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융 변호사
금년부터 중요 6대범죄를 제외한 사건에 대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종결권이 생겼다. 경찰 자체적으로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불송치 결정후 사건관계인의 이의신청 또는 검찰에서 불송치 기록을 검토한 후 재수사지시가 있으면 예외임에도 말이다.
필자가 변호사로서 경찰조사 과정에 참여해본 바에 따르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달라진 모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선 경찰서의 경제팀 등 수사팀은 일이 많아졌다. 불송치 과정에서 자체 수사심의관 검토등 내부 결재를 득해야 한다. 불송치 결정후 다시 결정문 등을 검찰로 보내야 한다. 아울러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검찰로 불송치 기록을 송부하여야 한다.
실질적인 사건조사 이외에 일이 너무 많아졌다. 최종 불송치 결정이 나더라도 경찰 자체적으로 불송치 사건기록을 보존하여야 한다. 그런데 보존 관련 기간이 없다. 사실상 영구보존이다.
검찰은 검찰 자체에 접수된 고소, 고발, 진정사건은 6대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로 이첩한다. 검찰에 송치된 사건도 검찰은 보완수사 지시를 경찰에 하달한다. 검찰수사관들은 자신들의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좋아한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은 기소의견 송치사건과 불송치 결정을 검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일선서 경찰관들은 사건처리에 너무 힘이 든다고 한다. 인터넷 접수, 본청, 지방청, 지자체 이첩사건도 많아졌다. 서울 모 경찰서의 경우 수사관 1인당 보유 건수가 200여건에 육박한다.
사건종결 과정도 어려워졌다. 당사자들이 출석을 꺼리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면 검찰에 진정하겠다고 한다. 아니 그보다도 경찰 청문감사관실에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수사과정에서 휴대폰으로 수사과정을 녹음하기도 한다.
지구대, 파출소 이첩사건도 많아졌다. 동행보고서, 현행범체포보고서만 던져놓고 가버린다. 초동수사가 중요한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검증 등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수사는 등한시 된다. 현업 민원사건도 많은데 거기에 더해 국가수사본부 등 윗선에서 기획수사, 특별단속 지시도 하달된다. 교육도 많다.
경제, 지능, 형사, 강력, 여성청소년팀 등 수사기능도 다분화되어 있다. 성폭력, 실종 등 전형적인 강력사건 등이 모두 여성청소년 수사팀으로 이관되었다. 그러다 보니 강력팀의 존재가 무의미해져서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담하라고 한다. 보이스피싱 수사는 지능팀 사건인데도 말이다.
정인이 사건 이후 학대사건 관련 신고출동수사 부담도 커졌다. 학대신고가 들어오면 거의 무조건 격리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 과정에서 자칫 직권남용, 독직폭행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필자가 아는 베테랑 수사관은 무슨 핑계거리라도 있으면 수사부서를 떠나려고 한다. 경제팀 등 일선 수사부서에 오래 있어도 고생했다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승진의 기회도 거의 없거나 적다. 사건처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무혐의 불기소의견 사건이 많은데도 실적은 기소사건으로 평가를 한다. 당사자의 이의제기 등 수사 비협조로 사건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윗선(?)에서는 무조건 수사지연으로 패널티를 매긴다. 사건처리로 승진시험 공부할 시간도 없다. 오히려 수사서무 등 내근근무자들이 인사고과 등 자기관리를 잘 해 승진에 유리하다. 승진은 커녕 징계만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수사비, 활동비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분직근무, 경비동원 등으로 쉴 수 있는 시간도 없다. 특진은 본청, 지방청, 강력팀 위주로 하다 보니 경제팀, 지능팀은 기회가 오지 않는다. 속칭 젊고 유능한 사람들은 경제팀 근무를 해보더니 비수사부서인 경비, 정보부서로 도피를 한다.
경력수사관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강남서 버닝썬 사건처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발생하면 물갈이식으로 수사관 전원교체를 단행한다. 아무 잘못, 비위도 없었는데 비위수사관처럼 조직내부에서 취급을 한다. 젊고 유능한 수사관은 본청, 지방청 반부패수사대, 광역수사대로 간다. 고소, 고발 등 민원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지명수배자가 잡히면 수배한 수사관이 검거관서로 출장을 가야 한다. 신병과 기록 검찰송치, 구속영장발부 등 영장심사 관련으로 직접 수사관이 가야 한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수사지휘자인 서장, 과장, 팀장은 자칫 수사외압으로 비춰질까봐서 수사지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니 그보다는 수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수사기록을 제대로 검토, 분석해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능력여부에 대한 검증을 하여야 한다.
일선 수사관 선발, 배치할 때 수사경험자를 양산하지 않다 보니 신임으로 배치된다. 기동대에서 경비업무자가 수사부서에 배치된다. 무엇을 조사할지, 어떻게 신문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배치전 교육이 없다. 수사지휘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조서작성을 하지 말라고 하다 보니 제대로 신문경험을 쌓은 수사관을 양성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어야 실질적으로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되고 나서도 일선서 경제팀, 지능팀 등 직원들의 업무만 더 많아지고, 힘이 들고,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