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폭행 사건 관련 부실수사 원인은 무엇일까
박상융 변호사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
생후 16개월 입양된 정인이가 사망했다. 입양 부모의 학대에 의한 사망이다.
3번이나 학대 의심 관련 신고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격리조치 등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니 내사종결을 했다는 것이다. 내사종결 이후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격리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후 정인이는 사망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 2편을 통해 대대적으로 방송이 되었다. 여론이 들끓었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고 처벌 형량을 높이는 법률이 만들어져 통과되었다. 경찰청장도 사과하면서 학대전담 수사대를 편성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서장이 직접 현장에 진출 조치를 끝까지 하라고 했다.
신고 당시 보고를 받지 않았던 관할 양천서장이 대기발령되었다. 징계 책임도 3차 현장에 출동했던 여성청소년과 수사팀과 학대전담 경찰관을 징계에 회부했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과장도 책임을 물어 조사하기 시작했다.
과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윗선의 발표처럼 당시 출동 경찰관들이 매뉴얼대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신고 후 조치 결과를 과장에게 보고하지 않아서일까. 당시 현장에 같이 출동한 구청 아동보호전담관도 정인이를 양부모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하면 과연 학대 의심 상처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경찰, 아동보호전담관은 평소 아동학대 관련 상처, 상흔에 대한 교육과 판독 영상사진 관련 구분교육을 받았을까. 3차 출동 경찰관에게 1, 2차 출동 당시 신고현황, 조치내역이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3차 출동 당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강서경찰서로 신고를 했을 때 신고를 한 실제 음성내역 그대로를 강서경찰서는 양천경찰서 출동 경찰관에게 전달해주었을까. 3차 소아청소년과 의사로부터 신고전화를 받은 강서경찰서 직원들은 현장에 양천경찰서 직원들과 같이 출동하면 어떠했을까.
왜 현장에서 양부모의 학대 부인 주장에 대해 경찰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을까. 강제로 양부모의 품에서 정인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정인이 또는 양부모와의 물리적 충돌로 양부모가 상처를 입어 경찰, 검찰, 인권위에 경찰관을 독직폭행 상해로 고소시 경찰관은 어떠한 처벌과 징계를 받을까.
왜 2차 출동 당시 경찰관은 내사종결을 했을까. 내사종결은 어떤 근거로 했고 최종 내사종결권자는 누구였을까. 과장, 서장은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면책될 수 있을까.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흔히 말하는 매뉴얼은 도대체 현장근무자에게는 적합한 것일까. 매뉴얼상 모호한 규정이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은 무엇일까. 여성청소년과 내 학대전담 경찰관의 업무의 범위와 한계, 그리고 수사팀의 업무의 범위와 한계는 무엇일까.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뉴얼상에 있다는 속칭 합심은 현장에 같이 출동하는 수사팀과 아동전담보호 경찰관과의 사이에 하는 것이 합심이 아닌지. 단지 출동 결과를 과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합심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아동전담보호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내사종결 관련 접수처리 과정은 속칭 킥스(형사사법정보전산망)에 입력, 관리되는 것일까. 서장은 사건접수 처리과정을 제대로 확인, 점검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현실적인 현장상황을 감안하고 조사하여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거기에 합당한 징계와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여론무마용, 내부목소리 잠재우기용, 현장직원 문책 중심으로 징계를 해서는 안 된다. 법과 제도가 미비하여 그것이 원인이라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조건 현실에 맞지 않는 매뉴얼 규정만 들이대지 말고 매뉴얼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징계를 받는 직원도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서 법무부차관 운전중 폭행 사건
다음으로 서초서 법무부차관 운전중 폭행 사건을 살펴보자.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전중 폭행이 아니라고 단정해 내사종결을 하였다. 경찰 역시 자체 팀을 구성하여 조사했지만 운전중 폭행이라고 볼 수 없어 내사종결한 처분이 맞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변호사 출신 경찰관등 법률전문팀을 편성, 조사사항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당시 폭행 장면이 촬영된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이 발견되고 경찰관이 동영상을 무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또다시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 대리까지 나서서 특별수사청문감사팀을 편성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경찰 자체 내의 수사지휘감독 기능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담당자 외에 반장, 팀장, 과장이 있다. 윗선으로 갈수록 계급도 높다. 계급 못지 않게 사무실도 크다. 문제는 그에 걸맞는 수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업무와 서류작성은 담당자가 하고 나머지 윗선 계급은 결재만 한다. 결재도 킥스라는 형사사법정보망을 통해 마우스 클릭으로 형식적으로 한다. 담당자가 제대로 사건조사를 하는지 조서내용도 모니터링하고 검토분석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사건 현장은 가보지도 않는다. 수사서류와 조사내용 상 미흡한 점이 있는지도 제대로 점검도 하지 않는다. 담당자보다 어떤 경우에는 출근도 늦게 하고 퇴근도 빨리 한다. 수사책임자는 오로지 단속실적과 미제사건 빨리 끝내기에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쓴다. 사건의 실체 내용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조사내용을 모니터링한 후 책임자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추가보강조사를 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행여 추가보강조사를 지시하면 청탁수사라는 의심을 가질까봐 결재만 한다. 자체 수사심의관, 영장심사관까지 두었지만 그들 역시 수사 초기단계에서 관여하지 않아 형식적으로 결재만 한다. 이러한 것들이 고쳐져야 한다. 수사지휘 책임자는 현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실무경험을 축적하면서 승진하여야 한다. 갑자기 시험, 특진, 심사승진하여 책임자로 와서는 안 된다. 수사책임자는 담당자가 어떤 사람을 어떤 내용으로 조사하는지 처음부터 살피고 분석하여야 한다. 행여 조서내용에 기재되어 있지만 그 조서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도 확인하여야 한다. 현장에도 나가보아야 한다. 그래야 현실성 있고 내실 있는 수사지휘가 된다. 그러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제2, 제3의 정인이 사건, 서초서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