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새로운 ICT기술과 규제



엄태진 미국변호사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ICT기술 중 총아로 꼽히는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한다는 것은 정책과 규제 차원의 잠재적 논쟁을 수반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호주출신인 호안 톤 탓이 2017년 미국에 창업한 인공지능 안면인식기업 ‘클리어뷰AI’사는 실리콘벨리의 거물이자 ‘제로 투 원(0 to 1)’의 저자인 피터 티엘이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클리어뷰AI는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30억개 이상의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학습하게 하여, 인터넷상에서 유사한 이미지 파일을 단 몇 초 만에 찾아내는 높은 정확도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현재 북미를 비롯 전세계 수백 여개 공공기관에서 이 기술을 채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일리노이 주를 비롯한 일부 관할에서는 안면정보가 ‘개인 생체인식 정보’에 해당하여 이를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일 수 있으며, 현재 클리어뷰AI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반면 클리어뷰AI사는 “이미 인터넷상에 공개적으로 존재하는 이미지파일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검색할 뿐이며, 기존에 해결이 어려웠던 범죄수사에 실재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들의 기술과 사업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호안 톤 탓은 CNN 인터뷰에서 한 성범죄자 수사에서 클리어뷰AI의 웹 스크래핑(scraping)을 이용, 라스베가스의 한 휘트니스 센터 사용자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뒤편에 우연히 찍힌 범인을 발견하여 체포한 사례를 들며 클리어뷰AI 기술의 효용성을 항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적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로스앤젤레스 시 경찰(LAPD)는 외부 인공지능 기반 안면인식 플랫폼을 범죄수사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매사추세츠 주도 안면인식 기술을 범죄수사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 중에 있습니다.

2020년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안면인식기술과 관련한 논쟁보다는 개정된 데이터3법 발효와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추진체계 개편이 ICT 정책 측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슈입니다. 또한 올 초 ‘타다’ 서비스를 둘러싼 모빌리티 업계에서의 이슈가 새로운 기술활용과 정부규제에 관한 범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 바 있으나, 이는 법개정과 타다의 서비스 중단으로 일단락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타다 서비스 제공회사는 ‘타다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최근 국토교통부 모빌리티혁신위원회에서 플랫폼 운송사업 정책권고안을 제시하여 뒤늦게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ICT기술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더 이상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주요 기술분야를 분리해서 논의하기 어렵습니다. 클리어뷰AI의 경우에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인권 등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정책적, 법적 이슈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도 보다 더 구체화되어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채택한 인공지능 권고안에서는 포용성, 지속가능성, 책임성 등을 중요 원칙으로 제시하였으며, 코로나 및 바이든 행정부 이후 국제사회의 협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에 보다 더 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국제사회의 합의와 국가별 규제 간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기술 발전을 위하여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