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처분의 대상인가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두63515 판결
이승훈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피고(지방자치단체)는 2019. 1. 9. 폐기물처리업(종합재 활용업)체인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3가지 처분사유를 들어 폐기물관리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3개월의 영업정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i) 원고가 제3자에게 각각 폐수처리오니로 생산한 ‘부숙토’(음식물류 폐기물과 유기성오니가 부숙공정을 거친 것)를 판매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숙토로 ‘비탈면 녹화토’(절토, 성토 공사 등으로 발생한 비탈면의 낙석방지, 생태복원 또는 녹화에 사용하는 인공토양)를 생산하게 함으로써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폐기물 재활용기준을 위반함(이하 ‘제1처분사유’).
(ii) 원고는 적법한 변경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공정오니를 처리하여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함(이하 ‘제2처분사유’).
(iii) 원고는 폐기물처리 위ㆍ수탁에 관한 계약서를 부실하게 작성하여 폐기물관리법 상 계약서 작성에 관한 준수사항을 위반함(이하 ‘제3처분사유’).
2. 쟁점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쟁점은, (i) 제1처분사유의 인정 여부, (ii) 제1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제2처분사유 및 제3처분사유만 인정될 경우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하여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i) 폐기물처리업자가 폐수처리오니에 생물학적 처리과정을 거쳐 폐기물관리법에서 그 사용을 허용하는 매립시설 복토재 또는 토양개량제로 활용될 수 있는 ‘부숙토’를 생산한 이상, 부숙토를 매수한 제3자가 이와 다른 ‘비탈면 녹화토’ 생산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하여 이를 폐기물처리업자가 폐기물재활용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제1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다는 결론), (ii) 제1처분사유를 제외하고 제2처분사유, 제3처분사유만 고려하여 제재의 유형과 수위를 다시 결정하여야 한다(이 사건 처분 전부 취소 결론)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가. 제1처분사유의 인정 여부
(1) 폐기물관리법 관련 법령에 비추어 보면, ‘비탈면 녹화토’로 재활용할 수 없음.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2, 시행규칙 제4조의2 제3항 [별표4의3] 제2호, ‘유기성 오니 등을 토지개 량제 및 매립시설 복토 용도로의 재활용 방법에 관한 규정’(2016. 12. 30. 환경부고시 제2016-259호)에 의하면, 폐수처리 오니에 생물학적 처리 과정을 거쳐 ‘부숙토’를 만들어 매립시설 복토재 또는 토양개량제를 생산하는 것은 폐기물관리법령이 허용하는 폐수처리 오니의 재활용 방법에 해 당하나, 폐수처리 오니로 ‘비탈면 녹화토’를 생산하는 것은 폐기물관리법령이 정한 재활용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폐기물처리업자가 적법하게 부숙토를 생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부숙토를 원료로 폐수처리 오니의 재활용 용도로 허용되지 않은 생산품목인 비탈면 녹화토를 최종적으로 생산하게 하였다면, 이것 역시 폐기물처리업자가 폐기물관리법령이 정한 재활용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 제3자로 하여금 ‘비탈면 녹화로’를 생산하게 한 경우도 법위반임.
‘폐기물처리업자가 폐수처리 오니에 생물학적 처리과정을 거쳐 매립시설 복토재 또는 토양개량제 로 사용할 수 있는 ‘부숙토’를 생산한 다음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이를 원료로 하여 ‘비탈면 녹화토’를 생산하게 한 경우 ‘부숙토’가 폐기물관계법령상 허용되는 폐수처리 오니의 재활용 생산 품목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폐기물처리업자가 폐수처리 오니의 재활용 기 준을 준수한 것으로 보게 된다면 폐수처리 오니로 ‘비탈면 녹화토’를 생산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폐기물처리업자가 자신이 생산한 부속토를 폐기물관리법령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직접 사용한 경우에만 폐기물관리법령에서 정한 재활용 기준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숙토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폐기물관리법령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도 폐기물관리법령에서 정한 재활용 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7도2214 판결,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두43474 판결 등 참조). 다만 폐기물처리업자가 자신이 생산한 부숙토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서 그가 그 부숙토를 폐기물관리법령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하리라는 점을 예견하거나 결과발생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 폐기물처리업자의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폐기물처리업자에 대하여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617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폐기물처리업자 본인이나 그 대표자의 주관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대리인, 피용자 등과 같이 본인에게 책임을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관계자 모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두36079 판결 등 참조).’
(3) 해당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해당 사안의 경우, 부숙토 판매 당시 부숙토를 제공받은 제3자가 보유하고 있었던 설비나 원고가 작성한 출고일지의 사용용도 기재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제3자가 자신으로붜 매수한 부숙토를 이용하여 비탈면 녹화토를 생산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커 보이므로, 원고에게 폐기물 재활용 기준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하여야 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행정청이 여러 개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제재처분을 하였으나, 위반행위별로 제재처분의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고 여러 개의 위반행위 중 일부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처분 부분만이 위법하다면, 법원은 그 제재처분 중 위법성이 인정되는 부분만 취소하여야 하고 그 제재처분 전부를 취소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두11218 판결 등 참조).’
(2) 해당 사안의 경우
해당 사안에서, 피고는 3가지 처분사유에 관하여 각각 1개월의 영업정지를 결정한 다음 이를 합산하여 원고에 대하여 3개월의 영업정지를 명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설령 원심의 판단처럼 이 사건 처분 중 제2처분사유 및 제3처분사유는 인정되나 제1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 중 제1처분사유에 관한 1개월 영업정지 부분만 취소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제1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4. 이 판결의 의의
이미 대법원은, (i)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기준과 방법을 위반하여 폐기물을 처리한 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구 폐기물관리법 제60조(현행 제66조) 제1호의 해석과 관련하여, ‘'폐기물을 처리한 자'에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폐기물을 처리하게 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98. 9. 8 선고 97도2214 판결), (ii) ‘원고가 (이 사건 토사를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기준과 방법에 반하여) 직접 매립한 것은 아니지만, 성토업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토사를 원고의 사업장 밖으로 반출하여 이 사건 토사를 매립하게 한 이상,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항 제1호에서 조치명령의 상대방으로 정한 '폐기물을 처리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두43474 판결)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위 기존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 하여, ‘제3자로 하여금 폐기물을 처리하게 한 자’도 원칙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한 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면서, 다만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 즉, ‘예견가능성이 없거나 결과회피가능성이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살펴보아야 함을 분명히 하여 법리를 한 층 더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위반행위별로 제재처분의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 경우, 여러 개의 위반행위 중 일부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처분 부분만이 위법하다면, 그 제재처분 중 위법성이 인정되는 부분만 취소하여야 하고 그 제재처분 전부를 취소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한 부분도 의미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