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사유는 무엇인지
-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실관계
피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원고에게 장기보관 중인 폐기물을 처리할 것을 명령하는 1차 조치명령을 하였는데, 원고가 이를 불이행하여 폐기물관리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등)을 받고 확정되었고, 피고의 2차 조치명령에도 불이행하여 다시 유죄판결(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받고 이 또한 확정되었습니다.
피고는 소속 담당공무원들은 원고에게 전화를 하거나 원고를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이 사건 폐기물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하였으나, 원고는 처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에 피고는 별도의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된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할 것’을 명령하는 3차 조치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주된 쟁점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이 사건 처분이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되어, 처분의 사전 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3. 관련 법령
행정절차법 제21조(처분의 사전 통지) ①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당사자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1. 처분의 제목 2.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과 주소 3.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4.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5.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6. 의견제출기한 7. 그 밖에 필요한 사항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법령등에서 요구된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되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된 사실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3.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⑤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 제4항에 따른 사전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처분의 사전 통지 생략사유) 법 제21조제4항 및 제5항에 따라 사전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다. 1. 급박한 위해의 방지 및 제거 등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한 처분이 필요한 경우 2.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의견청취의 기회를 줌으로써 처분의 내용이 미리 알려져 현저히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유발할 우려가 예상되는 등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4. 법령 또는 자치법규(이하 "법령등"이라 한다)에서 준수하여야 할 기술적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고, 그 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사실을 이유로 처분을 하려는 경우로서 그 사실이 실험, 계측, 그 밖에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명확히 입증된 경우 5. 법령등에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점용료ㆍ사용료 등 금전급부를 명하는 경우 법령등에서 규정하는 요건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행정청의 금액산정에 재량의 여지가 없거나 요율이 명확하게 정하여져 있는 경우 등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
4. 원심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이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사전 통지, 의견청취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여,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하다고 보고,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5.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i)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i) 원고가 1차, 2차 조치명령을 받았고 형사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조치명령 당시로부터는 물론이고 유죄판결 확정 이후부터 이 사건 처분 당시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으므로 사정변경의 여지가 있다. 유죄판결에 따라 1차 및 2차 조치명령을 불이행하였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라고 볼 수는 있으나, 나아가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토지에 방치된 이 사건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처분사유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iii)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률인 폐기물관리법 제48조는 ‘폐기물의 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폐기물 처리 조치명령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iv)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있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비록 이 사건 처분이 사전통지, 의견청취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판결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므로 상고를 기각한다.
6.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행정청이 사전통지, 의견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