼손하지 아니하고, 그 높이∙형태 및 색채가 주변건축물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도시∙군계획으로 경관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에 적합하여야 하고, 개발행위로 인하여 당해 지역 및 그 주변지역에 대기오염∙수질오염∙토질오염∙소음 진동 분진 등에 의한 환경오염∙생태계파괴∙위해발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의 이격거리에 관한 기준은, 위와 같이 국토계획법령에서 추상적∙개방적 개념을 사용하여 정한 개발행위허가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비록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위 국토계획법령 조항들도 이 사건 조례 조항의 위임근거로 볼 수 있다.

(iii) 한편, 이 사건 처분 후인 2017. 12. 29. 대통령령 제 28553호로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1항 [별표 1의 2] ‘개발행위허가기준’이 개정되어 제2호 가.목 (3)에 “특정 건축물 또는 공작물에 대한 이격거리, 높이, 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도시ㆍ군계획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위 시행령 개정 전이라고 하여 이 사건 조례 조항의 위임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태양광발전시설설치의 이격거리에 관한 기준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은 국토계획법령의 규정 내용으로부터 도출되는 사항이므로, 위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은 이를 주의적ㆍ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종전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실무상으로 이격거리ㆍ높이ㆍ배치 등에 관한 기준을 ‘조례 ’의 형식으로 정한 경우뿐만 아니라 행정내부의 사무처리기준인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침 ’의 형식으로 정한 경우가 있었으나, 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조례 ’의 형식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iv) 또한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정한 구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2018. 4. 18. 국토교통부훈령 제 9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토교통부훈령’)은 허가권자가 국토계획법령에서 위임하거나 정한 범위 안에서 도시∙군계획조례를 마련하거나 법령 및 이 지침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여 개발행위허가제를 운영할 수 있고(1-2-2),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지역특성을 감안하여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높이ㆍ거리ㆍ배치ㆍ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다[3-2-6(3)]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교통부훈령 조항들도 위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나 허가권자에게 법규제정권한을 부여하는 창설적ㆍ형성적 규정이 아니라, 국토계획법령의 규정 내용으로부터 도출되는 사항을 주의적ㆍ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 국토교통부훈령 조항들이 이 사건 조례 조항의 위임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

나아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례조항이 국토계획법령에서 위임한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법령에서 조례에 위임을 한 경우 조례가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법령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위임 규정의 문언에서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범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그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함으로써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데에서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두2507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조례 조항의 위임근거가 되는 국토계획법령 규정들의 문언과 내용, 체계, 입법취지 및 아래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조례 조항이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군도, 면도 등 주요도로에서 1,000미터 내’와 ‘10호 이상 주거밀집지역, 관광지, 공공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500미터 내’의 태양광발전시설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고 하여 국토계획법령에서 위임한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i) 국토계획법 제56조 제1항에 의한 개발행위허가는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 개발행위허가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는 이러한 광범위한 재량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행위허가에 관한 세부기준을 조례로 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ii) 이 사건 개발행위 불허가처분이 내려진 지역은 북, 동, 남 3면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전체 면적 중 임야가 81.4%를 차지하며, 000국립공원, 00자연휴양림 등이 속해 있어 자연환경과 산림보전의 필요성이 크다. 태양광발전시설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훼손의 문제점과 지역의 지리적∙환경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례조항은 태양광발전시설이 주변 환경 및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환경오염, 생태계파괴, 위해발생 등의 우려가 없도록 국토계획법령의 위임범위 내에서 이격거리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격거리를 획일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하여 국토계획법령의 위임취지에 반한다거나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없다.

(iii) 도시계획 조례 제23조의 2 제3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하는 경우나 자가소비용 및 건축물 위에 설치하는 경우 등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하여, 이 사건 조례 조항에 따른 이격거리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례 조항을 포함한 청송군 도시계획 조례가 청송군 내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의 설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iv) 설령 이 사건 조례 조항으로 군 내 대부분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의 설치가 제한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군 내에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의 이격거리규제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이상, 이러한 결과만을 가지고 국토계획법령의 위임 취지에 반한다거나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

(v) 이 사건 조례 조항에서 주요도로를 기준으로 한 이격거리 기준(1,000미터)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지침 등과 비교할 때 다소 엄격한 점은 인정되나, 지역마다 환경과 특성이 달라 태양광발전시설이 주변 환경 및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지침과 편면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법률의 조례에의 위임은 포괄 위임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심사 시, 행정청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신중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를, 개발행위허가에 관한 세부기준을 정한 조례의 위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