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5두38788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 원고(LH)는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사업시행자였는데 기존의 택지개발예정지구가 구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2014. 1. 14. 법률 제122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되어(참고로, 위 개정 법률로 보금자리주택지구는 다시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지구로 전환됨), 전환된 사업(이하 ‘본건 사업’)의 사업시행자임.
• 원고는 2008년경 피고(수원시)와 생활용수 공급방안을 협의하여, 약 172억원의 공사비용을 들여 본건 사업지구 내 송수∙배수시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배수관에서 본건 사업지구에 이르는 송수시설까지 모두 직접 설치함.
• 원고는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건 사업 지구에서 국민임대주택건설 사업승인을 받아, 택지조성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겸하여 주택건설사업자로서 건설사업을 시행하여 국민임대주택을 준공함.
• 피고는 ‘수원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산정∙징수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 제4조 제1항 제3호(이하 ‘이 사건 조례조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함.
2. 관련 규정
수도법 제71조(원인자부담금) ① 수도사업자는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주택단지ㆍ산업시설 등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하여 수도시설의 신설이나 증설 등의 원인을 제공한 자를 포함한다) 또는 수도시설을 손괴하는 사업이나 행위를 한 자에게 그 수도공사ㆍ수도시설의 유지나 손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부담금의 산정 기준과 징수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1항에 따른 부담금은 수도의 신설, 증설, 이설, 개축 및 개수 등 공사에 드는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수원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산정∙징수 조례 제4조(부담금 부과대상 및 범위) ① 제2조 제1항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주택단지, 산업단지, 택지개발지구 등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하여 수도사업자의 공급능력 이상의 물수요를 발생시킴으로써 취수장·정수장·배수지·가압장 및 송수·배수시설 등 수도시설의 신설 또는 증설 등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해당 공사비용을 부담시키는 경우 2. 급수구역 밖에 위치하는 건축물 등에 신규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수도관 등 송수·배수시설의 설치공사를 하여야 하는 경우에 기존 수도시설 건설에 소요된 비용과 해당 수도시설의 신설 또는 증설에 필요한 공사비용을 수돗물을 사용할 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 3. 급수구역 내에 위치하는 건축물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우에 기존에 소요된 수도시설의 건설비를 수돗물을 사용할 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건축물의 증축·개축 등으로 시설용량을 증가하는 경우를 포함하며 이 경우 증가된 용량에 한하여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다.) |
3.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이 사건 조례조항(위 제4조 제1항 제3호)이 기존 수도시설의 용량 범위 내여서 직접적으로 수도공사를 유발하지 않는 경우를 원인자부담금 부과대상으로 정하여 수도법과 수도법 시행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
(2) 원고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시행하면서 피고와의 협의를 통해 수도시설의 신∙증설 등의 공사를 시행함에 따라 원인자부담금 부과사유가 소멸하였는지 여부
4. 원심(서울고등법원)의 판단
원심은, (1)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조례조항은 상위법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정한 것이어서 무효일 뿐만 아니라, (2) 원고가 이미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자로서 피고와의 협의에 따라 신설∙증설이 필요한 수도시설을 모두 설치한 이상, 원고에게 개별 건축행위의 건축주로서 수도법상 원인자부담금을 다시 부과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5.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1) 이 사건 조례조항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이지만, (2)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본 점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타당하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어,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
6. 대법원의 판단 근거
가. 이 사건 조례조항의 위임범위 한계 일탈 여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례조항이 수도법과 수도법 시행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수도법 제71조 제1항은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할 것을 요건으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그로 인해 즉시 수도시설의 신설∙증설 등 수도공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주택단지∙산업시설 등 원인만 제공한 경우에도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ii) 이 사건 조례조항은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하여 장래의 공사비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기존에 소요된 수도시설의 건설비’를 기준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iii) 이 사건 조례조항은 환경부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산정∙징수 등에 관한 표준조례(안)’을 반영한 것으로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유사한 내용의 조례조항을 두고 있다.
나. 원인자부담금 부과사유의 소멸 여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본건 사업을 시행하면서 피고와의 협의를 통해 수도시설의 신∙증설 등의 공사를 시행함으로써 원인자부담금 부과의무가 소멸하였음에도 원고에게 수도법상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처분은 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지지 않는 자에 대하여 이행을 명한 것으로서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명백하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부담금관리기본법 제5조 제1항은 ‘부담금은 설치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정성 및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부과되어야 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하나의 부과대상에 이중으로 부과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ii)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수도사업자는 법 제71조제1항에 따라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주택단지ㆍ산업시설 등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하여 수도시설의 신설이나 증설 등의 원인을 제공한 자를 포함한다)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담하게 하려면 법 제71조 제2항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과 납부방법 등에 대하여 이를 부담할 자와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수도사업자는 수돗물 사용량에 따라 수도공사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그 부담금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수도사업자와 원인제공자 사이에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과 납부방법 등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원인제공자가 이를 이행한 경우에는, 원인제공자가 수도사업자와의 협의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한 경우 뿐만 아니라, 원인제공자의 비용으로 수도시설의 신설∙증설 등의 공사를 직접 시행하기로 협의하고 원인제공자가 이를 이행한 경우에도 이를 통해 수도법 제71조 제1항에서 정한 수도공사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사업으로 설치된 주택단지나 산업시설 등의 ‘실제 수돗물 사용량’이 협의의 전제가 된 ‘추정 사용량’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인자부담금 부과사유는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iii) 원인제공자가 해당 사업이 유발하는 수돗물 사용량과 관련하여 협의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였음에도, 해당 사업으로 설치된 주택∙산업단지 안에서 원인제공자가 그로부터 용지를 분양받은 자가 개별 건축행위를 하는 때에 수도법상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한다면, 이는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에 관한 관계 법령 및 부담금의 이중부과를 금지한 부담금관리기본법 제5조 제1항에 위반된다.
(iv) 이 사건은, 원고가 본건 사업을 시행하면서 피고와 협의를 통해 직접 수도시설 공사를 시행하였고, 원고가 본건 사업지구 내 건축한 국민임대주택의 ‘실제 수돗물 사용량’이 협의의 전제가 된 ‘추정 사용량’을 현저하게 초과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7. 이 판결의 의의
그 동안 하급심 판례에서는 부담금관리기본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부담금의 이중부과 금지 원칙’에 따라 판시한 여러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사건과 같이 대법원에서 해당 원칙에 반한다고 명시적으로 설시하여 판시한 사례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사건에서 ‘어느 시행령이나 조례의 규정이 모법에 저촉되는지가 명백하지 않는 경우’에는 ‘종합적으로 살펴 모법에 합치되는 해석도 가능한 경우라면 그 규정을 모법위반으로 무효라고 선언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1두6264 판결 등)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하여 이 사건 조례안이 모법의 위임범위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부분도 의미가 없지 않지만, 부담금관리기본법 상의 ‘부담금의 이중부과 금지 원칙’을 사건에 적용하여 처분의 당연무효 결론을 내린 사례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