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관하여

-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2582
-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이상도 변호사




1. 들어가며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수개의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 후 해당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하게 되고, 사용자 및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아니한 조합이나 그 소속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서는 아니 됩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 4 제1항).

위 노동조합법 규정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 노동조합에게 단체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섭정보를 제공할 의무와 잠정합의안 등에 관한 소수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 등이 포함됩니다.

이하에서 소개할 2개의 사안은 소수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상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기한 사안인데,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전반적으로 유사함에도 대법원은 상이한 판단을 하였는바, 이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성립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관련 법리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 이유 중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이하 ‘소수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을 절차 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공정대표의무를 절차적으로 적정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정보를 소수노동조합에 적절히 제공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다만, 단체교섭 과정의 동적인 성격 및 실제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모습,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따라 인정되는 대표권에 기초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권 등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의 모든 단계에 있어서 소수노동조합에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완벽하게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이때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누락하거나 충분히 거치지 아니한 경우 등과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한편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마련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하 ‘잠정합의안’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자신의 조합원 총회 또는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는 경우,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동등하게 그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거나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결 여부를 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찬반의사를 고려 또는 채택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구체적 사례

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부정한 사례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

(1)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4.3.6. 원고 소수노동조합에게 ‘2014년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을 위하여 원고 소수노동조합 조합원 115명에게도 설문조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원고 소수노동조합의 2014년 단체협약 요구안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2)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4.3.20. 2014년 단체협약 요구안 초안을 마련한 다음 2014.4.8. 원고 소수노동조합에 ‘원고 지회 요구안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3) 원고 소수노동조합와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4.4.15. 2014년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대표자회의를 열었다. 당시 원고 소수노동조합은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원고 소수노동조합 요구안을 설명하였다.

(4)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4.5.28. 원고 소수노동조합에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 요구안을 설명하겠다’고 하면서 ‘대표자회의를 열자’고 요구하였다. 2014.5.30.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원고 소수노동조합에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 요구안을 설명하였다.

(5)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4.10.23. 주식회사 두산과 2014년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다음, 같은 날 원고 소수노동조합에 잠정합의안이 마련된 사실과 해당 내용을 통보하였다.

(6)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수시로 단체교섭의 경과를 설명하는 소식지를 만들어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각 반 회의실과 식당 앞에 비치하였다. 소식지에는 ‘단체교섭이 열린 일시와 장소, 참가자, 향후 일정, 노사 양측의 주장 내용, 향후 예상’ 등이 자세히 기재되었다. 잠정합의안이 마련되자,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식지에 잠정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면서 알기 쉽게 표로 정리하였다.

나.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2582 판결)

(1)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피고 회사와 사이에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4.6.12. 원고 소수노동조합에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피고 회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사내게시판에 공지하였는데, 거기에는 연봉제 확대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2) 원고 소수노동조합은 2014.7.10.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연봉제 자체의 폐지 및 모든 직급의 직원에 대한 호봉제 전환을 포함하는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3)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연봉제를 4급 직원까지 확대하되 2015.1.1.부터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이 마련되자, 2014.8.27. 조합원총회를 갈음하는 임시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참석자 만장일치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하였다. 다만, 피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원고 소수노동조합에게 잠정합의안 마련사실을 알리거나 이에 대해 설명하고 그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지는 않았고, 자신의 임시대의원회에 원고 소수노동조합의 대의원이나 조합원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4) 피고 교섭노동조합은 2014.8.28. 피고 회사와 사이에 잠정합의안 내용대로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2014.8.29. 사내게시판의 공고문을 통해 합의서 내용을 공지하였다.

4. 결론

위 두 사안 모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최종적으로 체결된 단체교섭의 내용을 전사적으로 게시하여 그 내용을 공유하였다는 점과 소수노동조합을 잠정합의안 작성•체결에 관한 의결 절차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대표의무위반이 부정된 사안의 경우, 비록 위와 같은 사정은 있었지만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노동조합과 계속적으로 단체교섭 내용에 관하여 협의를 진행해왔고, 상호간의 요구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잠정합의안의 내용을 소식지 등을 통해 설명하는 등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정보를 소수노동조합에게 충실히 제공하고, 소수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습니다.

반면, 공정대표의무위반이 인정된 사안의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위와 같이 단체교섭 체결 과정에 대한 정보 등을 충실히 제공하지 않았으며, 상호 간의 단체교섭 요구사항에 대한 설명회 등도 개최하지 않는 등 단체교섭에 관한 소수노동조합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수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춰보면, 대법원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소수노동조합 간의 회의 등을 통해 소수노동조합의 의견이 단체교섭 체결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는지 여부, 단체교섭 체결 과정에서의 정보가 적극적으로 사전/사후에 제공되어 소수노동조합이 이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실무에서는 이에 유의하여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