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방법원 2019. 8. 28. 선고 2018구합104220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개요
A회사는 복수노조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A회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제공하였으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에게는 사업장으로부터 2km 가량 떨어진 곳에 사무실을 제공하였습니다.
이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은 위와 같은 사무실의 차별적 제공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시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차별적으로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정하였습니다.
이후, A회사는 위와 같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만을 부여하였다면 이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의 경우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에게 이 사건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참가인을 차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부여되는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하여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사항 즉,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상 노동조합 사무실에 관한 규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인 참가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에도 노동조합 사무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참가인의 노동조합 활동에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조합원 모집과 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기본적인 조합 활동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활동은 주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특성상 원고가 조합의 활동공간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경우 참가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조차 용이하게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할 장소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참가인보다 구성원이 훨씬 적은 노동조합에게는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참가인에게는 사업장으로부터 약 2km 떨어진 곳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③ 노동조합사무실은 조합원 수 등 노동조합의 규모, 노동조합 사무소의 필요성, 사업장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규모로 제공되면 될 뿐이지 사용자가 모든 노동조합에 동일한 크기의 사무실을 제공하여야 할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는 참가인에게 다른 노동조합에 제공한 사무실보다 작은 사무실을 제공하여도 무방하고, 이 사건 사업장에는 사용되지 않는 빈 공간들이 있거나 기존 공간의 적절한 재배치로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업장 정도의 규모에 필요최소한의 공간으로서 작은 사무실 1곳을 마련할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의의
위 판결의 법리에 비춰보면, 복수노조를 갖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각 노조의 규모나 사업장의 여건 등에 비추어 각 노동조합이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제공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것입니다. 특히, 위 사안과 같이 사무실을 제공해주기는 하였으나, 그 위치가 사업장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어 각 노동조합이 효율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에, 복수노조를 갖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가능한 사업장 내에 각 노조의 사무실을 제공하여 노동조합의 효율적인 활동을 보장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공되는 사무실의 규모는 각 노동조합의 규모나 사업장 여건에 비추어 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