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카합21290 가처분 결정
이혁 변호사
1. 서론 : 주주총회에 있어서 정족수 계산 방법 주주총회의 결의요건에 대하여 상법은 ①보통결의의 경우, ‘i)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ii)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상법 제368조 제1항) ②특별결의의 경우, ‘i)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이상과 ii)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의 찬성(상법 제434조)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요건 중 i)부분을 통상 ‘의결정족수’로 ii)부분을 ‘의사정족수’ 또는 ‘성립정족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위 의결정족수와 의사정족수 요건 모두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상법에서는 주주총회의 결의에 있어 a)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종류주식, b)자기주식, c)상호보유주식에 대하여는 각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71조 제1항). 한편, 상법 제371조 제2항에서 z)특별이해관계인 소유의 주식, y)감사선임 안건과 관련하여,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를 초과하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하여는 각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법 제371조 제2항에서는 특별이해관계인 소유 주식과 3% 초과 주식에 대하여는 제371조 제1항과는 달리 정족수 계산에 있어 ‘발행주식총수에는 산입’하되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만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1
1‘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는 해당 주식에 대하여는 총회 안건에 대하여 ‘기권’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결과적으로는 ‘반대’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처리되는 것과 동일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위와 같은 상법 제371조 제2항 규정에도 불구하고 3% 초과 주식에 대하여는 학설상 제371조 제1항과 같이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대법원 역시 동일한 입장인데(대법원 2016다222996 판결) 본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습니다.
2. 문제의 소재
위와 같이 상법은 어느 주식에 대하여는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총회의 개최 자체와 관련된 의사정족수(성립정족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하고 있는 반면(상법 제371조 제1항), 또 어느 주식에 대하여는 의사정족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단지 의결정족수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71조 제2항). 이와 관련하여 가처분결정에 따라 의결권행사가 금지된 주식에 대하여는 상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과연 정족수 계산에 있어 위 주식에 대하여는 상법 제371조 제1항과 2항 중 어느 조항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결권행사가 금지된 주식에 대하여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커다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체 발행주식총수가 100주였던 A회사가 있는데, 20주를 새로 발행하였고 이 20주에 대하여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으며, 이사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에 25주(의결권행사가 금지된 주식이 아닌 정상적인 주식)를 가진 주주 1인이 혼자 출석하여 찬성결의를 한 경우를 상정할 때, 만약 의결권행사가 금지된 20주에 대하여 발행주식총수에 산입은 하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처리하는 경우(상법 제371조의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 이하, “상황1”)와 위 20주를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지 않는 경우(상법 제371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경우, 이하, “상황2”)에 있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황1의 경우, 의사정족수(성립정족수)가 발행주식총수 120주의 1/4에 해당하는 30주이므로 25주는 의사정족수 자체를 갖추지 못하여 이사선임 안건은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되는 반면, 상황2의 경우 의사정족수가 발행주식총수 100주의 1/4인 25주이므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고 이 25주가 모두 안건에 찬성하였으므로 결의정족수(출석의결권수의 과반수) 또한 충족하여 이사 선임안건은 적법하게 통과된 것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과연 상황1과 상황2 중 어느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3. 판례의 태도
실무에서도 이러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과거 대법원 97다506196 판결(1998. 4. 10. 선고)을 참고해 처리를 해오곤 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위 판례의 태도에 따라 예시된 사례를 해결하는 경우에는 상황1과 같이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판례 사안은 주식 자체가 적법ㆍ유효하게 발행된 것에는 다툼이 없으나 해당 주식이 (예를 들어) “갑”주주 소유이냐 아니면 “을”주주 소유이냐에 다툼이 있어 “갑”과 “을” 중 누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지와 관련된 사안이므로 이와 달리, 만약, 다툼이 된 주식의 발행자체가 문제가 되어 의결권행사가 금지된 주식의 경우에는 위 판례가 적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즉, 위 판례는 주식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이냐에 대한 다툼만 있을 뿐 해당 주식이 적법ㆍ유효하게 발행된 것은 분명하므로 총회 정족수 계산 시 해당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견상 동일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경영권분쟁상태에서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제3자 배정방식을 통하여 발행한 주식 등과 같이 해당 주식의 발행 자체에 효력이 다투어지고 있어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이 내려진 경우에는 위 대법원의 사례와 다르므로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의 가처분결정(2019카합21290 결정)이 나와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해당 결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결정에 따라 예시된 사례를 해결하는 경우에는 상황2와 같이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4. 위 결정의 의미
위 결정은 외관상으로는 동일하게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이 내려진 주식이라 할지라도, 그 의결권행사금지가 이루어진 이유가 [주식의 발행자체에는 하자가 없으나 그 주주권의 귀속에 다툼이 있어 의결권행사금지가 내려진 경우]인지 아니면 [주식발행자체에 대한 효력이 문제가 되어 해당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행사금지가 내려진 경우]인지를 구별하여, 정족수 계산 시 전자의 경우에는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는 것이 타당하나 후자의 경우에는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여서는 안 된다고 본 것으로, 그 간의 실무상 논란과 관련하여 상당한 의의를 갖는 결정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경영권분쟁상태에 있는 회사의 경우, 기존 경영진과 우호적인 자에게 일단 제3자배정방식으로 주식을 발행한 뒤 해당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도,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이 내려진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여 경영권 분쟁 상대방의 의결권지분을 희석시켜버리는 방어 방법을 취하곤 하였고, 위 가처분결정 사례도 유사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단 (무효여부가 다투어지는) 신주를 발행한 뒤 해당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내세웠던 논거는 위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판시 내용과 신주발행무효의 판결은 장래에만 그 효력이 있다는 상법 제431조 제1항2 이었습니다. 즉, 발행된 신주가 무효로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장래에만 미치는 것이므로 주주총회 당시에는 아직 해당 주식에 대하여 무효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유효한 주식인 것이고 따라서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위 가처분 결정에서도 역시 주장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2제431조(신주발행무효판결의 효력) ①신주발행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신주는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경우 판시 내용에서도 ‘주식 자체는 유효하게 발행된 경우’에 관한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점에서 위 주장의 논거로는 적절치 않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신주무효판결이 장래에 관하여만 효력이 미친다는 논거와 관련하여 보면, 위 상법의 규정은 거래의 안전 또는 법적안정성을 고려하여 해당 무효인 주식에 대한 주금납입(현물출자 포함)과 이익배당, 해당 주식을 통한 의결권행사, 해당 주식의 양도 등 해당 주식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기존의 법률적 행위를 유효하게 보겠다는 것으로 의미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주총회의 의결정족수를 계산함에 있어 해당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히 주주총회라는 회사의 의사형성 과정에서 정족수 계산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문제에 불과할 뿐 그 자체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거래의 안전 또는 법적안정성에 관한 고려대상으로 볼 수도 없는 단순 사실적인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발행 자체의 효력여부가 다투어지는 주식에 대하여도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로 신주발행무효판결의 장래효를 내세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위 가처분 결정의 판단은 가처분의 기본취지와 정족수 계산과 관련한 상법의 기본적인 태도 및 대법원의 판결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정 내용에 따라 앞으로, 특히 경영권분쟁상태에서 발행된 신주와 관련한 정족수 계산에 있어 불필요한 다툼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