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의 개정시한이 도과된 경우



김윤기 변호사




1.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와 개정시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는 단순위헌결정은 물론, 헌법불합치결정도 포함되고, 이들은 모두 당연히 기속력을 가집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통하여 위헌법률을 법질서에서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위헌 법률을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적용을 명하는 경우가 있는데(이른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 모든 국가기관은 이에 기속되고, 법원은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위헌법률을 계속 적용하여 재판할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3. 9. 26.자 2012헌마806 결정).

즉, 헌법불합치결정은 원칙적으로 ‘적용중지 헌법불합치결정’의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원칙적인 것이고, 예외적으로 해당 법률의 효력을 중지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최근 선고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의 예를 살펴보면, 구 정치자금법(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된 것) 제6조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각각 하나의 후원회를 지정하여 둘 수 있다.’고 하면서 제6호로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의 후보자’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위 심판대상조항은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선거의 예비후보자’를 포함시키지 아니하여, 위 예비후보자 및 이들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위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키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의 후보자 역시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되어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하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19. 12. 27.자 2018헌마301 결정).

그런데 그와 같은 위헌성이 있는 법률을 계속 적용하게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는 입법자에 대하여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개정시한을 함께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 정치자금법 제6조 제6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의 예를 들면, ‘정치자금법(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6호 중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1.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와 같이 헌법불합치결정과 개정시한이 함께 주문으로 선고되는 것입니다.

2.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정시한까지 개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가. 형벌조항의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여, 위헌결정의 장래효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동조 제3항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여 형벌조항에 관해서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법에 기초하여, 대법원은 ‘피고인이 야간옥외집회를 주최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23조 제1호, 제10조 본문을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는데, 원심판결 선고 후 헌법재판소가 위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개정시한을 정하여 입법개선을 촉구하였는데도 위 시한까지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서, 위 법률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이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위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형벌조항에 관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었으나 개정시한까지 해당 형벌조항이 개정되지 아니한 경우, 해당 형벌조항의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비형벌조항의 경우

반면, 비형벌조항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장래효를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대법원 역시 ‘헌법재판소는 2010. 12. 28.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단서 중 전기통신에 관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 통신제한조치의 총연장기간이나 총연장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하고 계속해서 통신제한조치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2011. 12. 31.을 시한으로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한다).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내용 및 그 주된 이유 등에 비추어 보면,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잠정 적용을 명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취지임이 분명하다. 즉,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의 효력이 당해 사건 등에 광범위하게 미치는 결과 이미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받은 통신제한조치의 연장허가나 그에 따른 증거취득의 효력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함은 물론 수사목적상 필요한 정당한 통신제한조치의 연장허가도 가능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그대로 잠정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위 개정시한이 도과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장래에 향하여만 미칠 뿐이며 그 이전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통신제한조치기간 연장의 적법성이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고, 이른바 당해 사건이라고 하여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도7455 판결).

즉, 비형벌조항에 관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었으나 개정시한까지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조항의 효력은 개정시한을 도과한 시점부터 장래에 향하여 상실될 뿐이고,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도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효력을 상실한 조항이 당해 사건에 여전히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에는 ‘잠정적용을 명한 부분’과 ‘적용중지를 명한 부분’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계속 해당 법률이 적용되다가 개정시한을 도과하였고, ‘적용중지를 명한 부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이 일률적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는 것인지(즉, 소급효가 배제되고 장래효만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그에 관한 판결을 선고한바 있습니다.

3.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두49154 판결

가. 사실관계

세무사법(2012. 1. 26. 법률 제11209호로 개정된 것) 제3조는 ‘제5조의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제1호)’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제3호)’를 세무사의 자격이 있다고 정하고 있었고, 세무사법(2013. 1. 1. 법률 제11610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1항은 ‘제5조의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등록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으며, 세무사법(2009. 1. 30. 법률 제9348호로 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은 ‘제6조에 따른 등록을 한 자가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다. 다만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와 제20조의2 제1항에 따라 등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함으로써,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자만 세무사등록부에 등록을 할 수 있고, 등록을 한 자가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었는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로서’는 세무대리를 일체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인 원고는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 갱신을 신청하였는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위 세무사법 규정들에 따라 원고의 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위 반려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계속 중 원심법원에 위 세무사법 규정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위 세무사법 규정들이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2019. 12. 31.을 개정시한으로 하여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2019. 12. 31.까지 위 세무사법 규정들을 개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비형벌조항에 대한 적용중지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었으나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개정시한이 지난 때에는 헌법불합치결정 시점과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는 시점 사이에 아무런 규율도 존재하지 않는 법적 공백을 방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법률조항은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었던 때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비형벌조항에 대해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경우라도 해당 법률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한 부분의 효력이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부분의 효력이 미치는 사안이라면 그 법률조항 중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부분은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었던 때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단을 전제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한 부분의 효력은 일반 세무사의 세무사등록을 계속 허용하는 근거규정이라는 점에 미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 가운데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부분은 여전히 그 적용이 중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 가운데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부분은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었던 때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인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원고의 세무대리업무등록 갱신 신청을 반려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대법원 판결의 의의

앞서 본 것과 같이,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은 어느 법률조항에 위헌성이 있는 부분과 합헌성이 있는 부분이 혼재되어 있는 관계로, 해당 법률조항의 적용을 일률적으로 중지시킬 경우 합헌성이 있는 부분의 적용마저 중지될 우려가 있어, 법적 안정성의 차원에서 개정시한까지 해당 법률의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어느 법률조항에서 위헌성이 있는 부분은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합헌성이 있는 부분은 ‘잠정적용을 명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인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법률조항에서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부분’을 ‘잠정적용을 명한 부분’과 분리하여, 개정시한 도과의 효과를 구별하여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법률조항 중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부분’이 개정시한을 도과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비형벌조항의 경우 형벌조항과 마찬가지로 법률의 제정시(또는 최후의 합헌결정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결정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 것일 뿐이므로, 비형벌조항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 이전에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부분’을 근거로 어떠한 처분을 받은 경우 등에는 그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