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채권자가 누구인지 여부
-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672045도13830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및 원심의 판단
원고는 안마수련원을 이수하였거나 이에 준하는 자 또는 예정자로서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는 사람(시각장애인)을 회원으로 하는 비법인 단체인데, A는 2018. 1. 1. 원고의 대표자로 선출되었습니다.
A는 2018. 1. 3.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장애인단체 조합인 부산00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라 합니다)에서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조합거래를 신청하여 정기예탁금과 자립예탁금 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합니다)를 개설하고, 기존의 대표자로부터 전달받은 22,645,349원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의 전임 대표자는 당시 신협의 이사장이었습니다.
A는 조합거래신청서에 자신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와 조합원 번호를 기재하고 실명확인증표로 복지카드를 제출하고,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 금융거래 목적을 ‘동문회 통장’이라고 기재하며, 조합거래신청서 등 서류에 원고의 인감을 날인하였습니다.
이 사건 예금통장에는 예금주로 A와 함께 원고의 명칭이 부기되어 있었는데, 신협은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한 상세정보에 조합원명을 A, 통장부기명을 원고로 입력하고, 내부 전산망에 자립예탁금 계좌의 용도를 개인용으로 분류하여 관리하였습니다.
B는 A를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은 2015. 6. 19. ‘A는 B에게 15,706,219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소5489782),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습니다.
B는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2018. 5. 4.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타채102550호로, 2018. 6. 19.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타채103498호로 A가 신협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 중 4,500,000원과 12,312,180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A가 아닌 원고라는 이유로,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이 사건 소(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원심 법원(부산지방법원 2019. 8. 28. 선고 2019나44132 판결)은 이 사건 예금계좌는 A에 대한 실명확인을 거쳐 개설되었고, A가 신협에 원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여 거래자가 원고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통장부기명이나 통장 사용 목적은 통장 관리를 위한 편의사항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67204 판결)의 입장
원고의 상고로 개시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 참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개인, 법인 그리고 비법인 단체 등으로 구분하여 실명과 그 확인 방법을 정하고 있다. ...(중략)… 비법인 단체의 경우 단체를 대표하는 자의 실명을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대표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등과 같은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하며, 다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단체의 경우 그 문서에 기재된 단체명과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나 그 사본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제3조 제3호, 제4조의2 제1항 제3호).
이러한 규정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그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할 수 있어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전임 대표자이자 신협 이사장인 소외인은 자신의 명의로 된 신협 계좌를 통하여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다가 위 계좌를 해지하여 인출한 돈을 A에게 지급하였고, A는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같은 날 본인 명의로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소외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한 점, A는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원고의 인감을 사용하고 금융거래 목적을 ‘동문회 통장’이라고 밝혔고, 신협이 발급한 이 사건 예금통장에는 예금주로 A와 함께 원고 명칭을 부기하였으며, 원고∙A∙신협 사이에 원고의 자금을 A 개인의 계좌에 예치하는 차명거래를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A∙신협 사이에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협은 A가 원고의 대표자라는 것과 A가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원고를 대표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한다는 것을 알고 이 사건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신협이 A로부터 원고 단체의 존재 여부와 대표권 유무를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받지 않았다거나, 신협이 내부 전산망에 자립예탁금 계좌의 용도를 개인용으로 분류하였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판결의 의의 및 전망
기존에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한다.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다92487 판결),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확정하는 데에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를 귀결시키는 듯한 판시를 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 및 이 사건에서의 대법원은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표시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되었다면,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는 외관상 드러난 표시행위보다는 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일치된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당사자를 확정하는 방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일치된 의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인정될 경우라면, 위 최근 대법원의 판시대로,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가 분쟁을 야기하게 될 경우, 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치된 의사가 있는지 여부 및 그러한 일치된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