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현금청산대상자의 의사와 무관한 조합원 지위 회복 가부

-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20두48031 판결



김민구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작전현대아파트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2011. 1. 25.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습니다. 조합은 2011. 4. 4. 부터 같은 해 5. 23. 까지 분양신청절차를 진행하였고, 토지등소유자 807명 중 447명이 분양신청을 하였으나 나머지 330명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자가 되었습니다.

조합은 2017. 7. 21. 최초 사업시행계획 폐지인가를 신청하였고, 관할 행정청은 2017. 9. 13. 폐지를 인가하였습니다.

조합은 2018. 1. 27.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사업시행인가에 따라 행하여진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현금청산대상자)는 사업시행인가 폐지 시 조합원자격이 회복된다(단, 조합원 변경 신고 수리일부터 회복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정관규정을 신설하는 안에 대하여 결의하였고, 2018. 2. 20.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정관변경인가(2018. 3. 12. 현금청산대상자를 조합원으로 지위 회복하였음을 전제로 조합원 수 변경신고 수리)를 받았습니다.

조합은 2018. 4. 14.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이하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2019. 1. 5. 부터 다시 분양신청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위 정관변경결의 무효확인 및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원고들 청구를 전부인용하였습니다. 조합은 전부 항소하였다가 정관변경결의 무효확인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취하하였고, 항소심은 조합의 항소(이 사건 사업시행계획 취소 인용 부분에 대한 항소 부분)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현금청산자가 다시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 및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이 취소되어야 하는지 여부 2가지 쟁점에 대하여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등

가. 대법원은 현금청산자에게 다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현금청산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회복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조합의 조합원이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날에 현금청산대상자가 되고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91364 판결 등). 그 후 그 분양신청절차의 근거가 된 사업시행계획이 사업시행기간 만료나 폐지 등으로 실효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향하여 효력이 발생할 뿐이므로(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두34905 판결) 그 이전에 발생한 조합관계 탈퇴라는 법적 효과가 소급적으로 소멸하거나 이미 상실된 조합원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 조합이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면서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 새로운 분양신청 및 조합 재가입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단체 자치적 결정으로서 허용되지만, 그 기회를 활용하여 분양신청을 함으로써 조합에 재가입할지 여부는 현금청산대상자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몫이지,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합이 일방적으로 현금청산대상자들이 조합원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현금청산사유가 발생하면 150일 이내에 현금청산을 하도록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47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도 반하고,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의사와 이익에도 배치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정관변경결의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정관조항은 무효이고, 1차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던 현금청산대상자 330명은 이 사건 총회결의 당시에 피고의 조합원 자격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한편, 대법원은 위와 같이 현금청산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합원 지위를 회복하도록 하는 정관규정은 무효이므로 현금청산자들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원심과 달리(원심에서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들의 결의에 참여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총회결의는 하자가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을 취소할 정도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다음과 같이 판단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조합 총회의 결의에 자격 없는 자가 참여한 흠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의사진행의 경과, 자격 없는 자의 표결을 제외하더라도 그 결의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점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은 흠이 총회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총회결의가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3375 판결 등). 이 사건 총회결의에 조합원 자격이 없는 현금청산대상자 136명이 참여하였으나, 그들을 제외하더라도 조합원 총수 477명 중 436명이 참석하였고, 그 중 434명(재적조합원의 약 90%, 참석조합원의 약 99%)의 찬성으로 이 사건 총회결의가 이루어져 사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의결정족수를 넉넉히 충족한다.

3. 결론

종래 정비사업시행 과정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던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다시 분양신청을 기회를 주는 것은 실무상 많이 이루어져왔습니다. 다만, 위와 같이 다시 분양신청 기회를 주는 것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던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의사에 따라 다시 분양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었는데, 이 사건은 조합이 강제적으로 현금청산대상자들을 조합원으로 지위를 회복시키는 것으로서 차이가 있습니다. 분양신청여부(현금청산자가 될 지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는 개인의 의사결정 영역으로서 조합이 이를 강제할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정비사업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던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조합이 조합원 지위를 회복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