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기초사실
이 사건 원고들은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로서,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였는데 출산한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자 임신 초기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여성 근로자인 원고들이 임신 중에 작업환경의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생기고 이로 인하여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는 자녀를 출산하였다고 하더라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원고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는 없는 점, ②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을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각 출산아를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출산아와는 별도의 인격체인 원고들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관련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는 없는 점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이 사건 거부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근무환경을 이유로 한 태아의 선천적 질환은 태아의 모인 원고들의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①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민법 제3조), 개별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한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다. 산재보험법에는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 즉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 태아는 모체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으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母)와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장해급여와는 달리 그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하여 반드시 노동능력을 상실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정도와 관계없이 여성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②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보험급여 수급과 관련한 기초적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근로자가 그 후로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이러한 보험급여 수급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산재보험법 제88조 제1항도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 다시 말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할 뿐이지, 질병의 발병 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 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4. 의의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근무환경에 따라 태아에 선천적 기형 등이 발생한 경우, 그 모인 근로자는 요양급여를 신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