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두61137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기초사실
원고는 1992. 1. 13.경 피고 근로복지공단(이하 ‘피고’)에게 시흥시 ○○공단에 있는 철판코일 가공 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사업종류를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으로 하여 산재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고,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여 왔습니다.
피고는 2018. 1. 15.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2014. 1. 1. 기준으로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산재보험료율 9/1,000)에서 ‘각종 금속의 용접 또는 용단을 행하는 사업’(산재보험료율 19/1,000)으로 변경한다고 결정하고 이를 통지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이라고 한다).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원심공동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 1. 22. 원고에 대하여 2014. 1. 1.부터 2016. 12.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산재보험료로 93,675,300원을, 2018. 2. 21. 위 기간에 대한 산재보험료로 59,912,370원을 각 추가로 납부하라고 고지하였습니다(이하 두 차례의 납부고지를 통틀어 ‘이 사건 추가보험료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취소를 구하고, 원심공동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추가보험료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의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만으로는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이나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에 따라 원심공동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사건 추가보험료 부과처분을 함으로써 비로소 원고에게 현실적인 불이익이 발생하며, 원고는 원심공동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추가보험료 부과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권리구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 중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 취소청구 부분을 각하하였습니다.
한편, 원심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종류가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원심공동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이 사건 추가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3. 이 사건의 쟁점
사업자가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는 절차를 살펴보면,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장의 종류를 결정하고, 사업장 종류결정에 따라 산재보험료가 산정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근로복직공단의 사업장 종류 결정에 따라 산정된 산재보험료를 징수합니다. 즉, 근로복지공단의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재보험료 징수처분의 전제가 되는 결정인 것입니다.
원심은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였는바,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이 사건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항고소송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①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은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정하여 고시하므로,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가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그에 따라 해당 사업장에 적용할 산재보험료율이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의 절차와 방법, 결정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하위법령에 명시적으로 위임하지는 않았으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의 사업종류 변경신고에 관한 규정들과 근로복지공단의 사실조사에 관한 규정들은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사업종류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이 결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작용이다. 이러한 사업종류 결정의 주체, 내용과 결정기준을 고려하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확인적 행정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②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가 사업주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되면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되고, 사업주가 납부하여야 하는 산재보험료가 증가한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사업주의 권리·의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변경결정하고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면, 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난 기간에 대한 부족액을 추가로 징수하거나 장래의 기간에 대하여 매월 보험료를 부과하는 별도의 처분을 할 것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변경하고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는 판단작용을 하는 행정청은 근로복지공단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그 자료를 넘겨받아 사업주에 대해서 산재보험료를 납부고지하고 징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당부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도록 하기보다는, 그 결정의 행위주체인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소송 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5. 의의
2003. 12. 31. 법률 제7047호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기 전까지 대법원은 산재보험적용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대법원 1989. 5. 23. 선고 87누634 판결, 대법원 1995. 7. 28. 선고 94누8853 판결 등), 위 법률이 제정‧시행된 이후 이에 관한 명확한 대법원의 입장이 없었는바,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함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주들의 구제절차를 확대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