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건
-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8다264420 판결
강동호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2002년경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된 분할 전 토지를 증여 받아 취득한 자들입니다. 이 사건 토지에는 피고의 아버지와 결혼했던 소외 1(1954. 11. 14. 사망), 피고 어머니(1980. 6. 9. 사망)의 분묘(이하 ‘이 사건 분묘’)가 설치되어 있으며, 피고는 지금까지 이 사건 분묘를 수호∙관리해 왔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굴이와 토지의 인도, 2008. 6. 1.부터 위 토지 인도일까지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의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지,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며 피고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이 피고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한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ㆍ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대법원 1955. 9. 29. 선고 4288민상210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3017, 63024 판결 등 참조).
(2)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 시행일인 2001. 1. 13.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 등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제23조 제3항, 부칙 제2호. 위 법률은 2007. 5. 25. 법률 제8489호로 전부 개정되었는데 제23조 제3항은 제27조 제3항으로 위치만 변경되고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따라서 장사법 시행일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관행 또는 관습으로서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자인 피고가 토지 소유자인 원고들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였는데, 이는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의 견해(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를 변경한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한 것입니다.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ㆍ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4. 이 판결의 의의
2000. 1. 12.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에도, 대법원은 개정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토지 소유자 권리가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대법원은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판결을 통해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 의무를 인정하고, 이 판결을 통해 다시 확인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온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권리 침해 문제도 해결했다고 할 것입니다.