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가. 사실관계
(1) 甲은 1914. 3. 10. 경남 거제군 일운면 고현리 235 답 214평 및 고현리 236 전 333평을 사정받았는데, ① 고현리 235 답 214평은 1931. 9. 17. 고현리 235-1 답 5평, 고현리 235-2 답 106평, 고현리 235-3 답 58평, 고현리 235-4 답 45평으로 분할되었고, ② 고현리 236 전 333평은 1931. 9. 17. 고현리 236-1 전 283평, 고현리 236-2 전 50평으로 분할되었으며, 고현리 235-3 답 58평과 고현리 236-2 전 50평(이하 ‘이 사건 토지들’)은 1931. 9. 17. 분할과 동시에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습니다.
(2) 이 사건 토지들은 위 지목 변경 시점 무렵부터 도로로 사용되다가 1979. 6. 5. 도시계획시설(도로: 중로 1-5호선) 구간에 포함되었습니다.
(3) 甲의 상속인들은 2021. 1. 19.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乙은 2021. 4. 5. 위 상속인들 중 일부로부터 이 사건 토지들 중 이들의 지분을 매수하고 2021. 4. 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4) 乙은 위와 같이 지분을 매수한 상속인들로부터 이들이 거제시가 이 사건 토지들을 도로부지로 사용함에 따라 거제시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수하였다면서, 2021. 4. 5. 거제시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5) 한편, 2021. 4. 21.까지 이 사건 토지들의 소유자들은 거제시가 이 사건 토지들을 도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나.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원심(부산지방법원 2023. 10. 13. 선고 2022나57947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甲과 상속인들이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으므로 乙이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이 사건 토지들은 1931년경부터 약 90년간 도로로 사용되었고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그동안 종전 소유자들을 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는 종전 소유자들이 이 사건 토지들을 도로로 제공하였거나 적어도 이 사건 토지들이 점유∙사용되는 것을 묵시적으로 용인하여 왔음을 의미한다.
(2) 乙은 사실상 사용∙수익이 불가능함에도 2021. 4. 7. 위 지분을 매수하고 2021. 4. 15. 곧바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매수 및 소 제기는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거제시)를 상대로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사용∙수익권보다 이 사건 토지들을 도로로 사용하면서 얻는 공익의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하거나 그 사용을 용인하게 된 경위와 그 규모, 토지 제공 당시 소유자의 의사, 토지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의 유무와 정도, 해당 토지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소유자가 보인 행태의 모순 정도 및 이로 인한 일반 공중의 신뢰 내지 편익 침해 정도, 소유자가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이나 행사 방식 및 권리보호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리는 토지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예외적인 법리이므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제3항 및 법치행정의 취지에 비추어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 제한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7다249073, 2017다249080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나. 이 사건 토지들은 1931. 9. 17. 분할될 무렵부터 도로로 사용되었는데, 토지분할이 甲의 신청에 의한 것인지, 조선총독부 등 관할관청이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았는지 또는 도로 사용에 대한 甲의 동의가 있었는지 등 이 사건 토지들이 분할되고 도로로 제공된 구체적인 과정이나 경위에 대한 자료가 없고, …(중략)… 이 사건 토지들 등 도로부지에 포함된 토지들이 조선총독부 등 관할관청에 의하여 직권으로 모토지에서 분할되면서 도로로 개설되어 공중의 통행에 이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토지들의 면적(108평)은 그 모토지들 면적(547평)의 약 19.7%에 이르고, 이 사건 토지들의 모토지들은 왼쪽으로 도로에 접해 있어 별도의 통행로를 개설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분할 결과 고현리 235-3 도로 58평이 모토지를 관통함으로써 나머지 토지가 3필지로 분리되어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장애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략)… 이와 달리 이 사건 토지들이 모토지들에서 분할되어 도로로 사용됨에 따라 나머지 토지들의 효용가치가 확보되거나 증대되었다거나 甲이나 상속인들이 관할관청으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는 등 이들이 토지 분할로 인하여 얻은 이익이나 편익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라.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는 것에 대하여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이의하지 않았고 그 기간이 길다는 것만으로 소유자가 사전에 무상 점유∙사용에 대한 동의를 하였다거나 사후에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토지 소유자에게는 권리를 행사할 자유뿐만 아니라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자유도 있으므로 소유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가 소유권의 일부 권능을 포기하였다거나 향후에도 소유권을 계속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점이 곧바로 도출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 乙은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않은 과거 5년 및 장래의 토지 임료 상당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하고 있을 뿐, 토지 인도청구 등 일반 공중의 도로 통행에 관한 신뢰나 편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만한 청구는 하고 있지 않다. …(중략)…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토지 임료 상당 부당이득을 반환하는 것은 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정당한 보상의 실질도 가지고 있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익에 부정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없다.
바. 乙이 종전 소유자들의 일부로부터 이 사건 토지들 중 일부 지분을 매수하여 피고(거제시)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것이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원심 판시 사정만으로는 乙이 소유권에 기하여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대법원 2024. 4. 4. 선고 2023다295695 판결
가. 사실관계
(1) 丙은 1974. 4. 10.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답 186평 및 같은 동 답 1,201평(이하 2필지를 합하여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에 관하여 1974. 4. 2.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2) 그 후 丙은 1974. 4. 24.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답 1,396평의 토지로 합병하고, 1974. 5. 1. 합병한 토지를 다시 31필지로 분할하여 그 중 도로 부분인 3필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도하였습니다.
(3) 그런데 도로 부분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답 350㎡(이하 ‘이 사건 토지’)는 丙이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매수하기 전인 1970. 1. 25. 이미 서울특별시 고시 1970-제32호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결정된 상태였고,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이하 ‘영등포구’)는 2020. 6. 4.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고시 제2020-104호를 통하여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도로개설공사를 하는 도시계획시설(도로)사업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하였습니다.
(4) 한편, 丙은 2015. 1. 8. 사망하였고, 丁 등은 丙의 자녀들로서 丙의 재산을 상속하여 현재 이 사건 토지를 각 1/4 지분씩 공유하고 있습니다.
나.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원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3나56277 판결)은, 丙이 스스로의 계획하에 적극적으로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매수하고 합병한 후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여 도로 부지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함께 매수한 나머지 토지들의 가치를 증대시킨 후 이를 각 매도하였으므로 이 사건 토지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丙의 포괄승계인인 丁 등 역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4. 4. 선고 2023다295695 판결).
(1) 丙이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이 사건 토지는 도로가 아닌 ‘답’으로 이용되었으므로, 만일 이 사건 토지가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고시되지 않았다면, 丙은 이 사건 토지를 도로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와 같은 서울특별시 고시로 인하여 관련 법령에 의한 도로 설치가 예정됨에 따라, 이 사건 토지 위에는 건축물을 신축할 수 없는 등 사용수익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丙은 부득이 도시계획선에 맞추어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이와 같이 丙이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할 당시 이 사건 토지가 ‘답’으로 이용되었을 뿐, 아직 도로가 개설되기 전이었으므로, 丙이 무상으로 이 사건 토지 부분을 도로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가졌다기보다는, 향후 서울특별시가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수용 등의 보상을 기대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분할 당시 이 사건 분할 전 토지 위쪽 부분에는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다른 통행로가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토지 부분이 공로에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라고 보기도 어렵고, 분할 후 일부 토지 부분과 공로 사이에 통행로로서 이 사건 토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폭이 8m 정도에 이르는 이 사건 토지 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4) 그렇다면 지목이 ‘답’인 이 사건 토지가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고 분할 후 일부 토지의 효율적인 사용수익에 기여하게 된 것은, 위와 같은 도시계획시설의 지정에 따른 부득이한 결과일 뿐, 丙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丙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권리 포기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丙이 스스로 이 사건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거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독점적인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3. 판결의 의의와 향후 전망
우리 대법원은 1991년경 판례를 통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이후, 계속하여 이를 원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의 법리는 재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토지소유권에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별도로 분리하여 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법리는 지속적으로 반대에 부딪혀 왔고, 학계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소유권의 본질, 공시의 원칙 및 물권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그에 관한 아무런 법원(法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의 법리에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함을 강조해 왔고, 2013년경부터는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앞서 살펴본 2건의 최신 판례는 그러한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는 것에 대하여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이의하지 않았고 그 기간이 길다는 것만으로 소유자가 사전에 무상 점유∙사용에 대한 동의를 하였다거나 사후에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설시나, ‘토지 소유자에게는 권리를 행사할 자유뿐만 아니라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자유도 있으므로 소유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가 소유권의 일부 권능을 포기하였다거나 향후에도 소유권을 계속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점이 곧바로 도출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는 설시는,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 내지 의사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소유권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경향은 타당하다고 판단되나, 소유권은 전형적인 ‘사익’의 영역에 해당하는 반면,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의 법리가 주로 ‘도로’의 경우에 문제가 되고 있고, 도로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중의 편익’이라는 공익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사익과 공익의 충돌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단순히 사익과 공익의 충돌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공익이 우선시 되는 판례가 다수 확인됩니다.)
그러한 점에도 주목하여, 향후에도 계속해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에 관한 판시를 지켜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