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배주주 매도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주식병합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이 가능한가


-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83315 판결



조범석 변호사




1. 주식병합의 의의 및 문제의 소재

주식병합은 기존에 발행된 여러 개의 주식을 합하여 그보다 적은 수의 주식을 만드는 것으로, 통상 단주를 발생시키고 주식의 유통성을 줄여 각 주주의 이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상법에서는 자본금 감소, 합병, 분할, 주식교환∙이전 등의 경우에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상법 제530조 제3항, 제530조의5 제1항 제4호, 제530조의6 제1항 제3호, 제530조의11 제1항, 제530조의5 제2항 제2호, 제5호, 제530조의6 제3항, 제360조의8, 제360조의11, 제360조의19, 제360조의22).

주식 병합 과정에서는 병합 후 주식 1주를 지급할 수 없는 단주가 존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소수주주를 축출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는바, 단주를 발생시켜 소수주주를 축출할 목적으로 주식병합제도를 우회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엔도어즈 사건 및 ㈜더존다스 사건에서 대법원은 각각 10,000:1 및 10:1의 주식병합 및 자본감소 결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최근 대법원의 울트라건설㈜의 10,000:1 주식병합 사례에서 주식병합 및 자본감소 결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기존 입장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2. 대법원 2018다283315 판결

(1) 원심 판단

원심(서울고등법원 2018나2008901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울트라건설의 10,000:1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가 주주평등의 원칙, 신의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주식병합에 의한 자본금감소는 병합비율에 따라 병합에 적당하지 않은 수의 주식(이하 '단주'라 한다)이 발생되고 이는 소수주주를 축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주식병합은 다수파에 의해 남용될 위험이 있고, 그 내용에 따라 주주권을 잃는 주주에게 간과 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힐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친다고 해서 모든 주식병합이 허용된다고는 할 수 없고, 주주권을 잃는 주주와 그렇지 않은 주주 사이에 현저한 불평등을 야기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결의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가 된다.

□ 개정 상법은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를 도입하여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95% 이상을 보유하는 지배주주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공정한 가격으로 소수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의 매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가 도입된 이상 소수주주 축출 제도의 엄격한 요건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 주식병합 등을 활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주식병합이 무효가 될 여지가 있다.

□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는 자본금감소보다는 주식병합을 통한 소수주주의 축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위법하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병합이 반드시 필요하였다거나 소수주식 강제매수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웠다고 볼 사정도 없다. 피고는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상의 필요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를 실시함으로써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 허용되는 소수주주 축출제도를 탈법적으로 회피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단주의 가격도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한 것으로 보여 보상의 대가로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어 무효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과 달리 위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 주식병합이란 회사가 다수의 주식을 합하여 소수의 주식을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상법은 자본금감소(제440조)와 합병(제530조 제3항)ㆍ분할(제530조의11 제1항) 등 조직재편의 경우 수반되는 주식병합의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주식병합을 통한 자본금감소를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와 채권자보호절차 등을 거쳐야 하고(제438조, 제439조),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단주는 경매를 통해 그 대금을 종전의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제443조 본문). 그러나 거래소의 시세 있는 주식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소의 시세없는 주식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경매 외의 방법으로 매각할 수 있다(제443조 단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 법원은 단주를 보유한 주주와 단주를 보유하지 않은 주주 사이의 공평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의 액면가, 기업가치에 따라 환산한 주당 가치, 장외시장에서의 거래가액 등 제반요소를 고려하여 매매가액의 타당성을 판단한 후 임의매각의 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 주식병합을 통한 자본금감소에 이의가 있는 주주ㆍ이사ㆍ감사ㆍ청산인ㆍ파산관재인 또는 자본금의 감소를 승인하지 않은 채권자는 자본금 감소로 인한 변경등기가 된 날부터 6개월 내에 자본금감소 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상법 제445조). 상법은 자본금감소의 무효와 관련하여 개별적인 무효사유를 열거하고 있지 않으므로, 자본금감소의 방법 또는 기타 절차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 기타 법령ㆍ정관에 위반하거나 민법상 일반원칙인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즉 주주평등의 원칙은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른 평등한 취급을 의미하는데, 만일 주주의 주식 수에 따라 다른 비율로 주식병합을 하여 차등감자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자본금감소 무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주식병합을 통한 자본금감소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이루어져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도 자본금감소 무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 먼저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가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주식병합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쳐 모든 주식에 대해 동일한 비율로 주식병합이 이루어졌다. 원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단주의 처리 과정에서 주식병합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 수를 가진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지만, 이러한 단주의 처리 방식은 상법에서 명문으로 인정한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이다(제443조). 따라서 이 사건 주식병합의 결과 주주의 비율적 지위에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고, 달리 원고가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지 못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주평등원칙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

● 다음으로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우리 상법이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소수주주강제매수제도를 도입한 입법취지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엄격한 요건 아래 허용되고 있는 소수주주 축출제도를 회피하기 위하여 탈법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는 다른 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위법하다. 그러나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는 지배주주에게 법이 인정한 권리로 반드시 지배주주가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상법에서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주식병합의 목적이나 요건 등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한 주식병합을 통해 지배주주가 회사의 지배권을 독점하려면, 단주로 처리된 주식을 소각하거나 지배주주 또는 회사가 단주로 처리된 주식을 취득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주식병합으로 단주로 처리된 주식을 임의로 매도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사유를 소명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비송사건절차법 제83조), 이 때 단주 금액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도 이루어지므로 주식가격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받는다는 점은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와 유사하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주식병합으로 소수주주가 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는 주주총회 참석주주의 99.99% 찬성(발행주식총수의 97% 찬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회사의 결정은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소수주주의 대다수가 찬성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와 같은 회사의 단체법적 행위에 현저한 불공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해당 주주총회의 안건 설명에서 단주의 보상금액이 1주당 5,000원이라고 제시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대다수의 소수주주가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를 찬성하였기에 단주의 보상금액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급한 불공정한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검토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소수주주 축출의 결과를 가져오는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가 유효하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다시금 확인하는 한편,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상법 제360조의24) 행사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소수주주 축출의 결과가 발생하는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가 가능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독자적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