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확보, 노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신성환 변호사




1. 들어가며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돼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에게 '근로자의 업무능력 저조'를 명시적 이유로 한 해고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근로자의 업무능력'이라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기준으로 사용자에게 간편한 해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가 더욱 취약한 지위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노동유연성이 큰 외국의 해고 사례 등을 보면서 성과 부진을 원인으로 한 해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2016.1.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했던 '공정인사지침'에서는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이하 저성과자 해고)에 관해 기존의 판례들을 정리하며 저성과자 해고의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 노동계 등에서는 마치 쉬운 해고를 공정인사로 보이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의 여론이 거셌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해당 비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2017.9. "노사 등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는 등의 이유로 공정인사지침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는데, 그 후로 '저성과 등'을 원인으로 한 적법한 해고에 대해 정부의 새로운 지침이 없었고,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찾아보기 어려워(다만, 하급심에서는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들이 있었고, 해당 판결들을 통해 저성과자 해고 기준 등이 논의되고는 있었다) 실질적으로 저성과자 해고는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근로자의 저성과 등을 원인으로 한 사용자의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는 판결(대법원 2021.2.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이하 '본 대법원 판결')을 선고함에 따라, 저성과자 통상해고에 대한 가능성이 명시적으로 확인됐고(본 대법원 판결문에서 '통상해고'임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지는 않았으나 해당 해고의 절차 및 태양에 비춰볼 때 '징계해고' 또는 '정리해고'와는 다른 '통상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적절하다), 더불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설시됐습니다.

2. 대법원 2021.2.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의 내용

가. 기초 사실

피고 H중공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종합인사평가와 성과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하위 2% 이내에 해당하는 저조한 직무역량을 보인 과장급 이상 직원 65명을 대상으로 2015.2.25.부터 2015.12.31.까지 직무역량 향상과 직무재배치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했는데, 원고 A, B도 그 대상자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피고는 직무재배치 교육을 실시한 다음 2016.1.18.경 원고들을 각각 재배치했는데, 원고들은 재배치 이후 실시된 2016년 상반기 성과평가에서 최저 등급인 D등급을 받았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이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6.8.27. 원고 B를, 2016.9.1. 원고 A를 해고했습니다.

한편, 피고 취업규칙에서는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됐을 때"를 해고사유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각 해고에 대해 원고들은 '단지 원고들이 저성과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며 '원고들에 대한 성과평가 기준이 불공정하며, 성과평가가 공정하더라도 성과평가 결과만으로 원고들의 해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해고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나. 1, 2심 판단

1심(울산지법 2017.12.6. 선고 2016가합23515 판결)은 피고의 취업규칙에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됐을 경우 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원고들에게 해당 해고사유가 인정되며 원고들의 근무성적 등을 기초로 한 업무역량에 비춰볼 때, 피고의 해고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은 항소했으나, 2심(부산고등법원 2018.7.4. 선고 2017나59164 판결) 또한 1심과 같은 이유로 항소 기각했고, 이에 원고들은 상고했습니다.

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먼저 저성과를 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는 피고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규정에 위배되지 않으며, 경영상 이유로 해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편법적으로 활용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는 한편,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원고들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정당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인사평가 기준의 공정성

①피고가 2012년 이후 인사평가의 기준이나 항목을 소속 근로자들에게 공개했고, 2014년 이후 성과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안내한 점, ②피고가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인사평가자가 평가를 받는 사람의 자질 등을 감안해 최저 등급에 해당하는 C, D등급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을 부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특정 인사평가권자 1명의 판단에 따라 원고들의 인사평가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판단에 따라 원고들의 인사평가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어서 그 인사평가 결과가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을 때 인사평가 기준이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2) 정당한 사유 존부

①피고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실시한 인사평가 결과 원고들은 최하위권에 해당했으며, 각각 3, 4회의 직무 경고를 받는 등 장기간 실적이 상당히 부진했던 점, ②피고는 원고들에게 10개월 동안 직무재배치 교육을 실시하고 원고들 직무를 재배치했으나, 이후 실시된 다면평가에서도 업무역량 부족 및 업무상 잘못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던 점, ③원고들은 직무재배치 이후에도 업무능력 향상에 대한 의지 및 열의가 없었으며 개선 의지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원고들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3. 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및 향후 노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

저성과자 통상해고의 정당성과 관련해, 기존의 하급심 판례에서도 ①인사평가 기준의 공정성이 확보됐는지, ②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실시됐는지, ③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이나 직무재배치 등을 통해 개선의 기회가 부여됐는지, ④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후 근로자의 개선 의지와 적용능력은 어떠한지 등을 기준으로 정당성 확보 여부를 판단해 왔고(서울고등법원 2017.1.11. 선고 2016누58064 판결, 부산고등법원 2017.4.19. 선고 2016나54360 판결 등 참조), 본 대법원 판결도 위와 같은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보기는 어려운바 대법원이 기존 법원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변경한 것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본 판결을 통해 각 사안마다 다소 상이하게 적용되던 정당성 판단 기준이 일률적으로 정립됐고, 해당 요건을 갖춘 경우라면 저성과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가능함이 명시됐다고 할 것이므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성과평가와 그에 따른 재교육 및 그에 대한 근로자의 대처 방식을 정함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편, 대법원이 '노동유연화'를 명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기존의 정리해고 등에서와 달리 간편한 해고의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비판 및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다소 금기시까지 되던 저성과자 해고가 대법원에서 인정됨으로써 근로자 보호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우려로 보입니다. 다만 본 대법원 판결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본 대법원 판결이 향후 해고의 정당성을 둘러싼 노사 분쟁에서 핵심적인 기준이 될 것은 명백한바 노사 양측이 저성과자 해고에 관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논해볼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됩니다.

가. 사용자가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본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용자의 저성과자 해고가 자유로워졌다고 볼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저성과자 해고에 있어 단순한 저성과가 아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해야 한다는 엄격한 제한을 재차 확인했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했는바 사용자가 아래와 같이 합리적 제도를 사전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저성과자 해고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1)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근거 규정 도입

본 대법원 판결 사안에서 피고는 취업규칙에 '저성과'가 해고사유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해고사유가 열거적으로 규정돼 있고, 해당 해고사유에 '저성과'가 없는 경우 사용자가 열거사유 아닌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할 것인바, 이 경우 사용자가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한편, 취업규칙 변경 시 저성과 해고 관련 추상적 조항을 구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설하는 것이라면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 해당될 것인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2) 공정성이 확보된 사전적 인사평가 기준의 마련 및 시행

사용자의 저성과자 선정을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평가 기준의 사전적 확립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와 내용을 고려해 그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근로자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기준에는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가 함께 존재해야 할 것이며 정량적 평가와 비교해 정성적 평가의 경우 객관성 확보에 한계는 있으나 평가 항목의 세분화, 복수 평가자의 존재, 다면평가 제도의 도입, 해당 평가의 근거 명시 등을 통해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평가기준 마련에 있어 외부의 평가 전문기관의 조력을 얻거나 법률자문을 사전적으로 받는 것도 합리성 확보를 위해 적절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엄격한 상대평가의 경우 필연적으로 저성과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절대평가의 혼용 등도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저성과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의 제공

저성과자가 선정됐다면 이후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의 근무능력이나 근무성적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본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특정 근로자가 장기간 반복해 저성과를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만으로 해고는 불가능하며 해당 근로자에게 적합한 개선의 기회가 부여됐음에도 그 개선 가능성이 없을 때 비로소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해지므로 이는 어쩌면 저성과자 해고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기준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 사용자는 저성과자 개선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인데, 이때 제도의 우선적 목적은 저성과자의 육성 및 자질향상을 통해 저성과자가 최소한의 업무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돼야 하며, 해당 제도를 통한 해고는 부차적인 결과로만 인정돼야 합니다. 만약 저성과자 개선 제도에서 개선의 기회 제공이 명목상 절차로 취급되고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그친다면, 해당 제도가 단순한 저성과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잠탈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자는 저성과자 개선 제도 마련 시, 각 저성과자의 저성과 원인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각 원인에 맞게 저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재교육, 직무재배치 등 합리적인 대처 방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 저성과자 해고를 피하기 위한 근로자의 대처 방안

본 대법원 판결은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사용자에게 엄격한 제도 구비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입장에서 저성과자 해고를 피할 수 있는 구체적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관련 제도 구비 시 노동조합 활동 또는 근로자의 적극적 의사 표현 등을 통해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함으로써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 마련에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나 이 또한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저성과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설사 저성과의 정도가 다소 크더라도, 근로자가 개선의 정을 보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해고의 정당성이 확보되는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개선의 여지를 보이는 것을 통해 저성과자 해고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본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들은 직무재배치 교육에 따른 직무재배치 이후에도 업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업무 향상의 의지도 없었다고 판단받음으로써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됐는데, 만약 업무 능력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면 그 정당성은 인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설사 직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저성과자로 평가받았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재교육 기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근로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무로의 합리적 재배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함으로써 개선의 정을 일부라도 보였다면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은 부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 나가며

'나도 안 잘리지만, 저 사람도 안 잘린다.' 평생직장이라고 평가받는 일부 고용안정성이 높은 직장들의 장단점을 요약한 우스갯소리로, 그중에서도 핵심은 문장의 후단입니다. 심각한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근로관계의 종료가 일어나지 않는 제도의 문제점을 간단히 요약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대법원의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즉, 본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성과가 낮은 것으로는 통상해고가 불가능하며, 사용자는 저성과자의 능력 개선을 우선적으로 해야 함을 선언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면서도, 근로관계에 있어 요구되는 최소한의 능력이 결여돼 있는데다가 개선의 의지조차 인정되지 않는 근로자라는 특수한 사례에는 통상해고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저성과 근로자가 근로를 유지할 경우 노사 양측이 입게 되는 피해를 해소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본 대법원 판결의 '저성과자 통상해고 가능성'만에 집중한다면 이는 판결을 오독한 것이라고 할 것이며, 사용자가 전술한 엄격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통상해고를 하는 경우 해고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