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건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김광중∙박남준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① 이 사건의 원고들은 S저축은행이 2009. 9. 19.경 발행한 제6회 무기명식 이권부 후순위 사채 및 2010. 3. 6.경 발행한 제7회 무기명식 이권부 후순위 사채를 취득한 자들입니다.
② S저축은행은 제38기 재무제표(2008. 7. 1. ~ 2009. 6. 30.)를 작성∙공시함에 있어 회수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대출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하는 방법으로 자산 및 자본총계, 당기순손실 등을 허위로 작성하였으며, 제6회 및 제7회 후순위 채권을 발행함에 있어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토대로 증권신고서를 작성∙신고하고 투자자에게 허위의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S저축은행이 파산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S저축은행을 상대로 사채금을 회수하지 못함에 따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합니다) 제125조 제1항 제1호, 제47조 제1항, 제48조, 민법 제756조}.
③ D회계법인은 S저축은행의 외부감사인이었는데, D회계법인은 S저축은행의 위 재무제표의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위 각 후순위 사채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 등에 첨부된 S저축은행의 재무제표에 거짓의 기재가 있었음에도 D회계법인은 감사인으로서 감사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위 재무제표의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손해의 배상을 구하게 되었습니다(구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제3호, 제162조 제1항 제3호, 제170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 민법 제756조).
④ 원고들은 금융감독원 및 대한민국이 S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업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위와 같은 재무제표의 거짓 기재 및 이에 터잡은 위 각 후순위 사채 발행을 통제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민법 제760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2.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데, 이때 감사인이 중요사항의 누락 또는 거짓 기재를 하였다는 점의 주장∙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① D회계법인은 S저축은행의 제38기 사업연도에 대한 회계감사를 하면서, 특히 대출채권의 실재성, 대손충당금 평가의 적정성 등에 관하여 외부조회, 연체 검증, 표본추출 방법을 이용한 차주사의 부실징후 검토 등의 방법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② 그 과정에서 D회계법인은 S저축은행이 최초 작성한 제38기 재무제표에 일부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와 그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액수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지적하면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하는 등 이를 수정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③ D회계법인은 S저축은행의 제38기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에 첨부되어 공시된 S저축은행의 제38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표시하였습니다.
④ S저축은행은 원고들이 취득한 이 사건 각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작성한 각 증권신고서에, D회계법인이 S저축은행의 제38기 재무제표를 감사하고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고 기재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외부감사인의 주의의무, 회계감사기준이 가지는 의미,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증명책임 등의 쟁점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36930 판결 참조).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은 선의의 투자자가 사업보고서 등에 첨부된 회계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그 회계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
위와 같은 원칙 하에, 대법원은 회계감사기준을 근거로 한 아래와 같은 사항을 종합하여 보면, 사후적으로 재무제표에서 일부 부정과 오류가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감사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고 경영자 진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확인절차를 거치는 등 회계감사기준 등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①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감사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핵심은 재무제표의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적인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있는 점, ② 감사의 목적은 감사 대상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및 기타 재무정보를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독립적인 감사인이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재무제표의 이용자가 회사에 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점, ③ 감사인은 감사의견 형성의 기초가 될 합리적인 감사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여야 하지만, 결국 부정과 오류의 예방과 적발에 대한 책임은 회사의 내부감시기구와 경영자에게 있는 점, ④ 외부감사인은 피감사회사가 제시한 회계기록 등 자료가 일응 진실하다고 신뢰하고, 한정된 시간 안에 감사의견을 형성해야 하는 한계가 있는 점, 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은 합리적 확신 개념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감사인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중요한 왜곡표시가 감사과정에서 적발될 것임을 보장하지는 않는 점, ⑥ 피감사회사 임직원 등 내부자에 의한 횡령 등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내부통제제도를 설계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감시할 책임은 피감사회사의 이사 등 경영자 및 내부의 감사 등이 부담하는 점 |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D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S저축은행에 대하여 일부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및 대손충당금 적립 액수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을 것을 요청한 이후에 그 내용이 최종 감사보고서와 그에 포함된 S저축은행의 최종 재무제표 등에 반영되어 수정되었는지 여부, 그 과정의 합리성과 적절성 등에 관하여 더 살펴보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나아가 원심이 대손충당금이 과소계상되어 재무제표에 거짓의 기재가 있다고 인정한 일부의 대출채권에 관하여는 D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였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으므로, D회계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3. 기타 쟁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가. S저축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대법원은 S저축은행이 이 사건 각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증권신고서에 그 재무상태 등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 기재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회사채를 취득하였다가 S저축은행의 파산으로 손해를 입은 원고들에게 구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원고들이 이 사건 각 회사채의 이자를 일부 지급받은 점, 원고들이 취득한 이 사건 각 회사채는 후순위 회사채로서 S저축은행이 파산할 경우 그 지급순위가 다른 채권자보다 후순위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위와 같이 손해배상을 받게 됨으로써 다른 채권자와 동순위로 지급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60%로 제한하였습니다.
나. 금융감독원 및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34891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S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업무를 태만히 한 위법행위를 계기로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관련 법령에서 감독업무를 규정한 것은 공공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금융상품에 투자한 투자자 개인의 이익을 직접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위법행위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위 대법원 판결은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작성책임은 기본적으로 회사에게 있다는 점, 회사의 외부감사인이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의 분식회계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적정의견을 표명한 경우라 하더라도,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절차 등을 충분히 수행하여 주의의무를 다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 등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