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두47629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울산광역시장은 울산하이테크밸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을 직접 사업시행자가 되어 시행하기 위하여, 2007. 5. 11.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이하 ‘산입법’)에 따른 일반산업단지 지정∙고시를 하였는데, 그 고시문에는 산업단지의 명칭, 위치, 면적, 산업단지 지정목적, 사업시행자, 사업시행기간 및 방법, 주요 유치업종의 배치계획, 토지이용계획 및 주요 기반시설계획, 수용 및 사용할 토지등의 세목과 관계인의 성명 및 주소가 기재되어 있고, 그 수용 및 사용할 토지등의 세목에는 계쟁 대상인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1995. 8. 31.부터 다른 장소에서 플라스틱 성형제조업을 영위하다가, 2007. 7. 6. 소유자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을 임차하여 사업장을 이전하였습니다.
울산광역시장은 2009. 3. 5.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이하 ‘산단절차간소화법’) 제15조에 따른 산업단지계획 승인 및 지형도면 고시를 하였습니다(산단절차간소화법 제15조에 따른 산업단지계획 승인 및 고시는 산입법에 따른 산업단지 지정∙고시 및 실시계획 승인∙고시가 동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의제됩니다).
2. 관련 법령 규정 및 이 사건의 쟁점
산입법 제22조는,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등의 수용∙사용권을 부여하면서(제1항), 산업단지의 지정∙고시가 있는 때(제6조 제5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 제7조 제6항, 제7조의2 제6항 또는 제8조 제4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와 수용ㆍ사용할 토지등의 세부 목록을 산업단지가 지정된 후에 산업단지개발계획에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이의 고시가 있는 때를 말한다)에는 토지보상법 제20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 22조에 따른 사업인정 및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는 것으로 보며(제2항), 산입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지보상법을 준용한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입법 제18조 제1항, 제21조 제1항 제1호는 일반산업단지의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지정권자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법 제19조의2 제3항은 지정권자가 실시계획의 승인을 고시하였을 때에는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이하 ‘토지이용규제법’) 제8조에 따라 지형도면을 작성∙고시하여야 하며, 이 경우 사업시행자는 지형도면 고시 등에 필요한 서류를 지정권자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토지이용규제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역∙지구 등’을 지정하는 경우에는 지적(地籍)이 표시된 지형도에 지역ㆍ지구 등을 명시한 도면(이하 ‘지형도면’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그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하여야 하고(제8조 제2항 본문), 그 경우 ‘지역∙지구 등’의 지정의 효력은 지형도면을 고시함으로써 발생하며(제8조 제3항 본문), ‘지역∙지구 등’의 지정과 운영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의 규정이 있더라도 토지이용규제법 제8조에 따른다(제3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i) 산입법에서는 ‘산업단지의 지정∙고시가 있는 때’(단, 사업시행자 및 수용ㆍ사용할 토지등의 세부 목록을 산업단지가 지정된 후에 산업단지개발계획에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이의 고시가 있는 때)를 토지보상법 상의 사업인정 고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으로 보고 있는데, (ii) 토지이용규제법에서는 지형도면 작성 및 고시 시점에 ‘지역∙지구 등’의 지정효력이 발생하고 다른 법률 규정에 우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응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법률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은,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을 (i) 산입법에 따른 산업단지 지정∙고시가 있은 2007. 5. 11.으로 볼 것인지, (ii) 토지이용규제법에 따른 지형도면 고시가 있은 2009. 3. 5.로 볼 것인지 여부이고, 어느 시점을 기준시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2007. 7. 6.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을 임차하여 산업단지 구역 내로 사업장을 이전한 원고가 손실보상(영업보상) 대상인지 달라지는 사건입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산입법에 따른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을 산업단지 지정∙고시가 있은 시점을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 토지보상법 제77조 제1항, 제4항의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규칙 제44조 제3항, 제45조는 토지보상법 제15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보상계획의 공고(동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는 경우에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 대한 보상계획의 통지를 말한다) 또는 토지보상법 제 2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은 날을 ‘사업인정고시일등’이라 약칭하면서, 토지보상법 제77조 제1항에 따라 영업손실을 보상하여야 하는 영업은 “사업인정고시일등 전부터 적법한 장소(무허가건축물등, 불법형질변경토지,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가 금지되는 장소가 아닌 곳을 말한다)에서 인적ㆍ물적시설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영업. 다만, 무허가건축물등에서 임차인이 영업하는 경우에는 그 임차인이 사업인정고시일등 1년 이전부터 부가가치세법 제 8조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하고 행하고 있는 영업을 말한다.”(제1호), “영업을 행함에 있어서 관계법령에 의한 허가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사업인정고시일등 전에 허가등을 받아 그 내용대로 행하고 있는 영업”(제2호)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ii) 이처럼 토지보상법령이 사업인정고시일을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 대한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업인정을 통해 수용 및 손실보상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며 , 사업인정 사실을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통지하고 사업시행자의 성명이나 명칭, 사업의 종류, 사업지역 및 수용하거나 사용할 토지의 세목을 관보에 고시함으로써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사업예정지 안에 있는 물건이나 권리를 해당 공익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수용당하거나 사업예정지 밖으로 이전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며, 사업인정고시일 이후로는 사업예정지 안에서 해당 공익사업의 시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리는 반면, 사업인정고시일 이후에 발생한 사정변경(권리의 취득, 허가받지 않은 개발행위, 영업의 개시)은 손실보상의 대상에서 배제하여 사업시행자가 해당 공익사업을 효율적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그입법취지가 있다.
(iii) 토지이용규제법 제3조, 제8조는 개별 법령에 따른 ‘지역∙지구 등’ 지정과 관련하여 개별 법령에 지형도면 작성∙고시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관계 행정청으로 하여금 기본법인 토지이용규제법 제8조에 따라 지형도면을 작성하여 고시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함이지, 이미 개별 법령에서 ‘지역∙지구 등’의 지정과 관련하여 지형도면을 작성하여 고시하는 절차를 완비해 놓은 경우에 대해서까지 토지이용규제법 제8조에서 정한 ‘지역∙지구 등’ 지정의 효력발생시기나 지형도면 작성∙고시방법을 따르도록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미 개별 법령에서 ‘지역∙지구 등’의 지정과 관련하여 지형도면을 작성하여 고시하는 절차를 완비해 놓은 경우에는 ‘지역∙지구 등’ 지정의 효력발생시기나 지형도면 작성∙고시방법은 개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5두38573 판결 참조).
(iv) 산입법은 산업단지와 관련하여 지형도면을 작성하여 고시하도록 하면서도, 이를 산업단지지정권자가 산업단지 지정∙고시를 하는 때가 아니라 그 후 사업시행자의 산업단지개발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하는 때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법자가 산업단지개발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형도면의 작성∙고시 시점을 특별히 정한 것이므로, 산업단지 지정의 효력은 산입법 제7조의 4에 따라 산업단지지정고시를 한 때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며, 토지이용규제법 제8조 제3항에 따라 실시계획 승인고시를 하면서 지형도면을 고시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v) 또한, 손실보상의 대상인지 여부는 토지소유자와 관계인, 일반인이 특정한 지역에서 공익사업이 시행되리라는 점을 알았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산입법에 따른 산업단지개발사업의 경우 “수용ㆍ사용할 토지ㆍ건축물 또는 그 밖의 물건이나 권리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세부 목록”이 포함된 산업단지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산업단지를 지정∙고시한 때에 토지소유자와 관계인, 일반인이 특정한 지역에서 해당 산업단지개발사업이 시행되리라는 점을 알게 되므로 산업단지지정고시일을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으로 보아야 하고, 그 후 실시계획 승인고시를 하면서 지형도면을 고시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
4. 이 판결의 의의
토지이용규제법에서 지형도면 작성 및 고시 시점에 ‘지역∙지구 등’의 지정효력이 발생하고 다른 법률 규정에 우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산입법 등 개별 법령에서는 ‘산업단지의 지정∙고시가 있는 때’(단, 사업시행자 및 수용ㆍ사용할 토지등의 세부 목록을 산업단지가 지정된 후에 산업단지개발계획에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이의 고시가 있는 때)를 토지보상법 상의 사업인정 고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으로 보고 있어, 그 해석 상 불분명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미 개별 법령에서 ‘지역∙지구 등’의 지정과 관련하여 지형도면을 작성하여 고시하는 절차를 완비해 놓은 경우에는 ‘지역∙지구 등’ 지정의 효력발생시기나 지형도면 작성∙고시방법은 개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함을 명확히 판시함으로써, 손실보상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기준시점 또한 산입법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산업단지의 지정∙고시가 있는 때’임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