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6425 판결
황예영 변호사
1. 의료법의 관려 규정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①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2.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3.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 4.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5.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 ①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② 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③ 원격의료를 하는 자(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④ 원격지의사의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이하 "현지의사"라 한다)인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에 대하여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제3항에도 불구하고 현지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의료법 제90조(벌칙) 제16조 제1항∙제2항, 제17조 제3항∙제4항, 제17조의2 제1항∙제2항(처방전을 수령한 경우만을 말한다), 제18조 제4항, 제21조 제1항 후단, 제21조의2 제1항∙제2항, 제22조 제1항∙제2항, 제23조 제4항, 제26조, 제27조 제2항, 제33조 제1항∙제3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5항(허가의 경우만을 말한다), 제35조 제1항 본문, 제41조, 제42조 제1항, 제48조 제3항∙제4항, 제77조 제2항을 위반한 자나 제63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와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2.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5도13830 판결)의 입장
대법원은, ‘의료법이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해 의료질서가 문란하게 되고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보건의료정책상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 참조).’고 하면서,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하여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및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의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이러한 의료행위는 앞서 본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에 반하고 이는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환자의 요청이 있다 하여 전화로 환자를 진료한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 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의 및 전망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는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행하지 아니하여도 위법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전화 등을 통한 이른바 ‘원격의료행위’를 의료인 대 의료인의 경우에 한정하여 허용하고 있고, 의료인 대 환자의 의료행위에 관하여는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의료인과 환자가 대면하지 아니하고 전화 등을 통하여 ‘원격의료행위’를 한 것이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가 문제되어 왔습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환자에게 전화 등을 통한 원격의료행위를 한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이고, 이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COVID-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방식에 의한 Life-style이 확산되는 추세에서, 앞으로의 의료기술 역시 비대면 방식에 의한 의료행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률의 규제는 기술의 진보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바, 원격의료행위가 대면 의료행위의 수준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단계에 이를 경우,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이 변경되거나, 또는 입법자들이 해당 의료법의 규정을 변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이하 ‘처방전 등’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된 구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후의 위 조항은 어느 것이나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적도 있는데(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이번에 선고된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5도13830 판결에 의하면 원격의료행위가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된 행위에는 해당하지만, 비대면의 방식으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행위는 처방전 작성 및 교부와 관련된 의료법 제18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