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계약해제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요건 및 발생시점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6두59188 판결



이갑주 공인회계사




1. 문제가 된 사안

철도운송업을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는 원고는 2013년 토지 매매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피고(대전세무서장)에게 토지 양도소득에 대하여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납부했던 약 8,800억 상당의 법인세액을 환급해 달라고 경정청구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익금과 손금의 귀속시기는 계약해제일이 속하는 2013년사업연도로 봐야 하고, 계약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제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계약의 해제’는 관련 민사소송판결이 확정된 때에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에 대한 민사소송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하였습니다.

2. 후발적 경정청구제도 및 이 사건의 주요 쟁점

경정청구란 납세의무자 스스로 신고한 과세표준에 따라 세액이 과다 신고된 경우 또는 법정신고기한 후에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최초의 신고 또는 과세관청의 결정∙경정이 납세의무자에게 불리하게 된 경우에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에 이를 바로 잡아 결정 또는 경정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경정청구제도는 그 사유가 신고 시부터 원시적으로 존재한 것을 대상으로 하는 통상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1항)와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과세표준이나 세액의 계산의 기초가 되는 거래 또는 행위의 존재 여부나 그 법률효과가 달라지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후발적 경정청구(같은 조 제2항)로 나뉩니다.

법인세법은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는 그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권리확정주의는 실질적으로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의 실현을 전제로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인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전제를 상실하게 되므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에서 당초 사업연도의 익금 산입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후발적 경정청구는 납세의무 성립 후 납세의무의 근거가 소멸되는 등의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당초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에,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잘못된 당초의 과세에 대한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에 취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6두60201 판결).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대상 판결에서는 (ⅰ) ‘해제권의 행사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의 해제’가 법인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는지 여부(이하 “쟁점1) 및 (ⅱ) 계약해제의 유효여부에 관해 당사자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발생시점이 해제권의 행사시 인지 아니면 해제의 유효 여부에 관한 민사판결이 확정된 시점인지 여부(이하 “쟁점2)가 문제되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쟁점 1에 대하여

대법원은 ‘법인세에서도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에서 정한 '해제권의 행사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의 해제'는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된다. 다만 법인세법이나 관련 규정에서 일정한 계약의 해제에 대하여 ① 그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아니한 소득금액을 그 해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대한 차감사유 등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나 ② 경상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품판매계약 등의 해제에 대하여 납세의무자가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에 따라 그 해제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해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계약의 해제가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두10611 판결 등 참조)’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의 해제에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법인세에서도 계약해제는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는바(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두10611 판결), 원고는 철도운송업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 해제는 경상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품판매계약 등의 해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예외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쟁점 2에 대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규정한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의 입법 취지,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의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었음이 증명된 이상 그에 관한 소송의 판결에 의하여 해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상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하나인 ‘계약의 해제’와 관련하여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었음이 입증되기만 하면 해제에 관한 소송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된다고 명확하게 해석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법인세에서도 계약의 해제는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6두60201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두10611 판결 등)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실무상 재고자산(상품이나 제품)의 판매나 건설회사의 공사도급계약 또는 아파트 분양 등에서 계약의 해제가 빈번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의 해제가 법인세의 후발적 경정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① 계약의 해약으로 인한 익금과 손금이 그 해약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으로 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거나 ② 경상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품판매계약 등의 해제에 대하여 납세의무자가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에 따라 그 해제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해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하는데, 재고자산 매매계약의 해제나 법인세법 시행령 제69조 제3항에서 계약의 해제로 인한 손익을 그 해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 도급공사 및 예약매출(아파트 분양은 예약매출로 봄)을 포함하는 건설·제조 기타 용역의 제공에 관한 계약의 해제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결국 계약의 해제가 법인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고정자산에 관한 매매계약의 해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