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통제] 과연 화웨이에 수출하지 않는다고
미국 EAR로부터 자유로울까



윤수인 변호사




2019년 5월에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 “BIS”)이 Huawei Technologies Co., Ltd. 및 그 계열사들(이하 총칭하여 “화웨이”)을 미국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 “EAR”) 상의 수출통제대상자에 추가하고, 2020년에는 제재 강도를 강화하면서 정보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관련 중국의 수출 사업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습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출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화웨이를 대상으로 거래를 하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국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대안을 모색하려고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 또는 중국에 수출하지 않는 국내 기업들은 과연 미국 EAR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화웨이는 수출통제대상자목록(“Entity List”)에 등재된 수 많은 기업들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또한, 중국은 통제이유(reason for control)별로 BIS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분류해 놓은 사전허가분류국가차트(“Commerce Country Chart”)에 명시된 약 200여개가 넘는 국가들 중 한 국가에 불과합니다. 화웨이 제재 범위에 속하는 품목은 주로 전자, 컴퓨터, 전기통신, 정보보안과 관련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하여 제조 또는 생산된 물품인데, 해당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 또한 크게 10개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정하고 있는 수출통제품목(Commerce Control List – “CCL”)에 등재된 품목들 중 일부에 해당할 뿐입니다. 따라서, 화웨이나 중국에 수출하지 않는 국내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EAR 위반을 미연에 방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 EAR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품목1은 크게 나누자면: (1) 원산지와 상관없이 미국을 거쳐가는 품목, (2) 소재지와 상관없이 미국에서 제조 또는 생산된 품목 (즉, 미국산 품목), 그리고 (3) 미국산 품목을 사용하거나 미국산 품목이 포함된 외국산 품목입니다. 국내에서 군수산업, 항공산업, 우주산업, 통신산업, 전자산업 등과 관련된 첨단기술 제품을 제조 또는 생산하여 판매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위 (3)항을 근거로 해당 국내 제품이 EAR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산 품목을 사용하거나 미국산 품목이 포함된 국내 제품이 EAR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는 EAR의 최소편입비율규정(“De Minimis Rule”) 및 직접생산품규정(“Direct Product Rule”)으로 판단할 수 있고, 만약 국내 제품이 EAR의 적용을 받을 경우, CCL, Entity List 및 Commerce Country Chart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BIS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 및 특정 허가면제 조건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1“품목”이라 함은 기술 및 소프트웨어도 포함합니다.


De Minimis Rule의 경우, 국내 제품의 종류, 국내 제품에 포함된 미국산 물품의 종류 (CCL에 포함된 특정 미국산 물품의 경우 편입 비율 불문하고 일체의 편입을 허용하지 않음), 해당 미국산 물품의 통제이유, 수입국가 및 국내 제품 대비 최소 편입 비율(일체 편입이 금지된 품목이 아닌 경우에는 수입국가에 따라 허용 편입 비율 10% 또는 25%가 적용됨)을 고려하여 EAR 적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Direct Product Rule의 경우, 국내 제품의 종류, 국내 제품의 제조 또는 생산 과정에서 사용된 미국산 물품의 종류(국가안보를 이유로 CCL에 포함된 미국산 기술 및 소프트웨어; 우주선, 인공위성, 군수품 등과 관련된 품목; Entity List에서 특정 거래대상자에 대하여 통제하고 있는 미국산 기술 및 소프트웨어 등), 해당 미국산 물품의 통제이유, 수입국가 및 거래대상기업을 고려하여 EAR 적용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De Minimis Rule 또는 Direct Product Rule에 따른 EAR 적용여부 판단에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국내 제품에 사용 또는 포함된 미국산 물품이 CCL에서 수출통제분류번호(Export Control Classification Number – “ECCN”)를 할당 받은 품목인지 여부와 해당 국내 제품 자체도 ECCN을 할당 받은 품목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며, 실무자 단계에서 국내 제품 제조 또는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EAR을 위반하게 될 경우, 위반 건당 최대 약 11억 원의 벌금 및 최소 약 3억 원의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Entity List에 포함될 수 있어 해당 위반에 따른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군수산업, 항공산업, 우주산업, 통신산업, 전자산업 등과 관련된 첨단기술 제품으로 여겨질 수 있는 제품(완제품, 부품 등 포함)을 생산, 제조 및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관련 준법감시체계 구축 및 전문가의 법률 검토, 자문 등을 통해 우발적인 EAR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