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변호사
1.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논의
의결권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의안에 관한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주식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집행은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 등 법률에 정해진 회사의 기관이 법률 및 정관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가지고 수행됩니다. 그렇지만, 이사 선임 등을 비롯하여 주식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은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여 결정되므로, 의결권은 주주가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현행 상법은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상법 제369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예를 들어 상법 제369조 제2항은 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등 다수의 의결권 제한 관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외에는 의결권에 차등을 둘 수 없습니다. 또한, 1주마다 1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배치되는 규정, 예를 들어 1주당 의결권의 수를 달리하는 주식이나 보유주식수나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에 제한을 두는 주식 등을 발행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의결권마다 차등을 두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고 다양한 형태의 입법안도 발의되었지만 실제 입법까지 진행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일정한 요건 하에서 1주마다 의결권의 수를 달리하는 복수의결권 제도1의 도입을 공론화하여 이를 정부입법의 형태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2020. 10. 21. 위와 같은 복수의결권 제도가 반영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이하 “본 입법예고”) 하였습니다.
2. 입법예고 된 복수의결권 제도의 개관
가. 국내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에 관하여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주로 ①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할 것인지, ② 위와 같은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논의되었습니다. 본 입법예고에서는 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함을 전제로 비상장 벤처기업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② 상장 이후 보통주로의 전환 및 이에 대한 3년의 유예기간(일몰기간)을 두는 등 일정한 제한 하에 복수의결권 제도의 도입과 상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 먼저, 본 입법예고에 의하면, 복수의결권 제도를 발행할 수 있는 회사와 이를 배정받아 보유할 수 있는 자가 제한됩니다.
즉,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회사는 ‘주식회사인 벤처기업’으로서 ‘증권시장에 상장된 법인은 제외’2되며(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1항), ‘일정 금액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가 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회사’여야 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8항).
또한, 위 요건을 갖춘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대상자는 창업주(회사의 발기인으로서 현재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이며,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제한됩니다. 공동창업주가 있는 경우(발기인으로서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가 2인 이상)에는 공동창업주들의 지분이 50% 이상인 경우에 이들을 대상으로 발행이 가능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7항).
1국내에서는 관련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차등의결권 제도에는 1주마다 의결권을 달리하는 방식, 보유주식 수에 따라 의결권이 줄어드는 방식, 일정 안건에 대하여 의결권의 상한을 두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가 발표한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 방안」에서도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가 1주당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복수의결권 제도임을 명확히 하였기에, 본 논단에서도 복수의결권 주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 2이에 따라 현재의 개정안대로 입법이 진행된다면, 코넥스 상장법인은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관변경,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결정하는 주주총회 결의 등 회사 내부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가중된 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2항)(다만,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발행결정을 위한 주주총회는 1회에 같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 결의하도록 한 주주총회 보통결의(상법 제368조 제1항),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 결의하도록 한 주주총회 특별결의(상법 제434조)보다 강화된 결의 요건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복수의결권을 배정받을 창업주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보통주로의 납입을 허용하되, 이 경우에는 총주주의 동의를 요건으로 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5항).
라.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비상장 벤처기업은 1주당 1개 초과 10개 이하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여 창업주에게 배정할 수 있으며(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6항), 그 존속기간은 10년 내로 제한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8 제1항).
다만, 복수의결권이 허용된다고 하여도,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사안, 예를 들어 복수의결권 주식의 변경을 위한 정관변경, 이사 보수 결정, 감사의 선임 및 해임, 이익배당 등 일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1주당 1개의 의결권으로 제한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9 제3항).
마. 한편,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양도ㆍ상속하여 더 이상 위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경우, 이사를 사임하는 경우, 회사가 상장되거나 공정거래법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되게 되며, 이에 따라 더 이상 복수의결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9 제1항).
바. 여기서 유의할 부분은 ‘상장 시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내용’ 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국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외국에서도 이러한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지, 상장하는 경우 어떠한 제한을 두어야 하는지 논의가 분분하며, 실제 제도를 도입한 국가도 운영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도입이 논의되는 복수의결권 제도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과 연구결과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찬반 논의가 있습니다. 즉, 이러한 주식은 사익편취 위험 등이 있으니 상장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과 창업주가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지배하여 기업가치를 증대할 수 있으므로 상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으며,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여도 실질적인 기업가치 증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는데, 각각의 견해 모두 탄탄한 근거와 설득력이 있는 입장이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 자체는 허용하되, 일정 기한이 경과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일몰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였습니다. 여기서의 일몰 조항은 일정한 기간 또는 일정한 사실이 발생하면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자동 전환되는 취지의 조항을 말합니다(위에서 본 창업주의 해당 주식 양도ㆍ상속 시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조항도 일몰 조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입법예고 된 벤처기업법 개정안 제16조의9 제1항 제3호는 상장 자체는 허용하되 존속기간 범위 내에서 상장 후 3년간 보통주로의 전환을 유예하도록 정하고 있는 등 기한부 일몰 조항을 두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결어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10월 위와 같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거쳐, 2020년 12월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에 관하여는 기존에도 다양한 논의와 입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다양한 찬반 논의가 진행되었고 실제 제도 도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입법예고 한 현재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측으로부터는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여러 제한과 보완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벤처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을 환영하는 여론도 큰 것으로 보이고 , 정부가 오랜 시간을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 달리 도입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주식회사의 의결권 제도에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게 되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될 경우에는 벤처업계뿐만 아니라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자 역시 실제 도입되는 제도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