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두51499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레미콘 공장을 설립하여 운영하던 중 아스콘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기 위하여 2001년경 공장설립 변경승인, 2002년경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설치 변경신고를 마친 후(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설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수리됨), 아스콘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2017년경 이 사건 공장에서 대기환경보전법 상 특정대기유해물질이 검출되어, 피고(지방자치단체장)는 원고 회사가 자연녹지지역 안에서 허가받지 않은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을 설치∙운영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장의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폐쇄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취소를 구하였는데, 이 사건에 대해 1심 및 2심에서 패소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쟁점을, (1) 설립 당시의 관계법령을 기준으로 이 사건 공장이 적법하게 설립된 것인지 여부, (2) 이 사건 처분 당시의 관계법령을 기준으로 이 사건 공장의 폐쇄를 명하여야 할 처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3) 이 사건 처분이 과잉금지원칙, 행정의 자기구속 법리, 신뢰보호원칙, 실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라고 보았습니다.
2. 각 쟁점별 대법원의 판단
가. 당초 이 사건 공장이 적법하게 설립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공장 설립 시 구 국토이용관리법 제 15조 제 1항 제 4호의 위임에 따른 구 국토이용관리법 시행령(2003. 1. 1. 대통령령 제 17816호로 폐기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제1호는 준농림지역 안에서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한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의 설치를 금지하는 것으로 규정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종전 규정’).
(참고로, 구 대기환경보전법(2005. 12. 29. 법률 제 77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특정대기유해물질’이란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대기오염물질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하고(제2조 제8호), 배출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거나, 환경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제10조 제1항), 허가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제10조 제5항).)
대법원은, 원고의 이 사건 공장은 준농림지역 안에 설치되었고,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은 바 없으므로,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발생되는 이 사건 공장을 설치하여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공장의 폐쇄를 명하여야 할 처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원고 회사는 상고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또는 이 사건 공장은 사용중지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고 주장하였습니다.
우선, 이 사건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이 사건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공장은 자연녹지지역 안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국토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 제1항, 시행령 제71조 제1항 제16호 [별표 17] 제2호 차목)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한편, 대기환경보전법 제38조는 ‘환경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제2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배출시설을 설치하거나 사용하는 자에게는 그 배출시설의 사용중지를 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배출시설을 개선하거나 방지시설을 설치ㆍ개선하더라도 그 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정도가 제16조에 따른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그 설치장소가 다른 법률에 따라 그 배출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경우에는 그 배출시설의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대기환경보전법 제38조 본문에 의한 사용중지명령은 같은 법 제 23조 제 1항에 따른 배출시설 설치허가∙신고가 가능한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이 사건 공장은 ‘그 설치장소가 다른 법률에 따라 그 배출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대기환경보전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며, 피고는 대기환경보전법 제38조 단서에 의하여 이 사건 공장의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에 대하여 폐쇄를 명하여야 하는바, 대기환경보전법 제38조 단서는 필요적으로 폐쇄명령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장의 폐쇄명령 여부에 피고에게 어떤 재량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행정의 자기구속 법리, 신뢰보호원칙, 실효의 원칙 위배 여부
이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공장 설립 당시에 원고는 이 사건 공장에서 특정대기유해물질은 배출되지 않고 토석의 저장∙혼합 및 연료 사용에 따라 먼지와 배기가스만 배출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허위이거나 또는 부실한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설치계획서를 제출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만연히 원고의 계획서를 그대로 믿은 데에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착오는 원고가 유발한 것이므로, 이 사건 공장에 대하여 특정대기유해물질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리라는 원고의 기대는 보호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관계법령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공장을 설치∙운영한 이상, 피고가 이 사건 공장의 위법 상태를 적시에 인지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해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고가 이 사건 공장의 존속을 주장할 정당한 사유는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
3. 이 판결의 의의
기존 레미콘 공장에 아스콘 공장을 추가 설립하여 이미 16년 이상 장기간 운영해온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할 경우 공장(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폐쇄명령이 가능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면에서 행정의 자기구속 법리, 신뢰보호 원칙,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설시한 의미있는 대법원 판결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