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건물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경면반사)에 따른
환경침해 인정여부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



도종호∙이시은 변호사




1. 사실관계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아파트 입주자들(이하 ‘원고’라고만 합니다)은 인근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시행 및 신축한 해운대아이파크아파트의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이른바 경면반사鏡面反射)로 인하여, 원고의 세대 내 너무 밝은 실내의 빛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로 인하여 외부경관을 바라보기 힘들게 되었으며, 불능현휘{不能眩揮: Disability Glare, 인간은 시야 120°범위 내의 사물을 볼 수 있으며 그중 근접주변 시야 60°범위 내의 사물에 대하여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인간의 시야 내에서 눈이 순응하고 있는 휘도(눈부심의 정도)보다 현저하게 휘도가 높은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및 시각적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등으로 주거생활권을 침해당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 소유 아파트의 가치가 하락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입사되는 일사량의 증가로 실내 온도가 증가하여 추가적인 냉방비를 부담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 현대산업개발(이하 ‘피고’라고만 합니다)은 경면반사의 경우 일조권이 침해되는 사례와는 달리 적절한 수단을 통하여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이 환경침해의 기준으로 들고 있는 수인한도 초과 여부를 정함에 있어 태양광이 가장 강력한 하지를 기준으로 불능현휘의 지속시간이 최소한 1시간 30분을 초과하거나 전체 기간 일일 평균 1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침해는 수인한도 범위 내라는 항변을 하였습니다.

2. 원심(부산고등법원 2013. 6. 25 선고 2011나474 판결)의 판단

가. 원심의 인정사실

원심은 감정결과 및 현장검증 결과 등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① 피고는 온열환경개선을 위하여 외장재로 로이 복층유리를 사용하였는데 로이 복층유리는 일반적인 복층유리(가시광선 반사율 16.8%,전체적인 태양광선 반사율 13%)에 비해 가시광선 반사율이 29.6%,자외선 및 적외선을 포함한 전체적인 태양광선 반사율이 37.8%에 이르는 높은 반사율을 보임.

② 피고가 신축한 건물 중 북측 동의 북, 서측 유리면은 표면이 거울과 같고, 반사도가 높아 확산반사보다 경면반사를 훨씬 많이 하게 되며, 피고가 신축한 건물은 큰 타원형을 이루고 있고,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으로 구성된 이 사건 각 건물의 북, 서측 유리면(단위 세대의 유리창은 평면임)은 저녁 무렵에 서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을 지속적으로 일치시켜 피고 신축 건물의 북쪽에 위치한 원고들 아파트 일대에 불능현휘의 수준을 넘는 경면반사를 상당한 시간 지속시키는 현상을 보이고 있음.

③ 불능현휘 현상이 나타난 원고들 세대 중 불능현휘가 가장 길게 나타난 세대는 연간 187일간의 불능현휘 현상이 발생하였고, 연간 불능현휘현상이 나타나는 총시간이 73시간에 달하며, 하지를 기준으로 1시간 동안 불능현휘 현상이 지속되었고, 불능현휘의 시작과 끝의 중간 시간대에는 휘도가 65,088,561cd/㎡에 이르러 불능현휘를 초래하는 최소 기준치(25,000cd/㎡)의 2,600배나 되며, 불능현휘 현상이 가장 짧게 나타난 원고 세대의 경우에도 연간 31일간 불능현휘 현상이 발생하였고, 연간 불능현휘 현상이 나타나는 총시간이 1시간 21분에 달하며, 하지를 기준으로 7분 동안 불능현휘현상이 지속되었고, 불능현휘의 시작과 끝의 중간 시간대에는 휘도가 69,831,354cd/㎡에 이르러 불능현휘 초래 기준치의 2,700배를 넘는 등 불능현휘 현상이 발생하였음.

④ 불능현휘 현상이 나타난 원고들은 햇빛반사로 인하여 항상 눈부심의 피해를 입고 있고 외부 경관을 바라볼 수 없으며, 반사되는 햇빛이 강할 때에는 눈을 뜨기가 힘들고 이로 인하여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는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

나. 원심의 수인한도 침해여부 판단

원심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연간 불능현휘 현상이 나타나는 일수가 적게는 31일에서 많게는 187일까지에 이르고, 연간 불능현휘 현상의 지속시간도 적게는 1시간 21분에서 많게는 83시간 12분까지에 이르며, 태양광이 가장 강력한 하지를 기준으로 한 불능현휘 지속시간도 적게는 7분에서 많게는 1시간 15분까지에 이르고, 유입되는 빛의 휘도도 높게는 불능현휘를 초래하는 최소 기준치의 2,800배까지에 이른다고 하면서 원고들에 대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원심의 손해배상의 기준

원심은 위와 같이 경면반사로 인한 불능현휘 현상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가 있다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① 부동산 가치하락에 대하여는 하지기준 불능현휘 발생 1시간당 1%의 하락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다만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였고,

② 냉방비 증가액에 대하여는 원고들에 따라 전력소비량이 증가한 세대도 있고 감소한 세대도 있는 등 냉방비가 실제로 증가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자료가 부족하고, 냉방비를 포함한 주거비의 상승은 결국 원고들 아파트의 시세하락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에 반영되는 점 등을 참작하여 이를 별도의 손해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③ 경면반사로 인하여 불능현휘 현상이 나타난 세대의 위 원고들이 생활상의 불편은 물론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여 위자료를 원고별로 100만원 내지 300만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

이와 같은 항소심의 판단에 대하여 양당사자들이 모두 상고를 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피해건물과 가해 건물 사이의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하고(다만 원심에서 사용한 불능현휘라는 단어를 빛반사로 인한 눈부심 시각장애의 의미전달이 명확한 빛반사 시각장애라는 표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원심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환경소송에 있어서 대법원은 생활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참을 한도)를 초과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본 건에서도 기존의 입장과 동일하게 참을 한도 이론을 적용하여, 경면반사로 인한 생활침해가 원고들의 참을 한도를 초과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습니다.

본 건은 인접 토지에 외벽이 유리로 된 건물이 건축되어 과도한 태양반사광이 발생하고 이러한 태양반사광이 인접 주거지에 유입되어 거주자들이 이로 인한 생활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가해 건물의 외벽에 사용한 유리의 반사율이 매우 높고, 가해 건물의 외관이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인 타원형으로 저녁 무렵 상당한 시간 동안 태양반사광이 인접 주거지로 유입되고 있어, 이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어선다는 등의 이유로, 거주자들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보아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입니다.

그 동안 경면반사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대하여 손해배상여부, 손해배상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시공사와 인근 주민간 많은 분쟁과 민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분쟁에 대하여 원심이 제시한 기준을 인정하여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마련하였는바, 추후 건축물 건축시 경면반사에 따른 문제해결 및 방지를 위한 좋은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 외에 경면반사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심리 계속 중인바, 본 건과 위 사건을 통하여 경면반사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의 참을 한도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