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비용담보제공신청에 대하여
도종호, 김현우 변호사
1. 무분별한 소송의 증가 및 문제점
이른바 악성민원인이나 오로지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 또는 법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소송요건에 해당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고 그 숫자는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당한 소송에 대하여 대응을 하여 승소판결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문제는 이와 같은 부당한 소송에 대한 대응을 위하여 투입하여야 하는 변호사비용이나 기타 비용 등을 회수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소송이 진행되는 자체도 (소송의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소송의 상대방에게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통상 이와 같은 부당한 소송을 제기하는 자는 확인되는 재산도 거의 없어 소송을 위하여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소송비용회수를 위하여 부당한 소를 제기한 자의 재산을 찾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결국 소송비용회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2. 실제 사례
A사는 2007년경 甲사(2010년경 파산)로부터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만 함)을 매수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2018년경 B사(청산간주법인)가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는 자신의 소유인데 담보조로 甲사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고 B사가 甲사에 이미 그 채무를 변제한 이상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이에 대한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A사를 상대로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A사는 소멸시효 등을 주장하여 항변을 하였고 재판부는 B사에 대하여 명백히 이유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소취하를 권유한 바 B사는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습니다.
그런데 B사는 소를 취하한 이후 다시 A사 및 다른 자들을 상대로 위 소송과 유사한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한편, 피고를 약간씩 변경하여 중복하여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A사는 B사가 취하한 소송의 소송비용확정신청을 하는 한편, B사가 새롭게 제기한 소에 대하여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B사는 청산간주법인이라 실제로 재산이 거의 없고 따라서 A사가 승소하더라도 소송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B사의 청구는 이유없음이 명백하므로 우선 B사에 대하여 소송비용담보제공을 할 것을 신청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A사의 신청에 대하여 법원은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고, B사가 항고를 하였으나 항고가 기각되어 위 소송비용담보제공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어 B사는 A사가 지출하여야 하는 변호사비용 상당을 담보로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3. 소송비용 담보제공 제도
가. 민사소송법상 근거 및 취지
민사소송법 제117조 제1항은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ㆍ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ㆍ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소송비용담보제공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즉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 등이 없는 경우에는 피고가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소송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한 원고의 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한 경우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는 미리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을 명하게 하여 부당한 소제기를 막고 피고가 불필요하게 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나. 소송비용담보제공제도의 효과
앞서 살펴본 사안에서도 A사는 B사의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하면서 위 사건 수행을 위해 A사가 지출하게 될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 것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 것입니다. 특히 B사의 경우 등기부상 청산간주법인으로 A사가 승소를 하더라도 소송비용에 대한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기존에 B사가 A사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였다가 취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소를 제기한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은 소송비용담보제공결정을 하였습니다.
원고인 B사가 위 소송비용담보제공결정에 따라 담보를 제공하게 되면 피고 A사는 그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 지출된 소송비용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원고가 제공한 담보에 대해 질권자와 동일한 권리를 갖게 됩니다(민사소송법 제123조). 법원의 담보제공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 B사가 법원이 정한 기간 내에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법원은 변론 없이 판결로 소를 각하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24조). 결국 A사는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 없이 소 각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 주의할 사항
다만 민사소송법 제118조는 담보를 제공할 사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피고가 본안에 관하여 변론을 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한 경우에는 담보 제공을 신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당한 소가 제기된 경우 답변서를 바로 제출할 것이 아니라 일단 소송비용담보제공신청의 요건을 확인하고 이에 해당한다면 먼저 소송비용담보제공신청부터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답변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