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및 쟁점
A는 2018. 9. 12. X에게 본인 소유 부동산을 40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4억원을 수령했습니다. A와 X는 2019. 9. 30.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로 약정했는데, A가 2019. 1. 31. 사망해 버렸습니다. 한편, A의 상속인인 배우자 B와 아들인 C(이 사건 원고들)는 2019. 7. 31. B와 C가 각각 위 부동산 지분의 1/2를 실제 상속하였음을 전제로 배우자상속공제 약 21억원을 적용하여 상속세를 신고ᆞ납부하였습니다. 그 후, B와 C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따로 신고하지는 않았고, 2019. 9. 30. A명의에서 X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관할 세무서장(피고)은 A에 대한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상속인들이 배우자상속재산분할기한까지 위 부동산에 대한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등기 및 상속재산의 분할사실 신고를 했어야 함에도 두 가지 의무를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0. 4. 13. 배우자상속공제액을 5억원으로 재계산한 후 상속세를 부과ᆞ고지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 전부에 대해 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 ① 상속인들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19조 제2항 후문에 따라 세무서장에게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신고해야 하는지 여부와 ②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배우자 명의 등기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대법원 판결 내용
대법원은, ① 상증세법 제19조 제2항 후문의 문언 내용과 취지 및 체계, 개정 연혁 등에 비추어, 상속인이 세무서장에게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것은 협력의무에 불과하므로,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세무서장에게 신고하는 것을 배우자상속공제의 요건으로 볼 수는 없지만, ② 배우자상속재산분할기한까지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배우자 명의 등기를 마쳐야 한다는 점은 배우자상속공제의 요건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본건과 같이 배우자 B 명의로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실제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 전부에 대해 상속공제를 할 수는 없고, 상증세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5억원만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판례에 대한 이해
상속받은 재산 가액에서 상속공제액를 차감한 뒤 세율을 곱하면 대략의 상속세액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세법이 상속공제를 둔 이유는 상속받은 재산 전부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할 경우 상속인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 있고, 상속인이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속공제는 크게 인적공제와 물적공제로 나눌 수 있는데, 인적공제에는 ① 특별한 조건 없이 인정되는 기초공제 2억원, ② 자녀 1명당 5천만원을 공제해주는 자녀공제, ③ 상속인 중 배우자가 포함된 경우 인정되는 배우자 상속공제 등이 있고, 물적 공제에는 ① 일정 범위 내에서 금융재산의 20%를 공제해주는 금융재산 상속공제, ② 가업을 승계한 경우 인정되는 가업상속공제 ③ 영농을 상속받은 경우 인정되는 영농상속공제 등이 있습니다. 상속공제는 종류가 많고 복잡하므로 요건 충족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다양한 상속공제 중 배우자상속공제는 다른 인적공제에 비해 공제 금액이 크기 때문에 상속인 입장에서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법원은, 배우자 간 상속은 수평적 이전이고 세대 간 이전이 아니므로 상속재산 중 일정 비율까지는 과세를 유보한 후 잔존배우자 상속 시 과세하도록 하는 이른바 1세대 1회 과세원칙과 잔존배우자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인정 및 생활보장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배우자상속공제를 적용하면,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공제하되, 상증세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산식을 통해 계산된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및 30억원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상증세법 제19조 제1항). 배우자가 실제 받은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최소 5억원을 공제합니다(상증세법 제19조 제4항). 다만, 유증받은 재산 가액, 사전증여재산의 가액 등에 따라 공제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속세 신고시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공제받기 위해서는 특별한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상증세법 제19조 제2항은 “상속세과세표준 신고기한의 다음 날부터 9개월이 되는 날(‘배우자상속재산 분할기한’)까지 상속재산을 분할(등기ᆞ등록ᆞ명의개서 등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등기ᆞ등록ᆞ명의개서 등이 된 것에 한한다)한 경우에 적용합니다. 이 경우 상속인은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배우자상속재산분할기한까지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참고로, 이 사건 신고 당시에는 6개월까지 분할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2021. 1. 1.부터는 9개월로 개정되었습니다). 법 문언만 살펴보면 배우자상속공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속인들은 상속재산협의분할에 따른 등기를 마치고 세무서장에게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에서, 상속인들은 배우자상속분할을 전제로 상속세를 신고하였으나, 별도로 상속재산의 분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고, B와 C 명의로 상속재산협의분할에 따른 등기를 마치지 않고, 매도인 A로부터 바로 매수인 X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은 상속인들이 배우자상속공제의 두 가지 요건(상속재산 분할사실 신고와 등기)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와 C에게 상속세를 과세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세무서장에게 분할 사실을 신고할 의무는 효율적 과세를 위해 납세자에게 단순 협력의무를 규정한 것뿐이므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배우자상속공제를 배제하는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상증세법 제19조 제2항이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등기를 배우자상속공제의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상속재산분할협의의 사법상 효력 유무나 포괄승계인인 상속인이 직접 등기를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반드시 배우자 명의 등기가 필요하고, 설령 부동산등기법 제27조가 상속인의 신청에 의해 피상속인 명의로부터 매수인 명의로 직접 등기를 마쳐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더라도, 배우자 명의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면 배우자상속공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상속재산 분할사실 신고의무를 단순한 협력의무로 보고,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배우자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음을 최초로 선언한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등기법이 상속인 명의 등기를 거치지 않고 매수인 명의로 등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반드시 배우자 명의 등기를 거친 경우에만 배우자상속공제를 허용해야 하는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상증세법이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등기를 거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판시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이해됩니다.
위 판례로 납세의무자에게 새로운 의무가 부과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거쳤다면 그에 따른 등기를 누락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