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사전 약정없이
판매촉진비용을 분담시킬 수 있는 기준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두52044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유통업자인데, 원고의 점포 중 3개 점포에서 4회 정도에 걸쳐 총 42개의 납품업자들이 참석하는 ‘무료사은품행사’(납품업자들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무료사은품을 지급하는 판매촉진행사)를 진행하였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가 납품업자들과 판매촉진 행사를 실시하기 전까지 서면으로 판매촉진비용의 부담 등에 관한 약정을 하지 아니하고 판매촉진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1항 및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사안입니다.

2. 관련 규정 및 이 사건의 쟁점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금지)
①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기 이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판매촉진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이하 이 조에서 "판매촉진비용"이라 한다)의 부담 등을 납품업자등과 약정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납품업자등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의 약정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등이 각각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규모유통업자는 약정과 동시에 이 서면을 납품업자등에게 주어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판매촉진비용의 분담비율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등이 각각 해당 판매촉진행사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이하 이 조에서 "예상이익"이라 한다)의 비율에 따라 정하되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등 사이의 예상이익의 비율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등의 예상이익이 같은 것으로 추정한다.
④ 제3항에 따른 납품업자등의 판매촉진비용 분담비율은 100분의 50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납품업자등이 자발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요청하여 다른 납품업자등과 차별화되는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려는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등과 상호 협의하여 판매촉진비용의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본 사안은, 이 사건 무료사은품행사가 위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에서 정한 ‘자발성’과 ‘차별성’ 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3.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무료사은품행사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에서 정한 자발성과 차별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고가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1항 및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이 사건 납품업자 중 상당수가 원고의 기안 이전에 유선 또는 공문으로 행사의 실시를 요청한 점, 이에 원고는 그러한 납품업자들의 제안에 따라 이 사건 행사를 포함하여 점포 전체에 관한 다양한 판매촉진행사를 기안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납품업자들이 제공한 사은품의 종류와 수량은 납품업자들이 스스로 정한 것이고 행사의 기획, 진행과정에서 사은품이 변경된 경우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무료사은품행사는 납품업자들의 자발적 요청에 의한 것이다.

(ii) 이 사건 무료사은품행사에서 고객은 해당 매장에 선착순으로 방문하여야만 무료사은품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해당 매장의 방문을 유인하는 점,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해당 매장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 차별성은 행사의 내용에 관한 것이지 행사의 결과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판매촉진행사에 참여한 납품업자들과 참여하지 않은 납품업자들 사이에 행사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달리 발생하여야만 차별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행사는 다른 납품업자들과 차별화되는 판매촉진행사에 해당한다.

4.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1) ‘자발성’ 및 ‘차별성’에 대한 법리 제시

대법원은 최초로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의 ‘자발성’과 ‘차별성’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의 문언과 체계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에서 납품업자등의 요청이 ‘자발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등에게 판매촉진행사를 강제하지 않았다거나 납품업자등의 동의가 있었다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유통업자의 실질적 관여나 개입 없이 납품업자등이 먼저 독자적이고 적극적으로 판매촉진행사를 기획하여 대규모유통업자에게 그 실시를 요청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판매촉진행사가 다른 납품업자등과 ‘차별화’된다고 하려면 그 행사의 내용이나 효과가 그 행사를 요청한 해당 납품업자등에게 특화되어 있어야 하고, 다른 납품업자등에게도 그대로 적용하거나 귀속될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특정 납품업자등이 자발적으로 요청한 판매촉진행사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납품업자등에게 특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자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차별성 여부는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고, 자발성이 인정된다면 차별성 역시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만 개별 납품업자등에게 특화되지 않은 판매촉진행사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납품업자들이 그러한 행사를 자발적으로 기획하여 실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차별성은 자발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이러한 자발성과 차별성은 해당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게 된 경위와 목적, 행사의 명칭과 성격, 시기와 기간, 방법과 태양, 행사대상인 상품의 품목과 특성, 행사에 참여한 납품업자등의 수와 범위, 행사의 효과, 관련 업계의 상황과 소비자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관련 규정의 취지와 체계상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본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무료사은품행사가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에서 정한 자발성과 차별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 이 사건 행사는 원고가 이를 직접 기안한 것이고, 일부 업체가 원고의 기안일 이전에 공문을 발송하기는 하였지만, 원고가 먼저 전체 행사를 기획하여 제안하고 납품업자들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행사 전부가 원고의 실질적 관여나 개입 없이 납품업자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기획, 요청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그 과정에서 납품업자들이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거나 행사의 기간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일부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ii) 원고의 기안문을 보면, 이 사건 행사는 개별 납품업자들의 자체 브랜드 행사라기보다는 원고 점포의 전체 행사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행사는 전체 판매촉진행사의 일환으로 그 기간 중 하루만 실시되었고, 홍보 과정에서도 납품업자들의 개별 브랜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으며 일부 브랜드의 경우에는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다. 특히 ‘줄세우기’ 부분은 납품업자들이 원한 것이 아니라 원고 스스로 기안한 것이므로, 원고가 자신의 점포 전체를 대상으로 고객을 유인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설령 이 사건 행사가 일부 납품업자들의 제안에 따라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획과정에서 원고 점포 전체에 행사의 효과가 미치게 함으로써 행사의 본질적 성격을 변경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iii) 이 사건 행사 중에 납품업자들이 당초 제안한 행사의 내용과 실제로 진행된 행사의 내용이 다른 경우가 있고, 이에 대하여 원고와 해당 납품업자들 사이에 제대로 협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더욱이 해당 납품업자들의 구매고객이 아닌 단순 방문고객에게 사은품을 지급하거나 특정일의 백화점 오픈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대량의 사은품을 지급하는 방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납품업자들에게 특별히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대규모유통업자가 이러한 증정대상, 행사일시 등을 납품업자들과의 협의 없이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설령 해당 판매촉진행사를 납품업자들이 먼저 제안하였다 하더라도 대규모유통업자의 의도와 개입으로 행사의 본질적 성격이 변경된 경우라고 봄이 타당하고, 더 이상 납품업자들의 자발적 요청에 의한 판매촉진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iv) 고객들이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받기 위해서는 개점시간 전부터 백화점 입구에서 줄을 서야 하므로 이러한 ‘줄세우기’ 방식의 판촉행사는 해당 매장의 납품업자들뿐만 아니라 원고 점포의 전체 납품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판매촉진행사의 차별성을 희석시키고 해당 납품업자들을 위하여 특화되어야 할 개별 행사를 대규모유통업자를 위한 전체 행사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v)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사에서 납품업자들마다 사은품이 서로 달랐다거나 원고가 관여한 후로도 사은품 내용에 변경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판매촉진행사의 자발성이나 차별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5. 이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납품업자등이 자발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요청하여 다른 납품업자등과 차별화되는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려는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등과 상호 협의하여 판매촉진비용의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규정에 따라, 예를 들어 백화점, 쇼핑몰 등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또는 매장임차인에게 판매촉진행사비용을 분담시킬 수 있는 ‘자발성’ 및 ‘차별성’ 요건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큰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