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6두43411 전원합의체 판결
박남준 변호사∙공인회계사
1.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11. 10. 18. 형인 A에게 주권상장법인 甲 주식회사의 발행 주식 116,022주(이하 ‘이 사건 상장주식’)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도하면서, 그 매매대금을 당일 한국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이하 ‘종가’)인 1주당 65,500원 합계 7,599,441,000원(이하 ‘이 사건 매매대금’)으로 정하였습니다. 원고의 형 A는 이 사건 상장주식을 매수함으로써 甲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원고는 2012. 2. 29. 이 사건 매매대금을 양도가액으로 하여 이 사건 상장주식의 양도와 관련된 양도소득세 등을 신고‧납부하였습니다.
광주지방국세청장은 2013. 6. 10. ①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7조 제5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제63조 제1항 제1호 가목 및 제3항)을 적용하면, 甲 주식회사는 원고를 포함한 최대주주 등이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으므로 평가기준일인 2011. 10. 18.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종가 평균액 64,178원에 최대주주 등 할증률 30%를 가산한 1주당 83,431원을 이 사건 상장주식의 1주당 ‘시가’로 보아야 하는데, ② 그럴 경우 원고는 특수관계에 있는 형 A에게 이 사건 상장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인 1주당 65,500원으로 계산하여 이 사건 매매대금에 양도함으로써 양도소득에 대한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③ 결국 원고가 양도가액으로 신고한 이 사건 매매대금은 부인되어야 하고 위 ‘시가’에 따라 양도가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을 전제로 원고에게 양도소득세 등을 수정신고할 것을 안내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안내에 따라 원고는 2013. 6. 12. 피고에게 이 사건 상장주식의 ‘시가’를 1주당 83,396원 으로 산정하여 양도소득세 등을 수정신고하면서, 양도소득세(가산세 포함) 512,644,352원을 추가로 납부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원고는 2013. 7. 26. 위 ‘시가’가 아니라 이 사건 매매대금을 양도가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양도소득세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3. 9. 10. 거부처분을 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소득세법은 특수관계인 사이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기준이 되어야 할 양도자산의 ‘시가’에 관하여 그 의미나 평가방법을 스스로 구체화하여 규율하고 있지는 않고, 다만 제105조 제5항에서 ‘부당행위계산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을 뿐입니다.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바로 이러한 위임에 따라 특수관계인 사이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으로 인한 양도소득 산정의 기준이 되는 상장주식의 ‘시가’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하여 평가한 가액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라 준용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적용하면, 친족 등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상장주식을 양도한 경우, 양도대상 상장주식의 ‘시가’는 양도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종가 평균액을 ‘시가’로 보아야 하고, 상장주식의 양도가 최대주주 등 사이에서 이루어진 경우 그 ‘시가’는 위 평균액에 그 보유 비율에 따라 20%(최대주주 등이 해당 법인 발행주식총수의 50% 이하를 보유하는 경우) 또는 30%(최대주주 등이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의 할증률을 가산한 금액으로 평가하여야 합니다.
이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 내용이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으로 위헌‧위법하여 무효인지 여부였습니다.
3. 대법원 다수의견(7명) : 상고기각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것을 두고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내용도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본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것은 ‘양도대상 자산이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인 점’과 ‘양도 거래의 당사자들이 특수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조세회피의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입법자에게 부여된 상당한 정도의 입법재량에 따라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그 위임 취지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음.
②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중 ‘거래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종가 평균액을 상장주식의 시가로 간주하는 규정’은 거래가 체결된 특정 시점의 시세가액만으로는 그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평가의 시적 범위를 납세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확장한 것이므로 그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됨. ③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중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상장주식의 양도 당시의 시가를 산정할 때, 현실적으로 경영권 이전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따지지 않고 그 최대주주 등의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일정한 비율의 할증률을 가산하는 규정’ 역시 그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됨.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최대주주 등의 경영권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일반 주주가 보유한 주식보다 더 큰 가치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지분 비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20% 또는 30% 정도 할증 평가하는 것을 합리적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임. ④ 더욱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은 특수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정한 거래가액이 법령에서 정한 ‘시가’와 차이가 난다는 사정만으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음. ⑤ 한편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상장주식의 시가평가와 관련하여 거래일의 ‘종가’에 따르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을 준용하지 않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것을 두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준용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시가’와 소득세법상 ‘시가’를 일치시키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고, 양도인이 개인인 경우 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액과 증빙자료의 조작 등이 용이하므로 법인과 달리 취급할 필요도 있기 때문임. |
4. 대법원 반대의견(6명) : 파기환송 의견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에서는 원심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고 단정하고 피고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효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와 같이 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준용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 평가 조항은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교환가격이라는 본래의 ‘시가’ 개념과 달리 법령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을 의제된 상장주식의 ‘시가’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양도소득세에서 양도차익의 기준이 되는 양도가액은 명백히 국민의 납세의무에 관한 기본적, 본질적 사항인 과세요건이므로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국회가 법률로 정하여야 할 사항임.
②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위와 같이 의제된 상장주식의 ‘시가’를 양도가액으로 보게 된다면, 이른바 ‘위임입법으로의 도피’를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위 조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임. ③ 특히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상장주식의 양도가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의 이전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할증하여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보아 양도차익을 의제하는 것은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고, 그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조세평등원칙에도 위배됨. ④ 따라서 상장주식 양도로 인한 양도소득세의 과세요건 중 부당행위계산부인으로 인한 양도차익의 기준이 되는 ‘시가’에 관하여 구 소득세법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고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원칙 등에 위배되므로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음. 이러한 경우 상장주식의 ‘시가’는 법인세법령과 같이 그 양도일의 종가로 보는 것이 원칙임. |
5. 판결의 의의
가. 이 판결은 친족 등 특수관계인 사이의 상장주식 양도로 인한 양도소득세 산정과 관련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기준이 되는 상장주식의 ‘시가’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에 의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적법‧유효함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그동안 명시적 판단 없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적법‧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적용하여 내린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긍정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두4770 판결,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두9140 판결, 대법원 1. 27. 선고 2009두13061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두4421 판결 등).
헌법재판소 역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이 합헌이라고 여러 차례 결정한 바 있으나[헌법재판소 2003. 1. 30. 선고 2002헌바65 결정, 헌법재판소 2008. 12. 26. 선고 2006헌바115 결정, 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4헌바363, 364(병합) 결정 등 참조], 양도소득세와 관련하여 이를 준용하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합헌인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바가 없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하여 원심이 원고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원고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6헌바268 결정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모법인 구 소득세법 제101조 제5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을 뿐이었습니다.
나. 특히 법인세법에서 법인이 특수관계인에게 상장주식을 양도한 경우 그 거래일의 ‘종가’를 ‘시가’로 보도록 규정한 것에 반해, 소득세법에서 개인이 특수관계인에게 상장주식을 양도한 경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라 준용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에 따라 특정시점이 아니라 양도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종가 평균액을 ‘시가’로 보되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인 경우 일정 비율로 할증하여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보도록 규정한 것은 합리적 입법재량의 범위 내의 것으로 이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건 쟁점은 조세법률주의, 조세평등주의 등 조세법과 관련한 대원칙의 적용에 있어서 선뜻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쟁점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적어도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같은 판단에 동의하는 바이며, 이 판결로 인해 해당 규정의 적법‧유효성이 명확해 짐에 따라 납세의무자에게 법 적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안겨준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