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공인노무사
1. 머리말
해외수당, 해외파견수당, 해외주재수당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급되는 해외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수당이 있습니다. 이들 수당이 평균임금에 속하는지, 그래서 이들이 해외파견을 마치고 바로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을 산정할 때 이 수당을 평균임금에 산입해 계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기업 인사노무관리자들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이 논의는 진작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알았습니다. 해외파견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한 수당은 실비변상적 금품이거나 임시적 임금이므로 퇴직금 계산 시 평균임금에 산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대법원 90다카4683 판결). 그런데 2014년 대법원은 그와 반대의 결론에 이르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해외지역수당이 실비변상적 성격이 없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 산입돼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3다59333 판결). 2014년의 판결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도 현장에서는 일률적으로 해외근로자의 특별수당을 평균임금 산입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개 판결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고, 실질적인 적용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검토해 봅니다.
2. 대법원 판결의 입장
가. 대법원 1990.11.9. 선고 90다카4683 판결
"피고회사가 당초에는 국내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급여체계와 마찬가지로 국외에 주재하는 직원에 대한 급여체계에 있어서도 본봉-직책수당 등 근로의 대상으로서의 임금과 주택수당-차량구입비-연료비 등 실비변상적 내지는 복리후생적인 성격을 띤 급여 등을 항목별로 나누어 지급하여 오다가, 1981. 9.경 국외주재 직원에 대한 급여체계를 현지의 물가와 환율에 비추어 현실화시킴과 아울러 물가와 환율의 변동에 신속히 적용시킴으로써 국외 주재직원들의 실질생계비를 보장하고 국외 각 지역에 주재하는 직원들 사이의 임금 격차를 해소할 목적으로, 종래 항목별로 산출하여 오던 급여를 통합하여 미합중국 뉴욕을 기준으로 한 표준급여액을 정하고 이 표준급여액에 각국-도시 간의 생계비와 환율 등의 차이에 따른 지역별 조정지수(예를 들면 일본의 경우는 107/100, 영국의 경우는 111/100 등)를 적용하여 월급여를 산정하는 것으로 급여체계를 변경하여 국외 주재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회사의 국외 주재직원에 대한 급여체계가 이와 같다면 위에서 본 임금의 의의나 평균임금제도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국외 주재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지급받은 급여 가운데 동등한 직급호봉의 국내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초과하는 부분(월급여로 715만1,607원 - 71만4,636원)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실비변상적인 것이거나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무조건에 따라 국외주재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임시로 지급받은 임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에 국외주재직원에 대한 퇴직금의 액수를 산출함에 있어서 그 부분의 급여를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의 총액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 그 취업규칙이 무효일 리는 없는 것이다."
위 판시를 보면, 사건의 국외 주재직원들은 주재 도시의 생활물가를 반영해 국내의 같은 직급호봉의 월급을 초과하는 상당액의 임금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판결문상으로도 이 사건의 원고는 일본에 주재하고 있고, 많은 주재원들이 뉴욕과 영국, 일본에 가 있음이 추정됩니다. 위 판결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평균임금제도는 평소의 소득수준을 보장하려는 데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에 의해 산출된 금액이 현저하게 적거나 많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평균임금 산정에서 임시적인 임금 등을 제외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의미를 갖습니다. 아래의 판시가 그것입니다.
"평균임금제도를 둔 근본취지는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은 종전과 같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있는 것이므로, 만약 위와 같은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지급하여야 할 금액의 산출기초가 되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월간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이 특별한 사유로 인하여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을 경우에도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는다면, 이는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제도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바로 이러한 뜻에서 근로기준법 제19조 제2항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산출된 금액이 당해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저액일 경우에는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삼기로 규정하는 한편, 같은법시행령 제3조는 임시로 지불된 임금-수당 등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의 총액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위 판결은 일본에서 근무하던 해외주재원이 국내 근로자들보다 초과해 받은 월급은 실비변상적인 것으로 임금에 해당하지 않거나, 임시적인 임금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금품에 산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나. 대법원 2014.10.27. 선고 2013다59333 판결
"① … 해외지역수당은 기본연봉에 포함된 임금의 구성항목 중 일부로서 피고 회사에게 지급할 의무가 부과된 점, ② …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월 1회 급여 지급일에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어 온 점, ③ …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처음 근로계약체결 시 책정된 일정금액이 고정적으로 지급되어 온 점, ④ … 기본급의 66%의 비율로 그 액수가 상당한데,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근로자의 출-입국관련 비용(항공료 등)을 부담하고, 식사, 숙소, 비품, 근무복 등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어 원고 등이 이 사건 해외근무를 함에 따라 추가적인 실비가 발생할 여지가 크지 않은 점, ⑤ … 필리핀 현지에서 원고 등에게 현지화폐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국내의 급여계좌에 송금되었고, 다만 급여 중 일정액이 원고 등에게 현지화폐로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해외지역수당은 임금으로서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에 해당한다", "원고 등과 피고 회사 사이에 이 사건 각 해외지역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기본급만을 통상임금액으로 확정하고 퇴직금 산정에서도 제외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
이 판결 사건의 금품은 필리핀에 있는 조선소 근무 직원들에게 지급된 해외지역수당으로, 사실상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59333 판결(이하 '가 판결')과 같이 물가수준이 국내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국내 급여가치를 보전해 줘야 할 필요는 없었음이 분명합니다. 또한, 식사, 숙소 등이 제공되기 때문에 생활비를 보조해 주어야 할 실비변상의 필요성도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와 같이 실비변상의 필요가 없고, 역사적으로도 해외지역수당이 과거 실비변상금액에서 전환한 것이 아니며, 기본급의 일정 비율로 상당한 금액이라면 이 수당을 실비변상적인 급여가 아닌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차이 - 해외수당 지급목적과 취지에 따라 판단해야
위 두 개 판결에 대해 잘못 알려진 2가지의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59333 판결(이하 '나 판결')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 판결이 가. 판결을 변경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나. 판결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 통상 해외주재원에 대해 추가로 지급한 수당은 당연히 평균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보수규정도 아무런 갈등 없이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는 가. 판결의 논리는 폐기해야 하고 나. 판결에 따라 이제 해외주재원에게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전부 평균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나. 판결이 가. 판결의 법리를 변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나. 판결은 가. 판결의 법리를 충실하게 해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가. 판결은 해외주재원에게 지급되는 추가금품은 실비변상적인 돈이거나 임시적 임금에 불과하다고 한바, 나. 판결은 원고가 지급받은 해외지역수당이 실비변상적인 금품도 아니고 임시적인 임금도 아니라고 판단해 평균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가. 판결의 경우 주재하는 해외는 국내보다 물가수준이 높아 생활비가 많이 소요되고, 국내와는 별도의 주택과 차량을 구입하거나 임대해야 하는 사정이 발생하는 일본이나 서구국가이기 때문에 그 소비수요를 보전하기 위한 추가임금이 필요했습니다. 실비변상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그것을 임금으로 보지 않거나, 임금으로 보더라도 임시적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반면, 나. 판결의 주재국은 필리핀으로 국내보다 물가수준이 현저히 낮은데다 숙소와 식사가 제공됨으로써 오히려 실질임금 수준이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필리핀 조선소 근무자들에게 기본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외지역수당으로 지급했는데,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실비변상적 금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이 수당은 계속적-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이 분명해 이를 임시적 임금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와 같이 해외의 물가수준을 보전할 취지가 아닌 경우에도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에 추가해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는 위 나. 판결과 같이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하거나 사회환경이 취약한 곳에 파견되는 경우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즉, 중동이나 아프리카, 서남아시아와 같은 곳의 건설, 플랜트 공사 현장에 현장직 또는 관리직으로 파견되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파견지는 열대 기후와 이질적인 식습관, 공사기간 단축 등을 위한 고강도 및 장시간 근로, 폐쇄된 사회문화, 가족과 떨어지는 단신 부임 등 해외파견을 꺼리는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국내에서의 오지수당, 험지수당, 위험수당, 현장수당과 같은 성격의 특수수당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와 같이 열악한 근로조건하에 제공하는 근로라면 그 대가를 높은 수준에서 보상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열작업장 종사자에게 지급하는 고열수당, 감염이나 재해의 위험조건에서 근무하는 자에게 지급하는 위험수당에 대해 임금일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아래의 판례들을 보면 결국 나. 판결과 같은 성격의 해외수당은 평균임금에 산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사건 고열작업수당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당해 연도의 4월부터 9월까지 실제 변화된 온도를 고려하여 고열등급을 새로이 조정하지 않고 전년도 온도측정에 따라 확정된 고열등급대로 같은 공정 내의 사원들에게 같은 금액의 수당을 지급해왔고, 또한 일정한 공정에 투입된 고열작업장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전보-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하거나 일시적으로 결원이 생겨 작업반장이 공정별로 인원배치를 조정하지 않는 한 같은 공정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인바, 이러한 조건은 일시적-유동적 조건인 것이 아니라 고정적 조건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 고열작업수당은 고열작업수당이 지급되도록 정하여진 공정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들에 대해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일정한 금액이 매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41217 판결).
"기술수당은 일정한 기능을 보유한 직원에게 소정지급표에 따라 월정액으로 이를 지급하도록 하고(보수규정 제32조), 위험수당은 재해-질환의 감염 기타 신체적-정신적 위해를 수반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에게 이를 지급하도록 하고(보수규정 제30조)… 고정적-평균적으로 매월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 및 이에 준하는 수당으로서 근로의 질이나 양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 즉, 소정근로에 대한 대상이라 할 것이므로 이들은 모두 통상임금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서울지법 1989. 10. 26. 선고 88가합17288 판결).
4. 결론
이와 같이 국내의 동일직급 동일호봉 근로자에 비해 추가적으로 지급되는 해외파견 근로자에 대한 금품이 평균임금에 산입돼야 하는지 여부는, 해외 현지의 높은 생활비 소요를 보전해 주는 금품인지, 현재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의 대가인지에 따라 판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위 가. 판결 또는 나. 판결에 따라 평균임금 산입 여부를 결정하고 그에 맞춘 퇴직금 규정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금품 성격에 조응한 퇴직금 제도로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