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한 경우 ‘위작’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판결 (전원합의체)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코미드라는 상호로 인터넷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이사 내지 사내이사인 피고인들이, 마치 많은 회원들이 위 거래소에서 사용 중인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을 이용해 매매주문을 내고 그에 따라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처럼 꾸미기 위하여, 차명계좌를 생성하고, 차명계정에 허위의 원화 포인트 및 가상화폐 포인트를 입력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게 하게 함으로써, 사전자기록등위작죄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죄 등으로 법원에 기소된 사건입니다.
2. 관련 규정
형법
제232조의2(사전자기록위작·변작)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ㆍ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34조(위조사문서등의 행사) 제231조 내지 제233조의 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행사한 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 |
3. 이 사건의 주된 쟁점 - ‘위작(僞作)’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대법원의 판단 - 다수의견
대법원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과 같이 ‘일정한 정보입력 권한이 있는 자가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에도 ‘위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i) 대법원은, 공전자기록등위작죄를 규정한 형법 제227조의2와 관련하여, 시스템을 설치, 운영하는 주체와의 관계에서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의 입력을 하는 경우는 물론, 시스템의 설치, 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이러한 법리는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행위의 태양으로 규정한 ‘위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6299 판결).
(ii) 일반 국민은 형법 제20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죄와 전자기록죄의 각 죄명에 비추어 형법 제227조의2와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僞作)’이란 ‘위조(僞造)’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위조(僞造)’에서의 ‘위(僞)’와 ‘허위작성(虛僞作成)’에서의 ‘작(作)’이 결합한 단어이거나 ‘허위작성 (虛僞作成)’에서 ‘위작(僞作)’만을 추출한 단어로 받아들이기 쉽다. 형법에서의 ‘위작’의 개념은 형법이 그에 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고, 해당 문언의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범죄구성요건으로서의 적절한 의미 해석을 바로 도출해 내기 어려우므로, 결국은 유사한 다른 범죄구성요건과의 관계에서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포섭 범위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해석이 ‘위작’이란 낱말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났다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iii) 전자기록은 작성명의인을 특정하여 표시할 수 없고,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개개의 입력한 정보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가공, 처리됨으로써 새로운 전자기록이 만들어지므로 문서죄에서와 같은 작성명의인이란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전자기록의 특성 이외에도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사문서위조죄와 비교해 보면 두 죄는 범행의 목적 , 객체 , 행위 태양 등 구성요건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법 제 232조의2가 정한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위작’의 의미를 작성권한 없는 사람이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 성립하는 사문서위조죄의 ‘위조’와 반드시 동일하게 해석하여 그 의미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iv) 형법 개정 과정에 따르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는바,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위작’의 범위에서 제외하여 축소해석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도 맞지 않는 법 해석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v) 사전자기록등위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작’ 이외에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할 목적’과 ‘권리,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법 제232조의2에 정한 전자기록과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에 관한 판례(대법원 2004도6132 판결, 위 대법원 2008도938 판결 등 참조)의 법리에 따르면 해당 전자기록이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 시스템을 설치, 운영하는 주체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다면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더라도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나. 대법관 5인의 소수의견
위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5인의 소수의견은 ‘위작’은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를 제외한 ‘유형위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헌법합치적 해석이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면서 다수의견에 반대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4.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기존 형법 제227조의2 공전자기록등위작죄 관련 판결(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및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 관련 판결(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6299 판결)에 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일부 권한이 있으되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도 ‘위작’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관 5인의 소수의견 또한, 다수의견이 과연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심도깊은 고민과 반론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함께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견해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