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과소신고가산세 및 장기 부과제척기간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7두38959 전원합의체 판결
박남준 변호사∙공인회계사
1. 사건의 개요
① 원고 A법인의 임직원(사용인) B는 원고 A법인의 거래상대방과 공모하여 원고 A법인으로 하여금 약 20억 원 상당의 금액을 지급하게 하는 편취, 배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② 사용인 B의 이와 같은 약 20억 원 상당의 사기 등 범행으로 원고 A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이 누락된 채 법인세 신고‧납부가 이루어졌습니다.
③ 이에 피고 과세관청 C는 위 편취 등 피해금액을 원고 A법인의 법인세 과세표준에 산입하여 세액을 경정하면서, 위 범행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용인 B의 허위 세금계산서 수취 등의 부정한 행위를 원고 A법인의 부정한 행위로 보아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한 법인세 본세에 40%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및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더하여 원고 A법인의 2005 사업연도부터 2010 사업연도까지 법인세를 증액경정하였습니다.
④ 원고 A법인은 사용인 B의 이러한 부정한 행위는 범죄피해자에 불과한 원고 A법인의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하는 장기 부과제척기간과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모두 적용한 위 법인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국세의 부과제척기간 및 과소신고가산세 등과 관련하여 국세기본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구 국세기본법 (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국세부과의 제척기간) ① 국세는 다음 각호에 규정하는 기간이 만료된 날 후에는 부과할 수 없다. (단서 생략) 1.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는 당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 3.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간 제47조의3(과소신고가산세) ① 납세자(괄호 생략)가 법정신고기한까지 세법에 따른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경우로서 신고한 과세표준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과소신고한 과세표준 상당액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세액에 곱하여 계산한 금액의 100분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납부할 세액에 가산하거나 환급받을 세액에서 공제한다. (단서 생략)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과소신고한 과세표준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금액을 합한 금액을 납부할 세액에 가산하거나 환급받을 세액에서 공제한다. 1. 부당한 방법으로 과소신고한 과세표준에 대한 가산세액: 과세표준 중 부당한 방법으로 과소신고한 과세표준에 상당하는 금액(부당과소신고과세표준)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세액에 곱하여 계산한 금액의 100분의 40에 상당하는 금액(부당과소신고가산세액). (단서 생략) |
이 사건에서는 법인의 사용인이 법인에 대하여 사기, 배임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법인 소득을 은닉하는 등 적극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이러한 사용인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범죄 피해자의 지위에 있는 법인에게 장기 부과제척기간과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3.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가.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적용 여부
대법원은, 대표자나 사실상 대표자가 아닌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가 납세자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납세자를 피해자로 하는 사기, 배임 등 범행의 일환으로 행하여지고, 거래 상대방이 이에 가담하는 등으로 인하여 납세자가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로 납세자의 과세표준이 결과적으로 과소신고되었을지라도 이들의 배임적 부정행위로 인한 과소신고를 납세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과소신고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때에는 납세자에게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중과세율을 적용한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단한 근거로, 가산세는 세법상 의무를 위반한 납세자에게 세금의 형식으로 부과하는 행정상 제제인데 특히 부당과소신고가산세는 그만큼 비난가능성이 큰 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라는 점이 전제된다고 한 뒤, 납세자가 인식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 자체를 이유로 그 부정한 행위의 범죄 피해자에 불과한 납세자에게 일반과소신고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세율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비난가능성 및 책임에 상응하지 않는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납세자에게 사용인 등에 대한 선임,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그로 인하여 발생한 과소신고의 결과에 대하여는 10%의 일반과소신고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족한 것이지, 그것을 넘어 타인인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40%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그 귀책사유에 비하여 제재가 지나쳐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장기 부과제척기간의 적용 여부
대법원은,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과세관청의 부과권을 연장해주는 장기 부과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가 납세자 본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 배임 등 범행의 수단으로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로써 포탈된 국세에 관하여 과세관청의 부과권의 행사가 어렵게 된 것은 분명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는 장기 부과제척기간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납세자 본인에 대한 해당 국세에 관하여는 부과제척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판단한 근거로,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둔 취지는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과세관청의 부과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그 부과제척기간을 통상의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데에 있으며, 국세의 부과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납세자 측의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방해된 과세관청의 국세 부과권을 보장해 주는 데 주된 의미가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로 인하여 납세자의 국세가 포탈된 경우, 납세자가 이를 예상하거나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선임,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면, 과세관청이 통상의 부과제척기간 내에 이를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납세자가 국세의 부과와 징수를 면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래서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포탈된 국세에 관한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부정한 행위라는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당연히 행사되었을 부과권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납세자로 하여금 포탈된 국세에 대한 납세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타당한 조치로서, 이를 두고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종래 대법원은 대리인, 이행보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한 장기 부과제척기간 적용의 문제에 있어 납세자 본인의 부정한 행위뿐만 아니라 납세자가 스스로 관련 업무의 처리를 맡김으로써 그 행위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자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의 부정한 행위도,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0두1385 판결 참조).
그러나 비록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와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와 관리‧감독을 다하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인 등이 납세자 본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 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납세자 본인의 소득을 은닉하는 등 배임적 부정행위를 하였을 경우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납세자에게 부당과소신고가산세와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부당과소신고가산세는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납세자에게 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인만큼,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에 거래상대방이 가담하는 등 납세자가 이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이유로 납세자 본인에게 일반과소신고가산세의 제재를 넘는 40%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중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였습니다.
반면, 장기 부과제척기간의 경우에는 비록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로 인해 납세자가 오히려 국세의 부과와 징수를 면할 수 있는 이익을 얻은 반면 과세관청의 국세 부과권 행사가 어렵게 되었는데, 납세자에게 사용자에 대한 선임,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었다면, 국세의 부과권 행사가 방해된 데에 납세자측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이유로 납세자에게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두고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서는 납세자의 부정한 행위로 보지 않는 반면, 장기 부과제척기간에서는 납세자의 부정한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아 합헌적 법률해석에 근거하여 양 제도의 적용 영역을 분명히 밝힌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