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조달 이야기] 미연방조달 외국산 제한 규정



엄태진 미국변호사




2020년 새해 첫 번째 미정부조달에 관한 이야기로 언론에서 심심찮게 등장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미 행정부 및 의회에서도 종종 인기몰이 전략으로 사용하는 ‘바이-아메리칸(Buy American)’을 비롯한 미연방조달 외국산 제한 규정의 정확한 의미 및 관련 이슈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 보려고 합니다. 우리기업들이 미정부조달 프로젝트를 검토하는데 있어서 외국산 제한 규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매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연방조달 외국산 제한 규정의 핵심은 미연방정부의 재원이 구매 등에 사용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며, 미정부가 만약 법적 허용 범위를 벗어나서 연방조달이나 민수시장에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조약 위반을 비롯한 각종 법적 이슈를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물론 외국산 제품을 연방 조달에 있어서 제한하는 것은 반덤핑제재, 수출통제(export control)와 같은 상무부(또는 국무부)의 무역제재나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각종 경제·무역제재와는 구분되며, 미국 정부 및 민수 시장 수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은 이와 같은 다양한 무역제재 관련 법령들의 적용여부에 관하여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Buy American Act (바이아메리칸 법)

서두에서 ‘바이-아메리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와 같이 때때로 일반명사와 같이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하는 Buy American Act (BAA, 바이아메리칸 법)는 정확히 말하면 미 연방조달 입찰 시 외국산 제품에 가격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미국산제품을 우대하는 법령입니다. 즉 외국산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 간접적인 외국산제한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Buy American Act로 인하여 우리나라 제품은 미국정부조달 입찰 시 항상 불이익을 받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고려되는 것이 바로 약 20여년 전 우리나라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WTO와 그 부속협정인 정부조달협정(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GPA)인데, WTO 정부조달협정은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협정 가입 국가 간 조약(treaty)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미연방법에서는 미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과 무역협정(WTO GPA, FTA 등)을 맺은 국가들에 한하여 Buy American Act에 따른 외국산 조달 제한 규정을 일부 면제(waive)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WTO 정부조달협정 가맹국인 동시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는 두 무역협정에서 양허된 부문에 한해 Buy American Act의 외국산 차별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양허금액, 정부기관 기준, 국방관련, 소기업,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혜 등과 같이 WTO 정부조달협정 양허대상에서 제외된 분야에는 외국산제한 규정이 존재합니다.

한편 Buy American Act 적용여부를 분석할 때 중요한 점이 Buy American Act의 적용 예외 규정(즉 외국산 구매가 가능한 분야)인데,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하의 구매, IT상용품(commercially available off-the-shelf, COTS) 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Buy American Act가 무역협정에 의하여 일부 면제(waive)될 수 있으나, 그 면제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이와는 별도로 Buy American Act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관련 법령의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기도 하고 법령, 무역협정, 기준금액 등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구체적 품목 및 입찰 기회 관련하여서는 전문가와 협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 각 주정부의 주권(sovereignty) 원칙에 의거하여, 각 주별로 여러 무역협정에 대한 양허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 시 각 주, 지방정부 조달 가능성에 대하여서도 별도의 법적 분석을 하여야 합니다.

한편 Buy American Act는 종종 유사한 명칭의 Buy America Act (바이아메리카 법)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후자는 연방정부가 주정부, 지방정부 등에 재원 교부(grant)를 통하여 고속도로 등 인프라 시설 건설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는 경우 미국산을 사용하도록 조건을 다는 간접적인 규제입니다. 연방 재원교부와 관련된 이러한 유형의 외국산규제는 여러 법안들을 통하여 시행되고 정치적 목적으로도 빈번히 사용되기 때문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입찰 기회나 품목을 중심으로 검토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erry Amendment

Berry Amendment(베리수정법)는 미연방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DOD) 조달에 있어서, 의류, 특수금속 등 일부 지정된 품목은 100% 미국산 제품 만을 구매해야 한다는 별도의 연방조달 외국산제한 규정으로, Buy American Act와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미 국방부 조달 시 이러한 자유무역 예외규정이 용인되는 것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물자 조달의 경우 유사 시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항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실재로 WTO 정부조달협정 등 무역협정에서 많은 국가들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부분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Berry Amendment 하에서 보호를 받는 대표적인 품목이 군복인데, 미국방부에 조달되는 군복은 대부분 연방교도소에서 생산되어 연방조달법상 최우선구매자격(보통 ‘mandatory source’라고 칭함)을 부여 받으며, 2차 우선구매자격을 지니고 있는 중증장애인 관련 연방 기관인 NIB(National Industries for the Blind) 연계 기관에서 생산된 군복도 납품되고 있습니다.

한편 Berry Amendment 에도 다양한 예외조항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일정금액 이하의 조달, 상용품(commercially available off-the-shelf, COTS) 등이 그 예입니다. Berry Amendment 도 기타 관련 법규와 연계하여 변경될 수 있으므로, 특정 제품 및 입찰에 적용되는지 여부는 현행법 및 판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합니다. 또한 Berry Amendment의 다양한 예외 조항과는 별도로, 미국과 무역상대국이 ‘상호국방 MOU’를 체결한 경우에 적용되는 예외조항들이 있으며, 이는 해당 상호국방 MOU 내용를 참조하여야 합니다. 물론 미국과 상호국방 MOU 체결국이 아닌 우리나라 국적의 기업에게는 직접적으로는 적용되지 않겠으나, 만약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그러한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원산지 규정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는 관련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Kissell Amendment는 미연방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DHS)가 섬유, 의복, 신발 등 일부 지정된 품목을 구매하는 경우 적용되는 외국산제한규정으로서, 법안의 구조는 Berry Amendment와 흡사하나, 국토안보부, 특히 그 산하 TSA(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이나 Coast Guard에 조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Kissell Amendment 자체의 외국산제한 규정 및 예외조항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실무적 접근 방법

이상에서 주요 미연방조달 외국산제한규정 관련 주요 개념을 소개하였으나, 관련법령이 개정되기도 하며,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새로운 행정명령 등을 통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실무적으로는 구체적인 품목 및 입찰기회와 연계하여 관련 현행규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즉 우리기업이 미연방정부에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가 정해지면, 미연방정부 내 몇 개 부처를 잠재 타겟으로 선정하고, 최근의 입찰 관련 정보를 조사하여 조달 금액의 수준과 RFP(제안요청서) 등 공개된 문서 내 외국산제한관련 조항 및 현행 관계법령을 확인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한편 외국산제한 규정 적용여부 판단 시, 조달관이나 조달 관련 공식 문서에만 의존하는 것 보다는 당사자가 자체적으로 전문가와 협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주요한 이유는 미연방 판례법에서 유래한 크리스쳔 원칙(Christian doctrine)에 의거하여, 정부조달계약에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하는 조항이 있으나 체결된 계약에 그러한 조항이 빠진 경우 의무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즉 크리스쳔 원칙에 따라서 Buy American Act 등 미연방조달법상 의무 조항이 조달계약에 삽입되어 있지 않는 경우에 법원이나 해당 정부기관에서는 그러한 조항이 마치 계약 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되며, 이는 조달담당관이 착오로 의무조항을 삽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우리기업은 법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관련 이슈를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맺는 글

사업 초기에 복잡다단한 외국의 법령을 검토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면서 해외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기업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 간다는 생각으로 관련 제도 및 규정에 대하여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면, 무역협정 비가맹국을 비롯한 여타 기업들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고 차별성을 갖추어 미연방조달은 물론 다른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