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23723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종래 대법원의 입장
가. 원칙적인 입장
종래 대법원은, ‘청구부분이 특정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의 일부청구는 나머지 부분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소를 제기하거나 그 청구를 확장(청구의 변경)하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한 때에 비로소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긴다.’거나(대법원 1975. 2. 25. 선고 74다1557 판결), ‘채권자가 가분채권의 일부분을 피보전채권으로 주장하여 채무자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를 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피보전채권 부분만에 한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할 것이고 가압류에 의한 보전채권에 포함되지 아니한 나머지 채권에 대하여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76. 2. 24. 선고 75다1240 판결), 일부청구의 경우 나머지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나. 청구금액을 확장할 것을 표시한 경우
이후 대법원은, ‘한 개의 채권 중 일부에 관하여만 판결을 구한다는 취지를 명백히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소제기에 의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이 그 일부에 관하여만 발생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발생하지 아니하지만 비록 그 중 일부만을 청구한 경우에도 그 취지로 보아 채권 전부에 관하여 판결을 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그 청구액을 소송물인 채권의 전부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그 채권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그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신체의 훼손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그 손해액을 확정하기 위하여 통상 법원의 신체감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러한 절차를 거친 후 그 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소장에 객관적으로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그 소제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장에 기재된 일부 청구액뿐만 아니라 그 손해배상청구권 전부에 대하여 미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695 판결), 청구금액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소장에 명백히 기재하면서 일부청구를 한 경우에는, 나머지 청구 부분에 대해서도 소제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위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965 판결의 사안은 소장에 청구금액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기재하고, 실제로도 청구금액을 확장한 사안에 해당하는데, 만일 소장에 청구금액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기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청구금액을 확장하지 아니하고 소송이 종료된 경우에도 위와 같이 소제기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던바, 최근 선고된 대법원이 그에 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2.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23723 판결
가. 대법원 판시의 내용
대법원은, ‘소장에서 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권 중 일부만을 청구하면서 소송의 진행경과에 따라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하였으나, 당해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실제로 청구금액을 확장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채권 전부에 관하여 판결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에도 소를 제기하면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한 채권자로서는 장래에 나머지 부분을 청구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소송이 계속 중인 동안에는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가 표명되어 최고에 의해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채권자는 당해 소송이 종료된 때부터 6월 내에 민법 제174조에서 정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나머지 부분에 대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여, 소장에 청구금액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청구금액 확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제기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고, 민법 제174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 즉 최고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 대법원 판결의 의의
기존에 있던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695 판결과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23723 판결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소장에서 일부청구임을 명시하면서,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한 경우에도, (i) 실제로 해당 소송에서 청구금액을 확장한 경우에 한하여 채권 전체에 대하여 민법 제170조(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ii) 만일 해당 소송에서 청구금액을 실제로 확장하지 아니한 채로 소송이 종결되었다면, 나머지 청구 부분에 대해서 민법 제170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법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유의해야 할 것은, 대법원은 일부청구에 의한 소송이 계속되는 중에는 나머지 부분에 대한 권리행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므로, 민법 제174조에 따른 6월의 기산점은 일부청구에 의한 소송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기산된다는 것입니다.
일부청구는 법원에 납부하여야 하는 인지대 등 비용의 문제 뿐만 아니라, 판결에 따라 선고되는 소송비용 분담의 문제 등 적지 않은 부분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며, 사실상의 이유 등으로 인하여 다양하게 활용되는 소제기 방식입니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일부청구에 의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범위는 원칙상 일부청구 부분에 한정되고, 나머지 청구에도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미치기 위해서는 소장에서 미리 밝힌 것과 같이 실제로 청구취지 확장을 한다거나, 적어도 소송이 종료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나머지 부분에 대한 재판상 청구를 하여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