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식병합에 의한 소액주주 축출 관련 상법 개정안



김광중 변호사




사유재산권은 우리 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서는 그 침해되는 이익보다 큰 공익이 있어야 합니다.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피해자가 다투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유재산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데, 그 빼앗기는 사람에게 이를 다툴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식병합의 방법으로 소액주주를 축출하면서 그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총수가 1만주인 비상장 회사에서 최대주주가 그 70%인 7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000주를 30주씩 100명의 주주가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때 나머지 소액주주 100명을 강제로 축출하고 그 주식을 헐값에 사고 싶은 최대주주는 주식병합과 단주처리를 통해서 이를 손쉽게 실현할 수 있습니다. 주식 1000주를 1주로 즉 1000 대 1 병합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발행주식총수는 10주가 되고, 그 중 7주를 최대주주가 갖습니다. 나머지 3주는 100명의 주주가 나누어 갖고 있던 것이지만, 병합 전 1000주 단위 이상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소액주주는 아무도 1천대 1로 병합된 신주는 받지 못합니다. 회사가 병합 후 3주를 처분해서 그 돈을 100명의 주주에게 나누어 줍니다. 이를 ‘단주처리’라 합니다. 현행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아예 7000대 1로 병합을 해서 최대주주가 모든 주식을 갖고, 나머지 모든 주주를 강제로 축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럼 이렇게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라면 그 주식의 대금이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최소한 쫓겨나는 주주가 법원을 통해 단주처리 대금을 다툴 수 있는 장치라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와 실무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위와 같은 단주처리를 하는 방법은 우선 그 주식이 상장주식이 아닌 이상 경매를 통해 처분하는 것입니다. 경매를 통해서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위 주식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시장기능이 작동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대주주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는 주식을 누가 사려 할까요? 누군가 경매로 나온 그 3주를 매수하더라도 최대주주는 다시 7대 1로 주식병합을 함으로써 그 3주 가진 주주를 다시 강제로 쫓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매를 통해 제값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그 주식은 최대주주가 헐값에 살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현재의 관행은 아예 경매까지 가지도 않습니다. 회사가 위 단주처리 주식을 자기주식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단주처리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얼마에 자기주식을 취득할 것인지도 회사가 정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자기주식 취득 방식으로 단주처리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관행처럼 행해져 왔습니다.

설사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고 한들 법원이 그 주식 매매대금 산정이 적정한지, 회사가 제출하는 자료만 보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런 단주처리 과정에서 쫓겨나는 소액주주들이 그 단주처리 대금에 대해서 다툴 수 있도록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소액주주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다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으로는 그런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소액주주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데 그 소액주주는 이를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법개정을 통해서 발행주식총수의 95% 이상 주식을 가진 지배주주가 합법적으로 소액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매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었는데도 이런 상황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필자는 그런 피해를 입는 소액주주들을 위해 1000대 1로 주식병합을 하여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하는 회사를 상대로 재산권침해, 지배주주 주식매수청구권제도 잠탈 등을 이유로 주식병합 무효의 소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행 상법이 그런 것이므로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지난해에도 대법원은 다른 사례에서 역시 이런 상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배주주 주식매수청구권 제도가 도입되어 합법적인 소액주주 축출제도가 마련되었으므로 이제는 주식병합을 통한 소액주주 축출이라는 편법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3만대 1로 주식병합을 하는 사례, 경영권 분쟁 중인 2대주주를 축출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하려는 시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회사법은 이런 경우 주식병합에 반대하는 소액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그 매매금액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회사와 소액주주가 다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두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되었음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필자는 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소송을 통해서 다투기도 하였고, 언론사 기고와 여러 정치인들에 대한 읍소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이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국회의원실에서 드디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것입니다. 개정안의 내용은 쫓겨나는 소액주주들의 단주처리 대금에 관해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서 이를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집값 폭등 때문에 청년세대들은 정상적인 근로소득으로는 더 이상 집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눈을 돌린 것이 주식 투자이고, 비트코인 투자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청년세대들은 이렇게 최대주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의해서 다시 헐값에 자신의 재산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더 이상 소수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식투자에 그나마 희망을 걸고 몰려드는 우리 청년세대 다수가 겪을 수 있는 부조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상법개정안 발의 소식이 더 반갑고 고맙게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우리 청년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발의된 상법개정안이 꼭 통과되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