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조달 이야기] 미국방부 JEDI계약과 미정부조달 계약 방식



엄태진 미국변호사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논란을 불러 일으킨 미 국방부 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클라우드 계약은 100억불 예산으로 향후 10년간 미국방부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용하는 계약으로 미연방 IT조달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스타워즈 영화를 연상시키는 약자 ‘JEDI’는 이 프로젝트가 향후 인공지능과 더불어 미 국방력의 우위를 지키는데 핵심전력이 될 것으로 보여, 영화의 내용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물론 프로젝트를 ‘SKYNET’이라고 명명하지 않은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국방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클라우드 시스템이 필요 불가결한 것이며, 이러한 미래 전략이 향후 중국, 러시아 대비 군사력 우위를 지키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IT업계의 강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이 입찰 경쟁에 뛰어든 후, 클라우드 시장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미 CIA 클라우드 프로젝트 등 많은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 수행실적을 보유한 아마존이 단독 수주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였으나, 국방부 관계자의 이해충돌 (conflict of interest) 혐의로 행정소송이 제기되는 등 많은 잡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25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JEDI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발표되어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bid protest (입찰 불복 행정소송), debriefing (입찰 탈락 이유에 대한 공식 설명 요구)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JEDI계약은 IDIQ (Indefinite delivery, indefinite quantity “아이디아이큐”)계약으로, 연방조달, 특히 IT계약의 상당수가 IDIQ 계약입니다. 명칭자체가 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의외로 단순한데, 계약 기간 동안 조달되는 기간과 양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고객 (정부)의 필요에 따라서 조달이 진행된다는 의미입니다. IDIQ계약과 같은 방식을 비유적으로 정부계약자들이 타고 내리는 ‘계약 (운송) 수단’ (contract vehicle)이라고 일반명사를 사용하여 부르기도 하고, 유사한 계약 형태로는 GSA 스케줄, MAS (Multiple Award Schedule), IT조달에서 많이 사용하는 GWAC (Governmentwide Agency Contract) 등 다양한 명칭들이 있어서 미연방조달을 처음 접하는 경우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들 계약방식의 세부적인 내용은 각기 조금씩 다르더라도 공통적인 특징은 최초에 정부와 서비스 또는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기간 동안에 정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서비스나 물품을 공급하는 실재 매출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IDIQ 계약을 정부와 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수행능력, 인증 등 기본적인 요건을 충적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 대비 이미 우위를 점한 것이기는 하나, IDIQ계약을 보유한 회사들이 두 개사 이상인 경우, 계약 수행 기간동안 계속 경쟁을 해야 합니다. 즉 개별 Task Order에 별도의 제안서를 작성하여야 하는 등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JEDI계약의 경우, 국방부가 보안성과 효율성을 사유로 아마존 1개사 만을 JEDI계약 수주 대상으로 선정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경쟁사들이 연방정부가 아마존을 불법적으로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불만을 토로하였고, 오라클사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스케줄 계약의 공략 방안

스케줄 계약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미연방정부 계약의 특성 및 절차에 대하여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합니다. 독자적으로 미연방조달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 미연방IT조달에서 많이 사용되는 ‘GSA 스케줄 (Schedule) 70’ 이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GSA 스케줄 계약을 체결하기 까지는 최소한 1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재무상태, 사업경험 (2년 이상) 등 기본 자격 사항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미연방정부 조달 진출의 문을 두드리는 초기에는 연방정부와의 직접적인 계약을 노리는 정공법과 동시에,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연방조달에서 수주특혜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 소유기업, 퇴역군인 소유기업 등과 기술협력 등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나, 이러한 기업에 투자를 통하여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정부조달계약 수행 경험이 있는 우리기업들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기회를 공동으로 모색한다는 협상카드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정부조달계약의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서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현지 법인 설립은 매우 간단한 절차이나, 정부와 계약 시 많은 유리한 점이 있으며, 특히 자국기업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법인설립은 각 주의 관할 사항이기 때문에 미국진출 시 해당 주, 로컬 정부로부터 어떠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조사하고, 세금감면, 주정부 조달혜택 등을 협상한 후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연방조달에서 특혜 지위를 받기 위해서는 주주의 일정 비율 이상이 미국 시민이어야 하는 조건이 있으며, 안보와 관련된 계약을 수행하는 기업의 경우 보안증명 (Security Clearance) 요건이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국방 등 특수 분야에 있어서는 시민권이나 기타 추가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니, 사전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참고로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수나 투자 시에는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데 이를 통상 “CFIUS”라는 약어를 사용하여 지칭합니다. 즉 미연방법 Exon-Florio Act에 따라서 외국인에 의한 인수, 투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 이를 행정부가 금지할 수 있습니다. 재무부, 국방부, 국무부, 상무부 등 16개 부처의 대표로 구성된 CFIUS(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에서 심의를 하며, 위반 시 사후에 M&A 등이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미중 무역마찰과 더불어 중국 투자자들의 미 기업 인수를 연방정부가 여러 차례 금지함에 따라서 CFIUS 이슈가 언론에서도 재조명된 바 있습니다.

한가지 더 강조할 점은 계약수행 관련 컴플라이언스 조항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약 체결 시 컴플라이언스 질의서에 서명을 하여야 하는데, 서명 전에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추후에 법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국 현지 기업의 하청계약으로 연방조달 계약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컴플라이언스 항목이 “flow-down” (하청업체가 주계약자와 같은 의무를 지는 경우를 지칭)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사전에 명확히 인지하여야 합니다. 참고로 JEDI계약 분쟁에서 원고 오라클이 제기하는 이슈 중에 하나가 연방정부가 아마존을 선호하는 과정에서 전, 현직 공무원의 정부-사기업 간 이해관계 개입을 제한하는 이해충돌 (conflict of interest) 관련 연방법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IT기업을 비롯한 우수기업들이 미정부조달 진출기회를 잘 활용하여 활로를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