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의 유효성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기초사실
A씨는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다 현대자동차로 전직하여 일하던 중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습니다. A씨의 유족은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직계가족 1명에 대해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에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고만 합니다)을 근거로 자녀 1명을 채용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규정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고,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규정은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며, 유족의 생계보장의 필요성이나 취업 요건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유족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A씨의 유족이 상고하자, 대법원은 이 사건 규정이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심리하였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과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해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규정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추가적인 보상을 정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노사는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킨 것이며, 이 사건 규정은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합의와는 다를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입사한 근로자의 수와 공개경쟁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한 자들의 수 등을 비교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으로 인하여 다른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채용과정에서의 차별은 관련 법령 등에 따라 금지되는데, 이 사건 규정은 공정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수행할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들의 지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이 사건 규정은 보상이나 보호의 측면에서 보아도 부적절하고 불공평하고, 기업의 필요성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설정해 일자리를 대물림함으로써 구직희망자들을 차별하는 합의로,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관념과 법질서에 위반돼 무효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의의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단체협약에 ‘산재 유족 특별 채용’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 해당 규정에 따른 채용을 실시해야 할 것인바, 실무에서는 향후 신규인력을 채용하거나 산재에 따른 업무처리를 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